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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의 남성식 형사, 마동석

 

“형사들은 어디 가고 너만 여?어? 피의자야?” <히트>의 첫회, 강력반 형사 차수경(고현정)이 그에게 외쳤다. 남성식 경장, 이 형사인 것 같기도 하고 조폭인 것 같기도 한 남자의 첫 등장은 그만큼 헷갈렸다. “사실 형사와 범죄자는 종잇장 한 장 차이죠.” 그리고 사실은 형사도 조폭도 아닌 배우 마동석이 껄껄 웃는다. “~했지 말입니다” “맞지 싶습니다” 등 군대식 말투와 전라도 사투리 억양을 지운 목소리는 낮고 힘이 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투리 전문배우’

 
“대본에 있는 군인 말투에 감독님께서 전라도 사투리를 섞는 게 어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들을 만나 얘기도 하고 녹음해와서 연습을 했죠. 영화 <천군>에서는 북한군으로 나와 이북 사투리를 썼는데 친구가 얼마 전에 넌 언제 표준말 하냐고 묻더라구요(웃음).” 비록 ‘사투리 전문’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의 고향은 서울. 게다가 1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10여 년을 넘게 산 덕에 영어도 유창하다. 그런데 <히트>에서는 영어 때문에 홍콩에서의 작전에 투입되지 못하는 설정이었으니 아이러니다.

열아홉 나이에 미국 땅에서 주유소, 식당, 옷장사 등 두세 개씩 일을 해가며 자리를 잡고, 체대를 졸업한 뒤에는 트레이너로 수백 명을 가르쳤다.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가 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돈도 꽤 벌기 시작했지만 그는 고등학교 시절 잠시 연극 무대에 올랐던 기억을 놓지 않았다. 개봉하는 영화는 취향과 상관없이 다 챙겨보고 대본을 찾아 읽으며 혼자 연기 트레이닝도 받았다. 그러다 2000년 즈음 <천군>의 민준기 감독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연기를 시작했지만 사고로 어깨를 다쳐 철심을 박은 채 수개월 동안 재활을 해야 했고, <천군>의 일정이 지연되는 사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하나는 개봉을 하지 못한 데다 나머지 하나에서는 출연분이 모두 편집되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다른 배우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연기자가 아니라 운동하는 사람으로만 보이는 게 싫어서 다시 연기에만 전념했다.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떨어진 적도 많고, 다 준비하고 기다리는데 작품이 엎어진 적도 있다. 나이 서른, 남들이라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안정을 찾을 나이에 뛰어든 새 길은 막막하고 험했다. “이미 각오하고 왔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섭섭하다기보단 ‘다음 거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동안 내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오가며 폭넓고 굴곡 있게 살면서 배운 게 있습니다.” 덤덤하고도 당당하게 그는 회상한다.

운동도 연기도 수련의 과정

“처음에 내 모습을 스크린으로 봤을 땐 좀 창피했죠. 그런데 기분이 좋더라구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못하고 창피한 부분이 있는데 그래도 완성된 걸 보면 보람이 있어요.” 연기가 힘들거나 고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는 연기를 운동에 빗대어 의미를 부여한다. “해보면 산 넘어 산이죠. 몸이 조금 좋아지면 더 좋은 사람이 있고, 그래서 계속 내 몸을 만들고 다듬어도 항상 그 위에 더 큰 선수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좌절하기보다는 계속 열심히 하고, 궤도에 올라도 겸손할 수 있는 자세를 배우게 돼요.”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깡패나 형사 역할이 유독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는다. “저는 저 자신을 좀 잘 아는데, 사실 상품 가치나 스타성이 높은 멋진 인물은 아니잖습니까.” 배우는 유명하든 아니든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필요 없는 존재가 되니까 일단 불러주는 데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싶다고 묵직하게 덧붙이는 그에게서 “한 번 팀은 영원한 팀”이라고 부르짖던 남형사의 굳은 심지가 느껴진다.

“학생 때 음악을 잠시 했지만 그냥 좋아서 한 거지 큰 목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은 직업으로 하면서 가는 데까지 가보려고 좀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걸로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어느새 군대식 말투로 돌아온 그가 갑자기 왼쪽 가슴께를 탁 친다. “열정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그런 걸 갖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마동석은 비록 멋진 ‘인물’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멋진 ‘인간’이었다.

(글) 최지은 guilty@t-fac.com

(사진) 이원우 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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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8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