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요즘 방송가는 망가진 캐릭터가 대세다.
과거 망가지는 캐릭터는 대부분 조연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소위 '빛나는 조연'이라는 별칭이 나오기도 하고, 이들은 요즘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가 하면 각종 시상식에서 영예의 조연상을 거머쥐기도 한다.
이제 그 '빛나는' 역할이 주연들에게 넘어왔다. 지난주 첫 방송된 세 드라마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 MBC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KBS2TV 월화드라마 '꽃 찾으러 왔단다'에서 주인공을 맡은 연기자들은 모두 몸 사리지 않고 제대로 망가져 주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먼저 '쩐의 전쟁'에서 사채업자로 변신한 박신양은 그야말로 '거지꼴'을 선보였다. 엄청난 사채 빚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노숙자
신세가 된 금나라를 연기하며 누더기 옷은 물론 부러진 안경, 검댕 묻은 얼굴 등 기존 박신양의 이미지를 잠시 벗어던졌다.
지하철에서 람보 흉내를 내거나 서울역 앞에서 바퀴 달린 선반을 타고 굴러다니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토사물을
맨손으로 긁어모아 재수 없는 옛 친구의 얼굴에 뿌리거나 빚 받으러 찾아간 상가에서 시신의 손가락에 껴있던 반지를 빼 먹어버리는 장면에서는
독기까지 느껴졌다.
한 연예 관계자는 "베테랑 연기자의 내공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역시
박신양은 독한 연기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날 방송을 시작했지만 '쩐의 전쟁'의 우세에 밀려 빛을 못 본 '메리대구 공방전'은 남녀 두 주인공 모두가 망가져 화제다.
무명 무협소설가 강대구 역을 맡은 지현우는 트레이닝복에 폭탄머리로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뮤지컬 배우 지망생 황메리 역을 맡은
이하나는 '삐삐머리'에 우스꽝스런 제스처와 거친 대사,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신인답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
시청률은 다소 낮았지만 컵라면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과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나무밭 결투 상상장면, 시시때때로
마주치며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 등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라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바로 차태현이다. 영화 '복면달호'에서 젊은 트로트가수로 등장해 코믹하고 유쾌한
연기를 펼친 바 있는 차태현은 '꽃 찾으러 왔단다'에서도 지지리도 운 없는 남자 호상 역으로 출연, 시청자들의 기대에 유감없이 부응했다.
돈 달라며 위협하는 사채업자들에게 눈물까지 흘리며 "죽을병에 걸렸으니
보험금 나오면 갚겠다"고 능청을 떠는가 하면, 그들을 피해 건물 창밖에 매달려 있다가 쓰레기 수거차량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는 등 차태현 아니면
보기 힘든 특유의 넉살 연기가 연이어 펼쳐졌다.
이렇게 자신을 버리고 극중 인물에 몰입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는 스타든 아니든,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반드시 갖춰야할 배우들의 기본자세다. 드라마의 시청률을 떠나 이들의 혼신
연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용성기자 lococ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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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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