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자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잠시 잊어주셔도
좋습니다.’
안방 극장에 범람하고 있는 ‘나이 파괴’ 짝짓기의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MBC 주말극 ‘문희’에 생물학적 나이를 무시(?)한 커플들이 주요 배역을 점령하고 있고, 다른 드라마에서도 나이차가 제법 나는
남녀연기자가 ‘야자’타임을 즐기며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가운데 이달 23일 첫 방송을 타는 SBS 주말극 ‘황금신부’에는 아예 진짜 나이차를
역으로 뒤집은 커플마저 등장했다.
‘황금신부’에서 홍은희의 6세 연하 남편으로 나오는 김경식은 실제는 홍은희 보다 10년 먼저 태어났다. 2002년 MBC 드라마 ‘내사랑
팥쥐’에서도 띠동갑벌 동생인 81년생 김래원한테 반말을 듣는 친구로 나온 바 있는 김경식은 이번 드라마로 ‘동안’ 연기자라는 명성을 딴딴히
다지게 됐다.
‘문희’에서 불혹의 강수연은 30대 초반을 연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7세 연하인 신인급 탤런트 조연우와 동년배 커플을 이루고 있고, 최근
종영한 MBC 월화극 ‘히트’에서 8세 차이의 고현정과 하정우는 ‘연상연하’ 구도를 배제한 채 또래의 애정전선을 형성했다.
워낙 막후의 나이와 무관한 짝패가 산재해있다 보니 홍은희-김경식 커플의 사례도 약간 더 ‘희한한’ 경우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9세 때부터 노역을 맡았다는 중견배우 김수미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연기자는 기본적으로는 나이를 잊은 존재들이다. 극중 설정과 실제 나이를
견주어 왈가왈부하는 것은 괜한 트집 잡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연륜이 연기의 깊이 및 폭과 무관하지 않고, 비주얼의 현실성과도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나이의 격차를 연기력과 극의 탄탄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언밸런스’한 짝짓기가 과연 시청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에 관해서는 의문을 남긴다.
연기자의 수급 및 배치가 여의치 않은 캐스팅 과정의 현실적인 문제에도 한 원인을 두고 있는 ‘나이 파괴’ 가속화 현상은 ‘미스
캐스팅’이라는 일갈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시대에 동떨어진 고루한 행보와 오래 지나도 적응되지 않은 캐스팅 조합으로 호응을 얻지 못한 채 10%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을 오가고 있는
‘문희’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