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MBC베스트극장 방송 : 매주 금요일 밤 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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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여인준 조회:
<베스트 극장> 극본 공모를 마치고...
이번 공모에 관해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글들을 모조리 읽었습니다.
그간 올라온 많은 얘기 좀더 나아가서 의혹 내진 과정상의 잘못 등등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예 단순하게 잘 했냐 못 했냐, 했을 땐 제가 잘 하지 못한 거 같아 적적 늘여 뭔가를 부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진술은 자의적으로, 그리고 시간 순으로 쓰겠습니다.

? - 3월 16일 '공모 준비 및 예고'

올해 공모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응모와 수상작 결정에 있어 예년과 같은 과정,절차를 밟기로 결정됐습니다.
기안 올리고 예산 편성하고 기타 등등 행정 처리하고, 대본 접수에 관한 사항들 체크하고, 방송, 인터넷, ARS 등등 예고 만들고 게시하고 그랬고...
방송 예고, 좀 신선하고 기발하고 그렇게 갈까 하는 맘 없지 않았습니다만, 티저 낼 상황은 아무래도 아닌 거 같고, 능력 부족이란 좋은 핑계로 꼴랑 하나 아주 노말하게 만들었습니다. 
글자가 잘 보이고, 성우 목소리나 분명하게 들리고, 접수 날짜 충분히 확보하는 게 공지란 본질에 더 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3월 17일 - 31일 '대본 접수'

대본이 참 많이 오더군요. 특히 31일에. 아마도 다음 공모부턴 접수 기간을 굳이 늘려잡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드라마 연습실 하나를 통째로 내어 대본을 쌓았습니다. 

4월 1일 - 8일 '심사 준비'

한편으론 데이터베이스화하면서 늦게 온 원고들 접수했습니다. 지금 기억 나는 원고가 하나 있는데, 외국에서 온 원고였어요. 아내가 쓴 걸 남편이 보낸 거였는데, 자기가 미리 보다가 커피를 쏟았는데 시일이 촉박한 거 같아 그냥 보냈고 아내한테 너무 미안하다, 
그런 편지를 동봉하셨더군요. 그 아내 되시는 분 행복하시겠다 생각 들더라구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규정 위반일 수 있겠지만 정리 작업 중에 늦게 온 원고들도 모두 접수했습니다. 그래야 될 거 같아서요. 혹시나 기분 상하실 분 있으실 지 모르겠지만, 
음... 늦게 도착한 원고들 중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대본은 없으니 괜한 의혹은 가지지 마셨음 합니다.

작업 중, 아르바이트하는 처녀들한테 주지한 점은 블라인드 테스트.
표지 띄어내고, 이름이나 전화번호, 기타 자기 소개 모두 지워버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최종심 사정 회의에서 당선작 내정을 마친 다음, 이 사람이 당선됐어? 이 작품이 그 사람이 쓴 거야? 
그런 말 참 많이 나왔습니다. 

상당히 단순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표지 바꿔달기 만만치 않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6일까지 마치는 거였기에, 막판엔 잠 안 재우구 풀루 돌리고 다른 알바생들로 교체하고 난리를 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본의 일부 심지어 전부가 망실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그런 대본들에 대해선 연락을 취해 메일로 받았습니다.
물론 이름 연락처 심지어 제목이 없는 대본들에 대해서 빈칸 채우는 것도 하는 만큼은 다 했습니다. 이 때 제 전화 받으신 분 상당히 많을 겁니다.

4월 9일 - 5월 18일 '1차 심사'

총 3176편을 18명의 피디들이 나눠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심사할 대본의 수가 많다보니, 모두들 힘들어하셨습니다. 현업하고 걸린 분들도 있었구요.
기준이랄까? 그걸 궁금해들 하실 거 같은데 명확한 말씀을 드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냥 제 얘길할게요. 사실 저는 조연출이어서 심사할 자격이 애매한데도 단지 심사위원이 부족하단 이유로 끼게 된 거 같습니다. 이런 말 함, 또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제 손에 들린 대본들은 소재나 전개가 참신하고 아귀가 잘 맞아떨지는 쪽이었습니다.
200편을 봤는데, 읽으면서 재미도 났고 짜증도 무척 많이 났습니다.
노처녀, 미혼모, 계모, 바람난 아버지... 저한테 걸리신 분들은 다 떨어졌습니다.
노처녀, 미혼모, 계모, 바람난 아버지가 어떤 사건을 일으켰거나 개입이 됐음 싶었는데, 그저 그 얘기뿐이더군요. 

그리곤 열여섯편을 골랐는데, 다른 분들에 비해 많은 거 같아 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선배한테 조언을 구했죠. 선배는 제게 정답을 말해줬습니다.
'니가 연출하구 싶은 걸 고르면 돼!'
그럼 절반도 안 되는데... 어차피 나는 지금 연출도 아니고, 다른 분들이 보면 다를 지도 모르니까... 싶어 열여섯 편 다 올렸습니다.

1차심에선 개인편차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대본들은 올라온다 보심 될 거 같습니다.

아까 말한 선배의 기준이 사실 정답이겠지만, 내가 싫어도 남이 좋을 지도 모를 대본도 올리게 됩니다. 자기가 1차 통과시킨 대본이 당선되면 그 피디한테도 좋은 것이고, 반대로 함량미달을 올리면 그 피디의 안목이란 게 의심 받는 거니까요.

5월 19일 - 6월 8일 '2차 심사'

14명의 피디가 2인 1조, 총 7조로 나누어 크로스 체크를 했습니다.
조편성은 노장과 신진을 엮어서 어느 한 쪽의 기호로 기울지 않도록 고려합니다. 여기서 각조간에, 조 안에서 각자의 관에 관한 신경전이 펼쳐집니다.

대본의 주제, 구성은 물론이고 방송 되었을 때의 반응 내지 효과까지 고려합니다.
물론 1차에서의 평점은 무시되고 말입니다.
최종심도 마찬가지로 2차심에서의 평점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1차도 예상 일정을 넘겼지만, 2차 역시 그랬습니다.
작가가 더 새롭고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이 있는 것처럼 피디 역시 기왕에 공모의 형식이니만큼 좀더 새롭고 좋은 대본을 발굴하려 애를 씁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1,2차를 통해서 전반적인 의견은 두드러지는 대본이 많지 않다, 였습니다. 아마도 만인이 만족할 만한 대본이란 게 없을 수 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각 심사자가, 공모 결과와 관게 없이, 이건 꼭 내가 연출해야 겠다고 하는 공개 표명이 드물었습니다.   


6월 9일 - 6월 18일 '최종심'

최종심에 오른 35편을 놓고 현재 MBC의 각종 드라마의 책임을 맡고 계신 다섯명의 프로듀서들이 35편 모두를 돌아가며 읽으신 다음 평점을 매기고 평균을 낸 다음, 18일 최종 사정회의를 가졌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여러분들이 내 주신 그 대본 자체를 가지고 합니다만, 극본 공모가 새로운 작가의 발굴에 있는 만큼 작가의 필력 또한 중시합니다. 
이 작가가 단막극 뿐이 아닌 연속극도 쓸 수 있겠냐 하는 그 필력 말입니다.

활발한 토론 끝에, 과정 상의 괜한 의구심을 살 필요 없이, 평점 평균대로 당선작을 확정키로 합의를 봤습니다.


6월 19일 - 6월 25일 본인 확인 및 행정 절차 그리고 발표

18일 오후 베스트극장 책임 프로듀서께서 직접 당선자들에게 전화 통지를 하였고, 당선작 선정에 관한 기안이 올라갔습니다.
사실 제가 공지를 애매하게 한 책임이 있습니다.
당선작이 결정되면 게시판에도 게시를 하겠다고 썼는데, 

엄밀히 말씀드리자면, 최종 사정회의 후 결정된 당선작들은 최초 기안자부터 최종 사장 결재까지의 과정을 거친 후 공식 발표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진행하면서 작품의 흠결, 가령 표절이나 그런 것, 이 있나 없나를 파악하고 작가 본인들에 대한 면접도 행합니다. 
아직 당선 확정이 된 것은 아니라고 작가님들께 말씀드렸는데...
사실 올해 같은 경우는 당선 내정작들이 그대로 최종 결정됐으므로 결과적으로 발표만 늦춰진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
작년 경우 내정된 당선작 중에 타방송사에서 방영이 되었던 내용과 중복이 된다는 이유로 당선 취소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경우 당선작가 중 필명을 쓰신 세 분의 작가분들이 예전에 드라마 대본을 집필하셨던 경험들이 있으셨기에 혹시 타방송사나 외주프로덕션과의 계약이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 또한 있었습니다.

어쨌든지간에 공지를 애매하게 올린 제 책임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분 말씀처럼 내정이 됐다는 공지를 18일에 했어야 될 것도 같고요.
이 점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립니다.


2차(184), 최종(35) 진출작의 공고에 관해선, 작품을 내신 분들의 동의와 회사 내부의 방침이 있어 어려울 거 같습니다.
대신 기술적으로 타인은 알 수 없고 자신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공모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그 내용이든 절차든, 다음 공모에선 조금이라도 개선이 될 것입니다.
또한 심사과정 자체에 있어선 어떠한 부정이나 사전 인지가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2003-06-25(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