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바람이 속을 훤히 다 들어낼 만큼 시원하게 불어댑니다. 하늘은 또 어떤가요?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선 긋기 경쟁이라도 하듯
선명한 빛깔을 자랑하고 있죠.
이번 <베스트극장>은
가을 하늘 만큼 선명하고, 가을 바람 만큼 시원한 화면을 선사합니다. 바로 연기자 얼굴의 솜털까지 생생하게 보인다는 HDTV로 제작된 507화
‘그날 밤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입니다. 올해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에서 우수작을 수상한 ‘순대국 남녀’가 원본으로 생생한
화면 못지않게 탄탄한 구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울적할 때마다 순대국에 소주를 마시며 서로의 아픈 곳을 쓰다듬어주는 오랜 친구.
그들의 좌충우돌 사랑 찾기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상이 아닌 현실 속에, 그것도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연출은 <베스트극장>
‘4월 이야기’, ‘베일 속의 키스’ 등의 작품을 통해 젊은 연출자답게 감각적인 연출과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 온 유정준 PD가 맡아
일요아침드라마 <어쩌면 좋아>를 연출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보너스로
하나더! 조연출이 직접 보내온 HDTV 제작기를 보내드립니다. 드라마 보다 더 재미있는 드라마 뒷 이야기. 드라마 보기 전 꼭 한번
읽어보세요~
HDTV, 문자 그대로 고화질 TV를 말합니다. 이제 그리 생소한 용어만은 아니겠죠?
상당수는 이미 구입하셔서 고화질을 맛보고 계시기도 할 거구요. 제 경우엔 월드컵 기간에 처음으로 HDTV의 위력을 실감했는데요. 정말 관중석까지
선명하게 보이더라구요. 여기선 HDTV와 관련해 주사선이 어쩌니 하는 이론적인 얘기를 늘어놓자고 하는 게 아니구요. 아직은 HD에 서툰
스탭들이 겪는 제작 현장에서의 재밌는 에피소드나 몇 개 들려 드릴까 하구요.
하나, 땀구멍도
보여요....
HDTV의 제작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1. 걸레 가져와 .... 2. 넌 바닥
쓸고.... 3. 유리창 한 번 닦아줘...
용역 업체의 청소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들릴 법한
소리는 아니죠? 하지만 일반 드라마 제작 현장과는 달리 HD 촬영현장에서는 스탭들이 대본이나 무전기 대신 청소도구를 들고 대기하는 기이한 풍경이
벌어진 답니다. 다 그 놈의 고화질 때문이죠. 실제로 유리창의 얼룩이나 바닥의 먼지까지 확연하게 보이더라니까요... 어디 그 뿐인 줄
아세요. 예를 들어 차 마시는 장면이나 국을 먹는 장면의 경우 NG가 날 경우 차나 국을 다시 끓이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글쎄 뜨거운 차나
국에서 나오는 김까지 뚜렷하게 보인다니까요. 이 뿐인 줄 아세요. 정말 스탭들 잠시 쉴 틈도 없습니다. 연기자들의 땀도 수시로 닦아줘야
하구요. 조명도 보다 정교하게 해야 하거든요... 이건 조금 다른 얘긴데 HD 화면에서는 연기자의 얼굴이 워낙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HD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피부 미인이 사랑 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쉽네요.
둘. 옆으로 길어요..
HD의 경우
16:9, 곧 옆으로 긴 와이드 화면입니다. (쉽게 말해 영화 화면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일반 수상기에서 위 아래가 잘린 화면 보신 적
있으시죠? 바로 그 사이즈입니다. 일반수상기의 4:3 사이즈에 익숙한 스탭들에겐 옆으로 긴 HD 화면 또한 엄청 부담스럽습니다. 옆으로
늘어난 공간이 주는 무게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냥 놔두면 텅 빈 느낌이 들어 세트에서는 그림이나 화병, 스탠드 등을 야외에서는 더 많은 수의 보조
출연자를 써서 그 빈 공간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스탭들은 그 만큼 바쁘게 뛰어다니게 됩니다.
두서없이 떠들다 보니 얘기가 길어진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어쨌건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추석날 차례 지내는 것까지 포기하고 연휴 기간 밤을 지새워
찍었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렇게 공들여 찍은 HD 화면을 수상기가 없어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지 아쉽네요. (이건 저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그래도 저희의 숨은 노력, 일반 수상기로 봐도 눈 부릅뜨고 보시면, 아마 보이실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