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박은혜 “영화 주연에 결혼까지 경사 겹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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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 김범석.임현동] 박은혜(30)는 사진 촬영을 위해 가져온 협찬용 부츠 때문에 한바탕 웃었다.

좌우가 맞지 않는 비대칭형이라 "어, 신기해.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라며 깔깔댔다. 코디네이터는 "언니, 그럴 리가 없는데"라며 무안해 했지만 정작 박은혜는 상관없다는 투였다. "괜찮아, 사진에 이런 것까지는 안 나와."

영화 '밤과 낮'(영화사 봄, 홍상수 감독)의 개봉(28일)을 앞둔 박은혜에겐 떨림을 감지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베를린국제영화제까지 다녀왔는데 국내 개봉쯤이야. "어휴, 안 그래요. 지금 태연한 척 하느라 얼마나 힘든데요.(웃음) 저한테는 우리나라 관객이 훨씬 더 소중하죠."

사실 박은혜는 홍상수 감독과 악연(?)으로 점철된 연기자였다. 세 차례나 그의 영화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 4수 끝에, 그것도 노개런티로 '밤과 낮'에 합류하게 됐다. 아무리 명 감독이라지만 이런 악조건을 감수하는 이유는 뭘까?

"감독님들은 크게 두 종류예요. 배우의 기를 뺏어가는 감독, 채워주는 감독. 홍 감독님은 후자라고 들었어요. 제가 몰랐던 저를 발견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컸죠."

결과는 예상대로 만족이었다. 촬영장에서 그날그날 즉석 대사를 받는 기분도 묘했지만 일상에서 감독에게 포착된 '자연인 박은혜'가 영화 속 주인공 유정에 투영되는 경험도 낯설고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사소한 버릇과 말투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은 것이었다.

박은혜는 자신이 연기한 유정의 캐릭터도 촬영을 끝낸 뒤 완벽하게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유정이 후배 포트폴리오를 표절해 학교에서 제적당했는데 정작 박은혜는 촬영 당시 이런 설정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감독님께 이유를 물었더니 너무 밋밋해서 포인트를 주려고 그러셨대요. 김영호 선배와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 저한테 슬쩍 오셔서 '영호한테는 얘기하지 말라'면서 다른 대사를 던져주기도 했어요. 그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담으려고 하신 거죠."

다른 작품처럼 인물 분석에 신경쓰지 않아도 돼 편했고, 덕분에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엔 진짜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감독이 여백을 주면 배우가 알아서 그 여백을 채워가도록 하는 홍상수 만의 작업 방식이 박은혜를 풍요롭게 한 것이다.

난생 처음 농구 드리블도 해봤다. 감독과 첫 미팅이 있던 날 미용실까지 들러 '꽃단장'을 하고 갔는데 뜬금없이 "농구나 하자"고 권했다는 것이다. 연출부 남녀 스태프들과 어울리며 친해지라는 배려였다. 그 뒤로 영화사 가는 날엔 화장도 안 하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박은혜는 "예쁘게 나오는 건 어느 정도 포기했지만 욕설은 정말 못하겠더라"며 "대본에 XX놈이라고 돼 있어서 미친놈으로 바꿔달라고 딱 한번 졸랐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그런 욕도 서슴없이 해봐야 무너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진짜 술을 마시면서 촬영하는 음주장면에선 자신만 멀쩡했다며 뿌듯해 한다. 정종을 마셨는데 두 세 잔 마시고 얼굴이 불탄 고구마처럼 벌개진 김영호는 OK 사인이 난 줄도 모르고 쓰러졌다고 한다.

"저도 술에 약한데 그날 긴장한 덕분에 안 취했나 봐요. 아니면 간이 싱싱해서 그런가? 하하. 감독님이 예전엔 술고래라고 들었는데 요즘엔 건강 때문에 거의 안 드세요."

박은혜는 "사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여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작품이 많았다"며 "'해변의 여인'을 보고도 마음이 안 좋았는데 '밤과 낮'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점을 봤는데 돈 욕심을 버리고 일하면 재물이 저절로 따라오는 점괘래요. 베를린영화제도 다녀왔고, 최근 사극 '이산'에서 중전도 됐잖아요. 아파트 광고 계약도 초읽기예요. 확실히 욕심을 줄이면 기대치가 낮아져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4월 결혼을 발표한 박은혜의 연기 인생 2막이 시작되고 있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200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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