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사랑할 시간`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 돋보여

MBC 수목극 `90일 사랑할 시간`은 암으로 90일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 지석이 여생을 아내가 아닌 첫사랑 미연과 보내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갈등을 담아내는 드라마. 하지원의 KBS2 `황진이`와 김정은이 주연하는 SBS `연인`과 경쟁하면서 시청률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시한부소재와 핏줄비밀이라는 식상한 소재들이 포진되어 있어 "억지 눈물을 뽑아내는 드라마"란 선입견을 갖기 딱 좋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외다. 시한부와 혈연비밀의 소재는 늘어지지 않는 빠른 템포의 전개와 맞물려 사랑의 절박감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절묘하게 해내며 매회 팬들의 눈물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오종록 피디 특유의 영상미와 강지환, 김하늘 등 배우들의 눈물열연이 더해졌다. 특히 강지환은 `물 만난 고기`처럼 `뻔뻔하면서도 절박한` 지석의 심리를 실감나게 표출해주며 연기자로서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다.

`구사시`는 멜로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호평을 얻으며 `시청률`만 빼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눈꽃` 과거와 현재의 교차전개, 확연한 개성 ‘눈길’

시청률 1위를 달리는 MBC`주몽`과 경쟁하며 역시 한자리수로 고전하고 있지만 나름의 확연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는 SBS `눈꽃`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

과거와 현재와 교차하며 갈등을 드러내는 `공`들인 전개와 초반부터 인물간의 날선 심리를 팽팽하게 끌어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량이 눈길을 끈다. 김수현 작가의 `눈꽃`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모녀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드라마로, 유명소설가인 엄마 강애가 불치병에 걸린다는 설정이 예고되어 있다.

특히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운 강애 역에 김희애가, 강애를 배신하고 일본에서 또 다른 가정을 일군 남편 건희 역에 이재룡이 분해 초반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끌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딸 다미 역을 맡은 고아라 역시 기대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며 극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무겁고 지나치게 진지한 극 분위기는 자칫 몰입을 방해할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모녀의 관계를 통해 인간 삶의 희노애락을 깊이 있게 건드려주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 대목이다.

`누나` 인간미 깃든 가족극 미덕 보여줘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KBS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의 경쟁작인 MBC 주말극 `누나`역시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 누나`는 부잣집 딸 승주(송윤아)가 집안 몰락 후 세파를 헤치고 나가며 세상을 알아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다. 여기에 승주 애인 건우네의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한 축을 이룬다.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가장 아버지, 대학강사인 건실한 장남, 자신이 낳지 않은 자식들을 더 극진히 키운 어머니, 배다른 형 누나와 차별받으며 컸지만 늘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작은아들, 고모식구 등의 소소한 갈등이 인간미 있게 펼쳐진다. 김정수 작가 특유의 필치가 느껴지는 따스함 깃든 인간의 모습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가족드라마의 미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치매노인`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출하고 있는 오현경의 연기와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듯한 대사들은 괄목할 만하다. 다만, 극을 이끌어가야 할 여주인공 승주 캐릭터를 비롯한 악녀 수아 캐릭터가 다소 설득력 없이 그려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진=MBC, SBS제공)[하수나 기자 mongz11@nav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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