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끝순(연기자 : 정혜선)
  영심의 친정엄마. 평생 헌신하고 희생하는 한국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다.
그녀 나이 서른일곱에 남편은 바람나서 도회지 나가 딴 살림 차리고, 혼자 집 지키고 자식 지키며 평생을 비탈진 다랭이 밭에서 마늘농사 지으며 살고 있다.깎아지른 섬 절벽에 계단식으로 앉아있는 그녀의 다랭이 밭은 비탈지고 땅이 협소해, 간편하고 성능 좋은
농기구도 쓸 수 없다. 소도 도와주지 못한다. 오로지 그녀의 손과 발로 땅을 갈고 덮고 뿌리고 수확하고... 세상은 인공지능 판치는 21세긴데 그녀의 삶은 여태도 청동기의 삶이다.
비탈진 그녀의 밭은 비탈진 그녀의 인생이다. 아무도 아무 것도 와서 도와주지 못하는... 한(限)이 많다. 화(火)가 많다. 해서 가끔씩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구성지다 못해 애달프다. 요즘 그녀, 소주 마시는 재미 붙었다. 적막강산인 그녀의 집에서, 또 그녀의 밭에서, 야금야금 한 모금씩 마시다보니 어느새 소주 반병은 거뜬하다. 사람들 이래서 그 안 좋다는 술 먹구나. 소주 반병 먹고 나면 실실 웃음도 나고 알콜 기운에 그녀의 한(限)도 함께 빠져나가는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사람들 이래서 몸 버려가며 술 마시는구나. 그녀의 몸, 야금야금 먹는 이 술로 손 쓸수 없이 망가지는 날 되면, 까맣게 재가 된 그녀의 심장에 들어붙어 있는 그녀의 화기(火氣)도 다 빠져나갈까?
부잣집에, 쩌렁쩌렁한 대단한 집안에, 잘난 사위한테 시집간 못난 딸이 늘 걱정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악착같이 모가지 비틀어 공부시키는 건데, 그 잘난 사람들한테 얼마나 무시당하며 살고 있을까? 안 봐도 훤하다. 남들 눈 창피하다고 하나 뿐인 딸 결혼식에 사돈인 그녀한테 참석하지 말라고 한 그들이다. 딸은 친정부모도 없이 친정쪽 하객도 하나없이 혼자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
김수미(연기자 : OOO)
  영심의 고향친구. 노처녀다. 털털하다. 영심과 죽이 잘 맞는다. 옥탑방에서 혼자 산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 나왔지만 실력도 없고 빽도 없고 돈도 없어서 좋은 직장 못 얻고 여기 저기 전전하다가, 부잣집으로 시집간 친구 덕에 (주)OO디자인에 행정직원으로 최근에 입사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송혜진 밑에서 잡일한다. 스트레스 만빵이다.
나이도 어린 게 싸가지 바가지다. 전문직 아닌 사람들 사람 취급도 안 한다. 영심의 동서라 확 들이받을 수도 없고 매일 매일 참을 인(忍)자 세 개씩 가슴에 꾹 꾹 새기며 참고 또 참는다. 하지만 언제고 한번은 고 싸가지 없는 년, 부셔버리고 만다 내가!
그녀의 최대 고민은 결혼. 신데렐라 왕자님 만나 하루아침에 왕비 되는 거, 동화 아니다. 가능한 얘기다. 내 친구 영심이를 봐라. 걔, 나보다 나은 것도 없다. 나도 왕자님 만날 거다. 29년을 기다렸는데 더 못 기다릴까. 궁궐 밖으로 안나오는 왕자님 만나려고 그녀 각종 인터넷 동호회 오프라인 모임에 열심이다. 어제는 살사 동호외 오늘은 사진 동호회, 내일은 수영 동호외, 보드게임 동호회, 와인 동호외... 그녀의 변신이 놀랍다. 아, 그녀 결혼정보회사 때문에 무지 열 받았다. 인간이 소 돼지도 아니고, 1 등급 2등급, 3등급... 그녀, 나이에 걸리고 직업에 걸리고 학교에 걸리고 아버지 출신과 재산에 걸리고 최하위등급 도장 받았다. 최하윈 최하위끼리 주선이 된다나? 왕자만나러 갔다가 말 지기만 만났다. 내 돈 내고 이게 무슨 망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