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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의 숨은 주인공 대략 귀여운 황태후마마!
황태후마마로 분한 김혜자 씨 ⓒ imbc

한국의 어머니에서 귀여운 할머니로 변신한 김혜자

배우의 나이테는 오래될 수록 빛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시오? 사실 배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쉬운 부분이 아닐 터. 특히, 여배우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오.

좀 더 예뻐 보이기 위해서, 아직도 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수술을 택하는 이들도 있을테고, 운동으로 자신의 건강과 미모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소. 또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변함이 없어 의아하게 만든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지 않고 맞지 않은 역할을 굳이 하려는 이들도 있었소.

물론 이 이야기는 몇 년전에 해당하는 사실이오. 지금은 사고가 많이 바뀌어 나이가 들수록 연륜이 묻어나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며, 자신의 주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배우들도 많소.

그 면에서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삼순이로 분한 김선아, 은퇴해 아쉬움을 남겼던 춘희로 분한 심은하의 노메이크업은 참으로 신선했고, 진정한 배우로서였소.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여러 잡설을 한다고 본론을 말하라 종용한다면 바로 김혜자라는 한국의 어머니때문이오.

전원일기에서 김회장을 조신하게 내조하며, 자식들에겐 온화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몇 십년을 우리 곁은 지킨 그녀요. 이젠 관록의 배우답게 MBC 드라마 <궁>에서 이름에 걸맞는 연기를 펼치고 있어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소.

드라마 <궁>은 지금이야 안티팬 하나 없이 인기리에 방영하며 수목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드라마를 방영하기 전까지 주인공들의 미스캐스팅이 논란이 되어 여러 기우가 있었소. 그나마 김혜자, 심혜진, 윤유선, 강남길, 임예진 등 중견배우들이 중심축을 잡아주리라 기대했을 뿐. 드라마의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 많이들 반신반의했소.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견배우들의 연기는 역시나 극의 산만한 분위기를 잡아줄 수 있는 중심축 역할(물론 네 명의 주인공도 연기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고 하여, 네티즌들이 인정을 하고 있소만)을 하였지요.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배우가 바로 김혜자 황태후마마요. 언제나 우리에겐 한국의 어머니로서 드라마 상에서서 황태후마마의 캐릭터는 지혜로운 어머니였소. 그러나 전원일기가 종영된 뒤, 단막극에 잠깐 출연했을 뿐, 도통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소.

그런데 난데없이 브라운관에서 황태후마마로 나오질 않소. 그래서 당연히 지혜롭고, 점잖을 것만 같던 황태후마마가 나올거라 믿어의심치 않았지만 웬걸 몰래 <내 이름은 삼순이>를 보면서 박장대소를 하는 약간의 푼수기질이 다분한 황태후마마였소.

그 문제의 장면이 방영될 때 단박에 알아야 했소. 황태후 마마의 연기 변신을. 늘 한국의 어머니라는 명예와 굴레를 동시에 씌웠던 것이오. 20여년 간을 그렇게 전원일기에 김회장 부인으로, 어머니로 살았던 것이지요. 그 얼마나 연기 변신의 갈증이 있었으리 쉬이 짐작이 되오.

어떤 한 인터뷰 기사에서 황태후마마가 이런 말씀을 했다지요.
"아무 작품에나 출연하지 않소. 작품과 배역이 마음에 들어야 하며, 중요한
태자비가 그린 초상화에
주름이 많다는 이유로
삐쳐있는 귀여운 황태후마마 ⓒ imbc

요소가 하나 더 있소. 바로 주인공이어야 되오"

참으로 순진무구하기도 하지요. 늘 배우들의 형식적이고 뻔한 대답이 있지 않소. 배역에 상관없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소. 그럼에도 황태후마마는 역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소. 그런 소신 끝에 드라마 <궁>을 택한 것이오. 물론 황인뢰 감독의 신뢰도 작용(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황태후마마가 출연한 바 있소)하였을 터.

우리의 황태후마마의 선택은 탁월했소. 극중에서 분명 주인공들은 따로 있지만 궁안에서 만큼은 황태후마마가 안주인이오.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드라마를 보며 깔깔 거리고, 태자비의 '열공', '대략난감'이란 말을 배워 본인도 사용하는 등 한 마디로 귀엽소.

나이테가 나름대로 있어 귀엽다라는 말이 참으로 쓰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어찌하오.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우리에게 찾아왔으니 말이오. 그러면서 극의 흐름을 중심에서 잡아주고 있소.

그것은 바로 태자비와의 교감이오. 신구세대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 용어와 고어를 상대적으로 보여주어 이끌어냈는데, 이젠 태자비가 고어를, 황태후마마가 인터넷용어를 사용하고 있지않소.

그런 신구세대의 차이와 공감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장본인이 바로 황태후마마요. 포토샵을 해주지 않고 사실적으로 초상화를 그렸다고 토라지는 황태후마마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의 어머니가 아니였소.

<궁>에서 귀여운 황태후마마의 캐릭터 그대로였소. 역시나 관록의 배우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오. 전원일기에서의 어머니의 모습과 궁에서의 할머니 모습은 극과 극의 대립임에도 역할에 따라 변신하는 황태후마마의 연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소.

그것이 바로 배우 황태후마마의 모습이였소. 또한 황태후마마의 연기가 빛을 발휘하는 대목은 궁중의 위엄과 고뇌를 아울러 표현한 부분이오.

효혈황태자(김상중 분)의 추존 문제에 있어 서열문제로 갈등하는 와중에, 마냥 귀엽기만 하던 할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일사천리로 추존을 해결하는 모습은 바로 궁중의 지엄하신 황태후마마 본연의 모습이었소.

그럼에도 바로 배우 김혜자였기에 그러한 황태후마마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할 수 있소. 물론 지금 시대의 페미니즘에 근거해서 본다면 참으로 구시대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소. 제주도에 태자와 태자비와 일탈을 하던 그 날, 주무시면서 꿈 속에 '성조대왕!'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봉건시대적인 여성 모습 그대로였소. 하지만 그럼에도 반발심이 들지 않는 것은 황태후마마의 연기 때문이 아닐까하오.

또한 앞으로 극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황태후마마가 어떠한 선택과 결정을 할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소. 이러한 기대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황태후마마의 능력이 아닐까 싶소.

분명한 건 김혜자라는 배우는 그 나이테에 맞게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흐름의 중심축을 담당하며, "노장은 죽지않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고 있소. 김혜자. 황태후마마의 연기인생을 이쯤에서 한번 기대해도 될 듯 싶소.


[데일리안 윤순년]






2006-03-05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