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이 즉위 후 개혁정치를 시작하자 이를 막거나 개혁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가 안팎에서 나타났다. 우선 원나라가 고려의 개혁을 방해하였는데, 원나라 승상 톡토(脫脫)가 사신을
보내어 왕에게 아첨하는 보잘것없는 사람을 기용하지 말라고 왕에게 훈계하였다.
이때 조일신 등이 응양군 상장군이며 병부상서인 김용과 우부대언 김득배(金得培),
좌부대언 유숙(柳淑)을 지목하였고, 이를 들은 원나라 사신의 요청으로 유숙과
김득배가 파직되었다. 이때 톡토가 표적으로 삼은 대상은 공민왕의 측근으로 있으면서
원나라를 배척하는 성향의 조치를 시행하도록 왕에게 권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고려에서도 권세가들이 개혁정치에 반발하였다. 당시 고려 정치를 좌우하던 권세가들은
대부분 불법으로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를 경작하기 위해 원래는 양민이었던
노비를 다수 거느리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공민왕이 개혁정치의 일환으로
전민변정(田民辨整) 사업을 강하게 추진함으로써 불법적으로 권세가에게 넘어간 토지와
노비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하자 권세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개혁을 비판하는
입장에 섰다. 그 예로 좌정승(左政丞)을 역임했던 유력자인 인승단(印承旦)은 그가
불법적으로 빼앗아 소유한 토지가 변정 대상이 되자 공민왕에게 전민변정도감 혁파를
요청하였다. 또 당시 유력한 세도 가문이었던 안동김씨로 우정승(右政丞)을 지낸
김영후(金永煦)도 전민변정도감 혁파를 건의하였다.
공민왕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같은 권세가들의 반발로 개혁정치는 난관에
부딪쳤다. 이 개혁은 곧 중단되었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은 공민왕 원년 9월에 일어난
조일신의 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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