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MBC 특별 기획 드라마 대장금(大長今) 기획: 조중현 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 방송: 월,화 밤 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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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작가 김영현씨 "권선징악은 사필귀정”
장금의 복수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2일 방영된 MBC 드라마 ‘대장금’ 48회분에서 장금은 어머니와 한상궁의 한(恨)을 풀고 숙원(宿願)이던 수라간 최고상궁 자리에 오랐다.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온 몸으로 부르짖는 이 드라마의 작가 김영현 씨는 쌍꺼풀 짙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세상 이치가 곧 그런 것 아닌가요”라고 했다.

“올곧기만 한 주인공들의 이야기. 사실, 쓰면서는 답답해요. 운신의 폭이 좁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좋아요. 선이 굵은 사람이요. 잔 일에 신경쓰고 예민한 사람보다는 행동이 명쾌하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그는 “설령 악인(惡人)일지라도 뚜렷한 원칙이 있는 악인은 상관없다”며 “그래서 극중의 최상궁에게는 애착이 많이 간다”고 했다.

사실 ‘대장금’에 완전한 악녀(惡女)는 없다. 그는 최상궁과 금영은 집안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면서 숙명적으로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인물로, 의녀 열이는 고아인 자신을 거둬준 전 제조상궁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한 방편으로 권모술수를 택하는 인물로 그렸다. 드라마 속 남성의 악행에 대해서는 어떤 부연설명도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궁녀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와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세당한 채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삶,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울지 저는 느껴졌어요.

극중에서 정상궁이 한상궁에게 말하쟎아요. 궁(宮)은 외로운 곳이라고. 다들 외로움에 지쳐 시기와 질투를 일삼고, 권모술수를 쓰는 것이니 그들을 불쌍히 여기라고.”

권력을 탐해 스스로를 괴롭히며 애꿎은 이들의 피와 눈물을 그러쥐는 이들에 대한 연민은 삶에서 직접 배웠다고 했다.

“어리고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시달리며 괴로워 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나를 못살게 군 이들이 가여워지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사람을 미워한다는 게 참 힘든 일이거든요. 지금은 그 시절에 감사해요. 그 시절이 없었다면 이런 드라마를 쓰지 못했겠죠.”

그는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 ‘어머니’의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대장금’의 핵심 주제”라고 말했다. “무릇 음식을 만드는 이, 의술을 행하는 이의 마음은 어머니의 것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를 긍휼(矜恤)히 여기는 것이 곧 ‘모성(母性)’ 아닌가요.” ‘대장금’에 등장하는 ‘어머니’들, 자애로운 정상궁과 현명한 한상궁에 그는 20년간 폐결핵을 앓아온 아버지 병수발을 들면서도 불평 한 번 않던 자신의 어머니를 그대로 녹여넣었다.

그는 TV를 밥보다 좋아했다는 어린 시절은 물론, ‘연세대 경제학과 85학번’으로 불리며 세상과 맞서 싸웠던 시절에도, 대학 졸업 후1년 반동안의 백수 시절에도, 심지어는 잠시 경제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때조차 세상에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1991년 말 호기심에 우연히 한국종합학교 방송창작반에 등록한 게 인연이 돼 방송작가가 됐어요.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 평생 한 번도 없어요. 그게 사실 제겐 컴플렉스예요.”

“왜 글을 쓰게 됐느냐”는 질문에 “정말 이유가 없다”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말하는 그의 얼굴 위로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는 어린 장금의 명(名)대사가 겹쳐졌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2004-03-08(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