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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방에 다다른 MBC '궁'(극본 인은아 연출 황인뢰)에서 주인공 채경(윤은혜)의 변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채경이는 변한 걸까? 성장하는 걸까?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하에 황태자와 평범한 여고생의 결혼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궁'은 초반 명랑하고 코믹한 채경과 차가운 황태자 신이의 티격태격한 다툼으로 시선을 끌었다.
반면 후반부에는 처음 어떤 일이든 씩씩하고 명랑했던 채경이 황태자 신이(주지훈)와 시동생 율이(김정훈)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면서 명랑하던 극 분위기도 심각하게 돌아섰다.
지난 23일 방송된 22부에서 채경은 폐비가 되기를 원하며, 신이는 왕권을 둘러싼 음모에 휘말려 불길에 휩싸이는 등 극의 갈등에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대해 "채경 캐릭터가 변화했다","애초 상큼발랄하던 드라마 고유의 색이 변했다"는 의견과 "성장 드라마인만큼 당연한 수순이다","시청자들이 남자 주인공의 성장이나 변화에는 관대하면서 여자 주인공의 성장을 위한 흔들림에는 유독 까칠하다"는 해석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유독 채경이의 변화에는 까칠한 이유
애초 성장드라마를 지향한 만큼 현재 '궁'의 두 남녀 주인공 채경과 신이는 똑같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신이는 황실에서 태어난 자신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벗어나고만 싶어하는 인물에서 채경과의 만남을 통해 황실의 중요성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는 인물로 올랐다. 신의 연적인 율이 역시도 어머니의 손에 잡힌 유약한 소년이었으나 채경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는 인물로 변했다.
오히려 채경이 캐릭터는 마냥 명랑하고 걱정없이 낙천적이던 만화 속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해 흔들리고 우유부단해 하고 불안해하는 캐릭터로 변했다. 그는 시동생인 율이의 사랑에 흔들리고, 폐비가 되기를 원하고, 이혼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등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간다.
이중 초반 남자 주인공의 미숙함에는 관용적이며 오히려 어떻게 변해갈지에 주목하던 시청자들이, 유독 여자 주인공이 흔들리며 미숙한 모습을 노출하는데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은 흥미롭다.
대게의 시청자들이 자신과 같은 성의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고 동일시하며 스토리를 즐기는 패턴을 생각할 때, 여성 층 시청자가 압도적인 '궁'의 경우 느긋하고 낙천적이며 만화 속 캐릭터 그 자체인 채경은 편안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채경이의 낙관적인 성격이 무너지고 미숙함을 노출하자, 시청자의 감정이입 지점이 무너졌다.감정이입을 배제하고 일정정도 거리감을 둔 채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한, 자신이 감정이입하던 인물이 변화한다면, 그것이 결국 성장을 위해서일지라도 시청자는 일정정도 배신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오해가 거듭할 수록 주인공과 시청자는 멀어져
물론 대리만족을 위해 주인공에게서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하며, 보기 불편한 부분은 외면해 버리는 시청 패턴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궁'의 경우 채경 캐릭터의 변화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짜임새 있는 에피소드보다는 '꼭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엿듣다가 끝까지 안들어보고 혼자 오해하는' 할리 퀸 로맨스의 절대법칙을 남용했다. 이미 떠난 효린(송지효)과 신이의 이야기를 오해하는 채경이나, 채경이 율이의 부추김에 쉽게 넘어가며 신이와 엇갈리는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반복됐고 길어졌다.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오해가 지루하게 거듭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감정이입하던 여자 주인공만이 이를 알지 못하고 혼자 방황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은 시청자의 공감이나 지지를 얻는데 힘에 부친다.
시청자와 주인공, 지나치게 늘어진 오해의 과정 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가는지가 이제 2회를 남겨놓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궁'의 관건이다. 화려한 영상미, 건너다 바라보는 독특한 연출양식, 과감한 만화적 상상력 등으로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를 시도했던 '궁'이 그 새로움을 끝까지 지켜갈 수 있을지, 애초 지향했던대로 다양한 캐릭터들의 성장을 끌어내는 성장드라마로 막을 내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