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와 원나라 왕실 사이에 혼인관계가 처음으로 맺어진 사례는 고려 충렬왕이 원종 15년(1274)에 원나라 세조(쿠빌라이)의 딸인 제국대장공주(齊國大長公主)와 결혼한 일이다.
이때는 무신집권기가 끝나 왕정이 복고되었으나 크게 낮아진 왕실의 권위가 제대로 서지
않았다. 게다가 삼별초의 항쟁을 비롯하여 도처에서 몽골에 반대하는 저항도 계속되었으나
고려왕 단독으로는 이를 제어할 힘도 부족했다. 이같이 왕권이 위축된 상태에서 고려 왕실은
원 황실과 혼인관계를 맺음으로써 몽골에 반대하는 세력을 제어하고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자 하였다.

한편 이때 원나라는 일본마저 세력권에 편입시켜 원나라의 동쪽을 완전히 평정하려 하였으나 이를 위한 외교적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여 마침내 일본 원정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 왕실과 혼인관계를 맺으면 양국의 결속을 보다 굳게 할 수 있어
일본 정벌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원나라는 고려의 혼인 요청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 정벌과 양국의 혼인관계 성립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이같이 여-원 양국 왕실의 혼인관계가 성립된 까닭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려 입장에서는 원나라의 힘을 빌어 무신정권기에 실추된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왕권 강화를 도모하려 하였으며, 원나라 입장에서는 혼인을 통해 고려를 원나라의 지배체제
속으로 확고하게 편제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