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목왕, 충정왕대의 고려 정치

충목왕과 충정왕은 모두 어려서 즉위하였기 때문에 충목왕의 모후인 덕녕공주와 충정왕의
모후인 희비 윤씨가 실제로 정치를 좌우하였고, 이들과 결탁한 폐행(嬖幸 - 국왕에게
아첨하여 사욕을 채우고 권세를 휘둘렀던 집단) 세력이 발호하였다. 심지어 덕녕공주는
정방의 인사에 직접 간여하기도 하였다.

충목왕 초기에는 개혁유신세력이 정치도감(整治都監)을 설치하여 개혁을 추진하였지만
원나라를 등에 업은 세력의 반발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정치도감이 개혁을 추진할 때 정방이 잠시 폐지되었으나 폐행세력이 덕녕공주를 움직여 정방을 부활시킴으로써 당시 개혁을
주도하였던 왕후(王煦)와 김륜(金倫), 이제현(李齊賢)을 배제시키고 폐행세력이 다시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폐행세력은 정방을 부활시키면서 정방제조제(政房提調制)를
도입하여 4명 내외의 재상이 제조가 되어 정방 소관 업무를 총괄하게 하였다. 이렇게 제조가
늘어나면 원로대신이 될 수 없는 폐행도 정방제조에 끼어들어 인사를 좌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충목왕대에 덕녕공주와 연결되었던 신예(辛裔), 전숙몽(田淑蒙), 강윤충(康允忠), 배전(裴佺) 등의 폐행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 가운데 신예는 원나라에서 총애받았던 환관
고용보(高龍普)의 처남으로 정방제조의 자리를 떠난 뒤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여
신왕(辛王)이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였다.

충정왕대에는 덕녕공주와 희비 윤씨가 배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하였는데, 배전의 권력이
여전하였으며, 희비의 외사촌인 윤시우가 새롭게 등장하여 정방제조로서 인사를 장악하면서
윤왕(尹王)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리하여 당시에 벼슬을 구하는 자들은 윤시우에게 청탁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배전에게 청탁하였다고 한다.

충목왕과 충정왕 때에는 권신인 신예와 강윤충, 윤시우 등은 정방제조로서 인사권을
장악하여 수상보다도 큰 권한을 행사하였다. 이는 왕권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권신들의
권력기반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29代 충목왕(左)과 30代 충정왕(右)

2005-11-0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