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대장공주의 이름은 쿠두루칼리미쉬(忽都魯揭里迷失)로 아버지는 원나라
세조(世祖, 쿠빌라이), 어머니는 세조의 두 번째 황후였다. 고려 원종 15년(1274)에 원종의
태자와 결혼하였고, 태자는 뒤에 충렬왕이 되었다. 2명의 왕자와 1명의 공주를 낳았고,
장남이 충선왕이 되었다.

충렬왕은 원종 원년(1260) 8월에 태자로 책봉되었고, 3개월 후 태자비를 맞이하였는데,
뒤에 제국대장공주와 결혼하면서 태자비는 후궁의 자리로 격하되어 정화궁주(貞和宮主)로
책봉되었다. 이로 인해 공주와 궁주의 관계는 불편하였다. 충렬왕 2년(1276) 12월에는
정화궁주가 무녀를 시켜 제국대장공주를 저주하였다는 내용의 무고가 있기도 하였다.

이 사건 직후인 충렬왕 3년 정월에 정화궁주가 낳은 왕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주가 낳은 생후 16개월된 왕자가 세자로 책봉되었다. 정화궁주는 공주가 고려에 온 후 별궁에서 살면서 공주가 죽을 때까지 충렬왕과 왕래없이 지냈고, 궁주 소생의 왕자인 강양공(江陽公)
왕자(王滋)는 충렬왕 5년에 아산의 동심사(東深寺)에 4년간 유폐되기도 하였다.
이같이 공주는 고려인 왕비와 그 소생의 왕자를 박해하였고,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고려인 왕비에 대한 원나라 공주 출신 왕비의 정치적 우위가 확실해졌다.

공주는 원나라에서도 정치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었다. 그리하여 그 남편인 충렬왕의 지위도 함께 높아졌다. 충렬왕은 몽골인만이 참석할 수 있었던 원 세조의 장례식에 예외적으로 참석할 수 있었으며, 뒤이은 원 성종(成宗)의 즉위식에는 여러 왕과 부마들 중에서 일곱번째
자리를 배정받았다.

공주는 뒤에 충선왕이 되는 태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원나라에 다녀오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은 충렬왕 23년(1297) 5월에 39세로 죽었고, 충선왕 2년(1310)에 원나라로부터
제국대장공주로 봉하여졌다. 공주의 사망은 충선왕이 아버지인 충렬왕의 세력을 축출하는
빌미가 되었는데, 충선왕은 공주가 병으로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렬왕이 총애하던 궁인인
무비(無比)의 저주로 공주가 죽었다고 주장하면서 무비와 충렬왕의 측근세력 40여명을
숙청하고 얼마 후 고려 왕에 즉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