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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해졌다. 트렌디 드라마의 실패가 새로운 소재로 눈 돌리게 만든 결과다.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 등 전문직 드라마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형 수사드라마 ‘히트’는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60억원 대작 항공드라마’ ‘에어시티’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불량커플’도 싱글맘이라는 신소재를 명랑드라마로 녹여내며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드라마의 공간과 소재는 싱글맘과 돈(사채), 백수 등으로 확장됐고, 진지해야 할 것 같은 시대극의 퓨전화까지 시도되고 있다. 특히 수목드라마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높은대로, 낮은 드라마는 낮은대로 개성 있고 알차다.
백수들의 모습을 그린 MBC ‘메리대구 공방전’과 1930년대 시대의 아픔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KBS ‘경성스캔들’은 둘 다 SBS ‘쩐의 전쟁’에 밀려 4~5%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마니아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 커플은 ‘드라마 속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플’ 설문조사에서 베스트커플 1~2위에 오를 정도다.
대진운이 따르지 않은 두 드라마는 시청률이라는 잣대 하나로 가볍게 넘겨버릴 작품이 아니다. 이를 아는 시청자들은 수~목요일만 되면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와 재방송, VOD(인터넷 다시보기)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놓고 갈등한다.
‘메리대구 공방전’은 비주류 인생들을 통해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묘한 어울림을 그려낸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서로 본능적으로 이끌리고 있는 이하나(메리 역)와 지현우(대구 역)는 뻔뻔하고 당당한 ‘백수’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다.
뮤지컬 배우와 무협작가라는 포부를 지니고 있는 이들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 절망하거나 무모한 도전을 벌이기보다는 자신들만의 길을 가는 모습이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경성스캔들’은 암울했던 일제시대를 코믹한 로맨스로 그린다는 점에서 발칙하다. 하지만 연애는 항일투쟁을 위한 위장전술일 뿐이다. “10분이면 경성의 모든 여자를 꼬실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잡지기자 ‘모던 보이’ 선우완(강지환 분)의 능청 맞은 모습이 어색하기는커녕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성스캔들’의 시청자게시판에는 칭찬 일색이다. ‘시청률의 잣대로 이 작품을 예단하지 말라’ ‘경성스캔들은 재미, 흥미, 무게, 깊이, 모두를 갖춘 드라마’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팬들까지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등 국제적인 게시판으로 화제를 모은다.
시청률의 맹주 ‘쩐의 전쟁’은 악덕 사채업자 마동포(이원종 분)로부터 50억원을 빼돌린 금나라(박신양 분)가 새로운 방식의 사채업에 본격 뛰어들어 하우성(신동욱)과의 빅매치를 시작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쩐의 전쟁’의 인기는 혼신의 힘을 쏟는 박신양의 원맨쇼 덕만은 아니다. ‘전설의 사채업자’ 독고철(신구 분)과 ‘사채업계의 큰손’ 봉여사(여운계 분)가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다중적인 성격의 마동포 등이 극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거기에 불공정한 게임인 사채업의 피해자들, 즉 자본주의 사회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 우리의 주인공 금나라가 ‘정의’의 칼을 휘두를 걸 생각하면 분노가 조금은 대리만족된다.
최근 드라마들이 각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건 주목되는 현상이다. 이제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드라마에 시청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시청률이 높건, 낮건 새로운 시도와 함께 같은 내용물이라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 영향을 미쳐 드라마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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