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MBC 특별 기획 드라마 대장금(大長今) 기획: 조중현 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 방송: 월,화 밤 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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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PD에 물어보는 '대장금' 6가지 궁금증
‘대장금’ 신드롬이 거세다. 신분과 성의 굴레를 벗고 최고의 요리사로, 또 왕의 주치의로까지 성공한 조선조 중종 때 실존 여성 서장금의 일대기를 그린 이 MBC 50부작 드라마는 방영 한 달 만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40%를 돌파했다. 28일 방영된 14회분 시청률은 44.1%(AC닐슨 조사)였다.

그 시간에 TV를 안 본 사람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 국민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 ‘대장금’에 채널을 고정시켰다는 뜻이다.

달포 전만 해도 생소했던 궁중음식은 항공사의 기내식 메뉴로까지 등장했고, 한정식집, 떡집, 전통주 업체 등은 자신의 상호와 상품명을 ‘대장금’으로 바꾸고 있다.

휴대폰 벨소리도 ‘대장금’ 주제음악이 도처에서 울리고, ‘만화 대장금’이 출간됐으며 대만, 홍콩 등 아시아 방송사들까지 취재를 위해 의정부 MBC 오픈세트를 찾았다.

이 ‘대장금 지진’의 진앙(震央)에 이병훈(李丙勳) PD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 ‘암행어사’ ‘허준’ ‘상도’ ‘대장금’으로 이어지는 이 ‘사극의 달인’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만났다. 밤샘 촬영 후 최종 편집에 몰두하고 있던 그에게 물어본 ‘대장금’에 관한 6가지 호기심.

■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화제작 ‘다모’는 방송사 홈페이지에 오른 글만 100만건이 넘었지만, 시청률은 20%대에 그쳤다. 반면 ‘대장금’은 “예측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시청률이 40%를 넘고 있는데..

“내 연출 원칙은 ‘드라마는 쉬워야 한다’는 거다. 전작 ‘상도’를 하면서 배운 게 있다. 주인공이 놋그릇 만드는 법 배우는 과정을 엄청나게 공들여 찍었는데 시청률은 십몇%가 나왔다.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 느꼈다. 시청자는 변덕스러울 권리도 있고, 고급스러울 권리도 있고,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시청자는 편하게 TV를 보고 싶어하고, 제작진은 그에 맞춰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

■ 화려한 궁중음식이 볼거리다.

“한복려 원장의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항상 2~3명이 녹화 현장에 나와 직접 만든다. 우스운 얘기 하나 할까. 그 온갖 종류의 신기한 궁중음식을 제작진은 한번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타이밍이 안 맞아서 5~6시간 걸려 음식 촬영 끝내고 나면 이미 ‘최고의 맛’을 넘어 ‘쉬기 직전의 맛’이기 일쑤다. 엊그제는 간장 떡볶이 촬영 신이 있었는데, 그렇게 서둘러 1시간 만에 찍었는 데도 벌써 불어 터져 있었다. 다들 젓가락을 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 특이하게도 ‘대장금’에는 러브스토리가 별로 없다. 그래서 ‘찔끔 멜로’라는 별명도 붙었다는데.

“사실 고민이다. 궁녀들이 ‘왕의 여자’이다 보니, 이영애와 지진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다음주부터는 장금이를 궁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50부를 끌어가려면 ‘러브스토리’가 없으면 안 된다. 재미있는 사건을 계속 만드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 사극을 처음 쓰는 30대 여성작가 김영현씨에게 50부작을 맡겼다. 모험 아니었나.

“이제와서 고백하는데 방송사에서는 그 이유 때문에 최종 결재를 한 달이나 미뤘다. 이제는 그 걱정이 기우로 확인됐지만.(웃음) 김영현씨와는 지난 번 ‘상도’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 스토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나와 드라마관이 일치한다. 특히 초반 원고를 보고 작가의 상상력과 발상에 감탄했다. 한자를 ‘파자(破字)’해서 주인공의 운명을 풀어낸 에피소드 등은 전적으로 작가의 공이다.”

■ 전반부는 수라간 궁녀 이야기라 음식 이야기가 대종(大宗)이지만, 후반부는 장금이가 의녀로 활동하는 부분이라 ‘여자 허준’이란 비판이 거세질 것 같은데.

“그래서 스스로도 경계하고 있다. 혹시라도 소재가 떨어지면 ‘허준’ 때 썼던 에피소드를 자기복제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고백했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허준’과 달리 ‘대장금’에서는 남성 의관과 여성 의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내 연출관은 감동과 유익함을 함께 주는 것이다. 희생적인 행동, 휴머니즘을 통한 감동 등은 결국 공통점이다.”

■ ‘조선왕조 500년’을 소재로 해서만 1시간짜리 450편을 넘게 만들었다고 들었다. 그때와 지금 사극의 트렌드 변화를 말해본다면.

“60, 70년대 사극은 주로 전설을 극화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80년대는 실록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됐다. ‘조선왕조 500년’도 그런 예일 것이다. 90년대는 정사에서 야사로 옮겨가던 때다. 2000년 들어와서는 주인공에 변화가 생겼다. 왕과 귀족의 드라마에서 서민들과 평민들로까지 다양화됐다. ‘다모’ ‘대장금’이 그 예다.”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2003-10-31(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