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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재미있는 것일까. 드라마의 그림이 좋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듯한 조명, 때깔 좋고 품위 넘치는 의상, 세트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세트 등이 보기에 좋다. 극본의 기술도 좋다고 봐야 한다. 또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여 있는 상상의 시공간에 드라마가 들어앉아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궁>은 나를 포함한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고, 작가 연출가 황인뢰의 대중성을 강력하게 시위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드라마의 진짜 흥행 요소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궁>은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대범한 신데렐라 스토리인 덕분에 세상 사람들을 매료시킨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얼마 전 민언련이 50개 드라마 등장 인물의 직업을 분석해 전문직(21.3%)과 경영인 및 재벌 2·3세(17.3%)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그들 현대판 귀족들은 황태자 신에 비하면 미물이다. 황태자는 고귀하다. 절대적인 존경과 극진한 보호의 대상이다. 누구도 그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머리를 조아린다. 돈 걱정 따위도 하지 않는다. 황태자는 일류 재벌의 2세라도 꿈만 꿀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가졌다.
가난한 평민가 출신인 채경은 행운아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진 황태자와 사랑을 키운다. 게다가 또 다른 왕족 율도 그녀에게 사랑을 호소한다. 신이 가장 막강하듯 채경도 보기 드문 슈퍼 신데렐라다. 그녀가 사랑을 쟁취한다면 부와 존경과 선망은 물론 국모로서의 지위도 얻게 된다. 왕자의 여자였던 신데렐라와 채경은 동급이다. 신과 채경은 가장 화려한 무대에서 사랑 게임을 벌이는 명품 커플이다. 보기에 좋고 이목을 끌기에 좋은 조건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궁>이 시류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근래 드라마들은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발뺌하려 안간힘을 쓴다. 가령 <파리의 연인>은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 상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 처리해서 비난을 피하려 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도 갑부 집의 아들을 쟁취하지만 사랑이 잠정적일 뿐이라 엄살을 떨었다. 노골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는 이제 다들 피하고 있다. 그러나 황인뢰의 <궁>은 대범하다. 진짜 왕자 그리고 진짜 신데렐라의 러브스토리여도 조금도 문제없다는 태도다.
<궁>의 대범함은 여러모로 빛난다. 10대 청소년 커플의 '합방' -운우지정은 없는-을 '안방극장'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고등학생 황태자는 여인과 태국의 모텔 방으로 숨어들었고 공항에서 입맞춤을 나눴다. <궁>은 간접 광고도 두려움 없이 해치운다. 곰
인형 박물관까지 가서 촬영을 했었다. 그러나 거부감이나 시비는 없는 것 같다. 세상이 바보라서 그런가. 아니다. 황인뢰가 타고난 슈퍼
전략가다.
[필름 2.0
이영재(컬티즌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