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배'라는 용어는 ‘친원세력’과는 구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염제신과 기철, 최유를 서로 비교하여 살펴보면 염제신은 원나라와 친밀하게 지내서 원나라 내부에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인맥이 구축되어 있었으나 그를 친원세력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언정
부원배라고 규정짓기는 곤란하다. 반면 기철이나 최유는 고려 왕실에 도전하거나 고려를
배반하여 원나라 군대를 이끌고 고려를 침범하기까지 한 일이 있어 대표적인 부원배로
파악한다.

부원배는 원나라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성장한 세력들이라 정계에 자리잡을 때에도
정규적인 관인(官人)의 진출 경로를 따라 출세한 경우가 매우 드물다. 원 간섭기에
고려 정치의 주역이 되었던 부류 중에는 고려와 원나라 사이의 외교에 간여하였던
몽골어 통역관, 매를 이용한 사냥을 즐기던 원나라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응방(鷹坊) 관계자, 원나라에 간 공녀나 환관의 가족, 또는 원나라에서 출세한
고려인 환관 자신 등 다양한 부류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경우는
고려의 정규적인 관인 진출 경로와 무관하였다.

또 처음에 부원배가 형성되기 시작할 당시에는 그들 대부분이 출신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탓에 대부분 극도로 권력 지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그들은 일단 지배세력에
들어갈 기회를 잡기만 하면 급격하게 권문화(權門化)함으로써 가문 배경과 관계없이
권력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는 고려 후기 권력구조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