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형식·소재 파괴가 계속된다. 오는 7일 첫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내 인생의 콩깍지’는 로맨틱코미디에 시대극과 뮤지컬의 양념을 쳤다. 10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평범한 커플의 일상을 풀어낸다.

20대 초반부터 이어지는 ‘악연’의 주인공으로는 박광현(25)과 소유진(21)이 당첨됐다. 둘의 캐스팅에는 ‘가창력’도 한몫했다. 박광현은 최근 ‘비소’라는 곡으로 가수데뷔를 했고, 소유진도 재작년에 ‘파라파라’ 댄스곡을 발표한 적이 있다. 매회 3분 정도 등장하는 뮤지컬을 소화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분량은 적지만 촬영은 8시간 정도 걸린다. 미니시리즈의 빡빡한 촬영일정에다 따로 더빙작업도 해야 하는 통에 연기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노래는 주로 주인공들의 심경을 반영하는 것으로 선곡했다. 창작곡도 몇 있지만 주로 당시 유행가들이다.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도 그 중 하나인데, 노래 제목도 모르는 주인공들을 보며 연출을 맡은 한희 PD(38)는 격세지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지난 10년 간의 굵직한 시대사다. 성수대교 붕괴사건, 벤처열풍, IMF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대중가요, 유행어 등도 ‘고증’과 자료를 통해 세세하게 재현된다. 미술팀이 고생이다. 70·80년대 시대극은 많지만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자니 기억이 ‘아삼삼’하다고. 데모할 때 팔을 뻗는 방향, 유행하던 머리모양 등 두통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미니시리즈에 핸디캡이 있다면 우선 주인공들이 진짜 동안(童顔)이라는 점.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30대에 접어드는 16부 무렵에 이르러서는 ‘안맞는 옷’을 입은 듯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소유진은 “그렇기 때문에 1회부터 꼭 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랑 같이 나이 먹으니까”라고 재치있게 ‘출연작 마케팅’을 펼쳤다.

드라마에서 뮤지컬로 넘어가는 이음새도 관건이다. 제작진은 독특한 시도가 혹여 ‘난데없다’는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박광현은 “솔직히 처음엔 어색할 줄 알았는데, 결과물이 의외로 산뜻하다”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희 PD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아기자기함에다 ‘포레스트 검프’ 형식으로 사회상을 반영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추석에 방영된 특집극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에서 드라마와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중매’한 적이 있다.

경향신문 최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