이에 응한 고려는 염제신(廉悌臣), 유탁(柳濯), 권겸(權謙), 인당(印?), 김용(金鏞),
강윤충(康允忠), 정세운(鄭世雲), 최영(崔瑩), 이방실(李芳實), 안우(安佑) 등 40여명의
장수와 정예 병력 2천명을 원나라로 파견하였다. 이들 장수 중에는 원나라와 밀착되었던
인물이 많았는데, 그중 몇몇은 왕이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군대 파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는 않았나 의심했던 것 같다.

이들의 의심은 더욱 심해져서 병력이 압록강에 이르렀을 때에는 강윤충이 앞장서서
“친척과 이별하고 조상의 묘를 등진 채 사지(死地)로 나아가서는 언제 돌아오겠는가?
정예 기병 50명을 동원하여 개경으로 돌아가서 군대 파견을 처음 주장한 자들의 목을
베자”면서 사람들을 선동하기에 이른다. 이때 염제신은 “좋은 계책이 아니다. 우리 임금은
하늘인데, 하늘에서 도망칠 수 있겠는가? 충신과 의사가 어찌 반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면서 회군 시도를 무산시켰다. 그리고는 오히려 지름길로 빨리 가서 연경에 도착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공민왕은 고려 국내 사정상 염제신을 돌려보내줄 것을 원나라에 요청하였고,
원나라가 요청을 받아들여 염제신은 순제가 베풀어준 잔치가 끝난 후 귀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