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가 안방극장서 뜨는 까닭은
[조선일보 최승현기자]
드라마, 영화에서 극중 인물 이름이 갖는 함의는 더 직선적이다. ‘가을 동화’의 아름다운 주인공이 은서, 준서이고, ‘사랑과 야망’에는
태수, 미자 같은 이름이 나온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어떤 캐릭터일지 대충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등장했던 추억의
남자 이름 대명사 ‘철수’가 요즘 뜨는 이유는 뭘까?
MBC ‘여우야 뭐하니’, ‘환상의 커플’, TVN ‘하이에나’. 성은 각각 박, 장, 김으로 달라도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모두 철수다.
가수 이정현의 신곡 제목도 ‘철수야 사랑해’. 3명의 철수는 통한다. 24세까지 동정(童貞)을 잃지 않았으며 뒤늦게 9세 연상 누나를 미욱스럽게
쫓아다니거나(박), 단돈 100원에 벌벌 떠는 ‘구두쇠’지만 사고로 죽은 형의 자식 3명을 기꺼이 맡아 키우고(장), 결혼식 전날 술 마시고
늦잠 자 파혼당하면서도 실연당한 여자를 위해 친구가 돼주는(김) 것이 철수의 ‘활약상’. ‘순수한 의리파’인 셈이다. ‘철수야 사랑해’에서도
민수, 창수, 성수, 광수, 동수, 영수에게 상처받은 ‘화자(話者)’는 결국 철수에게 안착한다. ‘환상의 커플’ 홍정은 작가는 “단순하고
순박하면서 착한 이미지, 그렇지만 촌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 이름으로 철수를 골랐다”며 “다른 드라마에서 철수라는 이름이 쓰이고 있어 맥이 좀
빠졌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철수’처럼 평범해 보이는 이름이 드라마에서 각광 받는 것은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박한 인생살이에 지쳐 TV에서 안식을 찾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진헌(‘내 이름은 김삼순’), 인하(‘올인’)와 철수의 감성은 확실히 다르다. 작년 여자 이름 ‘~순이’가 떴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한 가지, 철수는 더 이상 흔한 이름이 아니다. 한국전화번호부 주식회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김씨 성을 가진 사람 중 철수는
2727명으로 50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 작명가로 활동 중인 전 숙명여대 교수 정현우(68)씨는 “철수라는 이름은 ‘발음오행’의 기준에 따르면
감상적, 즉흥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스타일의 이름이 아니라서 그간 2000여 명을 작명해줬지만 한번도 철수라고 지어본 적
없다”고 했다.
(최승현기자 [ 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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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3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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