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렉2’에 ‘장화 신은 고양이’가 있다면 왕뚜껑 CF에는 황보라가 있다.

왕방울 만한 눈을 가진 황보라가 걸출한 성격파 신세대 스타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황보라는 현재 광고전문사이트 TVCF(www.tvcf.co.kr)에서 수주째 인기광고 순위 1위를 점령하고 있는 화제작 왕뚜껑 CF(감독 이지형)의 여주인공.

이 광고에서 길에 떨어진 왕뚜껑을 차지하기 위해 치마폭을 가리개 삼아 화장실 자세로 주저앉기, 왕뚜껑 주인(오달수)한테 ‘난 아무것도 모른다’며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천진한 눈망울도 시치미 떼기 등 묘한 기술을 구사한 그는 능청맞은 코믹 연기로 ‘배꼽주의보’를 울리고 있다.

이 광고를 보면 얌전함과 엽기성을 절묘하게 아우른 황보라를 향해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 마냥 ‘넌 누구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

인터뷰 첫머리에 왕뚜껑 CF를 촬영한 소감을 물었더니 이 아가씨, 천장이 부서질 듯 까르르 웃음부터 터뜨렸다. “처음에 콘티를 받아보고 ‘우와, 진짜 재밌네’라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어요. 촬영하면서 앉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느라 다리가 저려 혼났지만요”라며 코에 침 바르는 시늉을 냈다.

83년생으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2학년을 휴학중인 황보라는 거침없는 성격 그대로 ‘연예계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품고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부산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부산에서 살 시절 차태현의 팬사인회에 호기심 삼아 놀러갔다가 연예 관계자에게 ‘연기해볼 생각 없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대학에 진학한 뒤 연극무대에 서면서 배우를 막연한 열정이 아닌 구체적인 꿈의 대상으로 삼게 됐다.

2003년 SBS 공채 탤런트 10기 출신으로 2년여동안 단역 생활을 거치다가 현재 MBC 월화드라마 ‘비밀남녀’에서 한지혜의 재수생 여동생 역으로 본격적인 연기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무남독녀로 자란 황보라는 스스로를 ‘조울증이 약간 있는 기분파’라고 정의했다. 눈물이 많고 웃음도 많다. 얼마전 ‘비밀남녀’에서 엄마를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대본에도 없는 눈물을 펑펑 흘려 주위에서 ‘저렇게 감성한 풍부한 연기자는 처음 봤다’는 감탄사도 자아냈다.

우렁찬 목소리에 큰 눈과 두꺼운 입술로 한번 봐도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주는 황보라는 “학창시절 별명이 엉뚱 소녀였다”면서 “이미숙, 추상미 등처럼 카리스마를 지닌 독창적인 여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한테 에너지를 주는 기묘한 아가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