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이 20∼30대 여성
시청자의 지지에 힘입어 월화극 왕자로 입지를 굳혔다. ‘커프’는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방송 5회째인 16일 전국 시청률 19.3%를 기록해
경쟁프로그램인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15.5%)와 KBS 2TV ‘한성별곡’(6.7%)을 따돌렸다. ‘주몽’ 이후 시청률 가뭄에 허덕이던
MBC가 모처럼 단비를 만나게 된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원작과 각자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 드라마 ‘태릉 선수촌’(2005)에서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줬던 이윤정
PD 등 드라마가 가진 미덕은 셀 수 없다. 하지만 누구도 드라마 인기 중심에 윤은혜라는 불과 2년차 연기자가 있음을 부인하긴 힘들다.
윤은혜는 극에서 커피 향을 식별하는 절대후각을 지닌 커피프린스 종업원 ‘고은찬’ 역을 맡고 있다. 밥을 무척 많이 먹고 싸움도 잘하고
성격도 털털한 ‘남장여자’이다. 윤은혜는 특유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 걸걸한 목소리에 남자 같은 표정과 말투, 행동을 덧입혀 그 어떤
영화·드라마 속 ‘톰보이’보다 훨씬 매력적인 중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아직은 덜 다듬어진 대사 처리와 감정 표현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정도이다. 사내아이 같은 고은찬은 젊은 여심을 붙잡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시청률 분포도를 살펴보면 20∼30대 여성 시청자층이 타 드라마에
비해 유독 높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은찬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글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김경희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벌 설 때도 완전 애기 얼굴에 물장구치며 웃음을 그칠 줄 모르는 게 너무 귀엽고 예쁘다”면서 “딱 데리고 와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적었다. 정은정씨도 “공유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은찬이 생각만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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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연들.
왼쪽부터 이선균, 채정안, 윤은혜, 공유. |
젊은 여성이 중성적인 캐릭터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중성은 여성과 남성, 소녀와 여인, 반듯함과 삐딱함의 중간에 서 있다. 외견상 연애
감정은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선머슴이면서도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성으로부터 사랑받는 여자를 꿈꾼다. 한참 꿈꿀 나이면서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며, 힘겨운 세파를 건너면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은찬의 모습에 젊은 여성은 자신의 지난 연민과 현재의 연애와
앞으로의 판타지를 대입하게 된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커프’는 여느 드라마처럼 노골적으로 신분상승의 욕망을 그리진 않는다”면서 “꿈틀대는 욕망 대신 누구나 선망하고픈
편안한 흐뭇함을 그려낸다”고 분석했다. 사실 ‘커프’의 초반 인기는 캐릭터의 힘에 기댄 바 크다. 중성적인 매력의 은찬뿐만 아니라 다혈질이면서
부드러운 한결(공유), 차분하면서도 감성적인 한성(이선균), 섬세하면서 자유분방한 유주(채정안)와 김창완, 박원숙 등 중견연기자들이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인기와 별개로 캐릭터의 긴장감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그럴듯한 아류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트렌디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여는 드라마로 남을 것인가. 연기자와 제작진의 어깨가 가벼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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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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