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나 연기자만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별 뒤에 숨어 있는 연출가도 스타가 된다. 톱스타 심은하 주연의 ‘청춘의 덫’과 ‘M’을 비롯해
‘경찰특공대’ ‘홍길동’ 등 쟁쟁한 인기 드라마들을 만든 정세호 PD 역시 스타 연출가들 중 한명이다. 멜로와
액션, 사극과 스릴러를 종횡무진하며 대박을 터트리면서 MBC의 간판 연출가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가 좀 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해 MBC를
떠난지 어느덧 10년. 프리랜서의 위치를 끈질기게 고집한 그는 10년만에 MBC로 귀향했다. ‘신돈’의 뒤를 이어 오는 13일 방송을 시작하는 새
드라마 ‘불꽃놀이’를 통해 17년 연출 인생의 불꽃을
터트리겠다는 그를 만났다.
-오랜만에 MBC로 돌아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정들었던 선후배들과 호흡을 다시
맞춰보니 감격스럽다. 얼마전 음식점을 냈다가 실패를 겪으면서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작품을 함께 하고 있는 김영철 카메라 감독도 MBC 시절에는 ‘설운도와
태진아’로 불렸을 만큼 동고동락했던 선배인데 다시 만나게돼 기쁘다. 오랫동안 잊었던 사람들의 향기를 다시 맡아보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MBC 드라마가 부진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내가 힘이 될 수 있을지 부담도 많이 생긴다.
-심은하와의 각별한 인연은
변함 없는지?
인터뷰를 하면 심은하에 대한 질문을 빠짐없이 받는다. 이제는 심은하에 대한 코멘트는 자제하고 싶다. 방송계에 알려진
것처럼 내가 오늘날의 심은하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은하는 발굴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스타가 될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정상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임권택 감독을 존경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50대에
들어서야 대작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지금까지는 훈련을 반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야 드라마에 대해 조금 알 것같고 진짜 내
이름을 걸 수 있는 명작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물론 나의 대표작인 ‘청춘의 덫’같은 작품을 또 만들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좋은 대본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다시 나의 한계를 뛰어넘어보고 싶다. 이번 작품은 연출 인생의 두번째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17년동안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얻은 비결이 있다면?
드라마는 기계가 찍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PD는 연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촬영장 밖에서도 인간관계에 신경써야 한다. 이번 작품에 주연을 맡은 한채영도 예전에 ‘정’이란 작품을 함께 하면서
알게됐다. 당시 좋은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내가 부른다면 매니저가 말리더라도 오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김석훈이나 임예진 등도 이번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의 한류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몇몇 작품들은 시작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서
한류에 편승하려고 하는데 나의 생각은 다르다. 굳이 한류를 위해서 드라마를 만들 필요는 없다. 시청자들을 위해 열심히 땀흘려 드라마를 만들다보면
그것이 인기 드라마가 되고 한류 드라마가 될 수 있다. 드라마는 만국공통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아시아 전체에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연출가들이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후배 연출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최근 드라마들은 이야기 전달보다 영상미에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연출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전달하는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영상이 아무리 멋지더라도 이야기가 지루하다면 시청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와 영화는 확실히
다른 장르다. 머리가 아니라 체력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