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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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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행,2005-07-27

고야스 노부쿠니.

 올해 72세로 일본사상사를 전공한 오사카대 명예 교수다.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는 청력이 약해진 탓에 보청기를 끼고 인터뷰에 응했다. 질문을 던지면 1분 여 고개를 갸우뚱 하거나 말을 더듬는 듯 하면서 웃는다. 그럴때마다 나는, 대답하기 곤란해서 그러는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곤란 하시면 답하지 않고 넘어 가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무례했다. 그는 그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조국을 향해 사상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감옥에 갇히지 않은 흔치 않는 지성의 이 노신사. 역사를 향한 통찰을 통해 삶의 진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그래서 구도자 같기도 한 이 노학자. 그는  자신과 이웃 그리고 그의 조국을 공격하는데 너무 익숙한 한국의 젊은이를 코앞에 두고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우리의 100년은 국가를 중심에 두는 것이 지배적 이념이었다. 그러나 이제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는 삶의  가치의 한 중심에 '인간' 그리고 '생명'을 위치 지워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물었다. 당신은 역사에 있어서 낙관주의자인가 비관주의자인가? 그가 곤혹스럽게 웃었다. 한평생 역사를 보듬고 씨름해 온 이 노학자가 정말 괴로운 듯이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20세기 들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예측할 수 있었는가? 우리는 두 번의 세계전쟁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직전에 자행된 이라크 전쟁은 정당한가? 그러니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의 얼굴이 어둡다. 저 성성한 백발의 노학자가 펼치고 있는 말년의 사상투쟁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 수시로 또 한평생 덮쳐 왔던  비관을 향한 투쟁은 혹시 아닐까.

 

히시키 마사하루.

 

고이즈미야스쿠니참배위헌아시아소송단 사무국장. 그의 긴 직함이다. 30대 중반의 도호대학 종교학 특임교수다. 스타일로 보면 히피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종교학자이다. 더부룩한 머리, 요가승같은 수염. 얼핏,앗차 사람을 잘못 골랐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가 말을 연다. 슬슬 웃으면서 말을 하는데 얼굴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진다. 히피도 요가승도 아니다. 저 베레모의  체게바라, 혹은 치아파스의 두건 마르코스의 이미지가 자꾸 중첩되어 온다.

하는 이야기는 뻔한 것이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차피 결론이 난 코멘트들이니까. 그러나 사람이라는 게 말을 듣다 보면 느낌이 ㅡ온다. 뭘까. 그것은 아마도 진정성일 것이다. 그의 뼈와 살 속에 스민 정신.

그가 묻는다. 한국은 베트남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을 국립묘지에 묻는가? 그으으렇다, 난 허를 찔린 듯 엉거주춤 말한다. 그가 다시 말한다. 나라면 그것에 대해 단연코 반대 하겠다. 아아 이런.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마나 국가를, 혹은 민족을  넘어 보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기존의 국가권력체제가 은연 중에 강요하는 이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념도 피안으로 가는 하나의 다리일뿐이라는 사실을 20세기는 엄청난 비극으로 말해주었던 것은 아닐까.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내가 실가가는 세기에는 역사의 장식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오늘도 한-중-일은 견고한 내셔널리즘의 트라이앵글임을 현실은, 또 테레비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