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신의 가문은 조인규 때부터 크게 번성하여 고려 후기의 대표적 권문(權門, 세도 가문)이
되었다. 이 가문은 대대로 원나라와 관계를 맺으면서 유력한 존재가 되었고, 원나라에도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었다. 조인규의 자손들은 원나라 관직을 갖기도 했고, 원나라에서
활동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기도 했다. 또 조인규의 사위와 손자 사위 중에는 원나라의
유력자도 있었다.

한편 이 집안은 충숙왕과 심왕(瀋王) 왕고(王暠)가 고려 왕위 계승 경쟁을 벌일 때
대부분 심왕 편을 들었는데, 충숙왕이 왕위 계승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가문의 위세에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몰락에 이르지는 않았다.

조일신은 소부윤[小府尹 - 공예 기술 관계 업무와 보물 관련 업무를 관장하던
소부시(小府寺)의 차관]을 지내고 원나라에 가서 10여년 동안 머물면서
공민왕을 보좌하였다. 그의 가문이 원나라에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었고, 공민왕 즉위 후
왕이 조일신을 우대하였던 점으로 보아 그는 공민왕이 왕위에 오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민왕 즉위와 더불어 재상급의 고위 관직을 받고 위세와 횡포를 부렸다.
그는 이제현이 수상이 되어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마침내 이제현이 스스로 사직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고려에 있는 친척들에게 관직을
주고 싶어하는 원나라 권신들의 청탁을 들어주기 곤란해진다는 이유로 공민왕의
정방 혁파를 반대하였는데, 이를 공민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원나라 사대부들을 볼
면목이 없다면서 사직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