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취재 후기
제작진이 들려주는 방송으로는 못다한 이야기...
 덕원씨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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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팀,2010-09-13

매일밤 무더위와 악취와 싸우면서도 깨끗해진 거리를 바라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환경미화원 이덕원씨. 방송 이후 많은 분들이 너무도 열심히 사시는 덕원씨를 보고 정말 많이 부끄러움을 느꼈고 또 도움의 손길을 많이 내밀었습니다. 건강하게 가족들과 행복한 날들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따뜻한 성원도 잊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차가운 시선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하는 환경미화원 이덕원씨 취재 뒷이야기를 적어봅니다.

 

 

1. 섭외하기까지.

- 환경미화원이라는 순화된 이름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는 아직도 가장 멸시받고 천대받는 직업중에 하나라고 아직도 인식되고 있었다. 때론 가족들에게까지 자신의 직업을 숨기기 위해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는 환경미화원이 있다고 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자신의 직업과 얼굴을 TV화면에 그대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무작정 찾아가서 일대일로 만나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방송을 앞두고 내가 찾아간 곳은 유동인구가 많고 또 달동네가 끼어있는 종로였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의 삶을 담아내기에 모두들 걱정이 앞섰고, 얼굴을 내밀기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밤에는 환경미화원을 하는 사람부터 한때 완구공장 사장이었던 분까지 환경미화원이 되기까지 갖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을 만났지만, 모두들 가족들 몰래 이 일을 하다 보니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놓고 하기를 원치 않았다. 힘들게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두들 노(NO)였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사람이 37살의 이덕원씨였다. 젊었을 때 호텔에서 일을 하다 5년 전부터 환경미화원을 시작했고, 또 1년전부터는 가족과도 떨어져 지냈고 동료 환경미화원 가운데 가장 젊다는 점도 이 씨를 섭외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이 씨를 처음 만난 인상은 매우 밝고 솔직했고, 이는 이 씨 자체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덕원씨와 함께 또 다르게 섭외한 사람은 49살의 김갑진씨. 김씨의 경우에는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매우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낮에는 퀵서비스 일을 하고, 밤에는 환경미화원일을 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딸의 병원비 마련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김갑진씨 가족의 반대로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2. 환경미화원의 애환 - 두 개의 시선.

- 씻을 권리 :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취급하는 이들에게 사실 제일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씻을 수 있는 샤워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각자 자비로 마련한 컨테이너박스(일명 휴게실)는 도시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거리의 환경미화를 위해 일하는 환경미화원이 정작 자신들의 환경을 위한 휴게실이 도시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철거되는 아이러니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더욱 더 서러운 건 바로 직영과 용역의 차이. 월급이나 정년보장. 보너스 등등의 처우 뿐만 아니라 구청소속의 직영 환경미화원은 음식물 쓰레기를 취급하지 않으면서도 깨끗한 휴게실에 샤워실까지 잘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용역회사에 소속된 이들은 휴게실이 없어 거리 한 구석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거나 중간 중간 손을 씻을 곳도 또 물도 없어서 1.5L 물병으로 직접 손을 씻거나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항상 긴팔을 입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방송에서 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계속된 민원에 구청에서 만들어준 휴게실은 일하는 일터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달동네 언덕 중간에 마련되어 있었다. 가고 싶어도 가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휴게실이 용역회사 6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에게 주어진 휴게실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15~20명이 머물수 있는 휴게실을 일터 가까운 곳에 마련해두었다. 매일 일을 하면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의 휴게실을 지나치면서 이들이 느꼈을 차별을 같은 복장을 하고서도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의 열악한 환경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했었다.

 

- 차가운 시선 : 음식물 쓰레기를 취급하다보면 날카로운 철사나 유리 등을 들 때도 많다보니, 사실 이들의 팔과 다리는 늘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보다는 그냥 참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자신이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면 나머지 동료들이 대신 그 일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가 아니면 대부분 참는다고 했다. 또한 환경미화원들의 손톱이 매우 짧았다. 알고보니 음식물쓰레기를 항상 손으로 들다보니 혹 손톱 사이로 음식물 쓰레기 이물질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상처나 열악한 작업환경보다 더 힘든 것은 이른바 차가운 시선들이었다. 저녁 9~10시에 시작해 새벽 4시 정도에 끝나는 이들의 일과 뒤에 몸에는 악취같은 것이 베어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물 한모금. 야식 하나 먹기가 쉽지 않았다. 때론 식당에서 물 한 모금 얻어먹고 난 뒤 입을 댔던 컵을 식당 주인이 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일을 끝마친 후에 혹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면 주위의 사람들이 코를 잡고 고개를 돌리거나 자리를 피하는 등 온갖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오토바이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이었다. 악취와 늘 함께하지만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하는 말은 바로 이들을 부르는 호칭 ‘쓰레기 아저씨’였다. 쓰레기를 취급할 뿐 자신들의 인생이 쓰레기 인생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이유였다.

 

 

3. 가정의 소중함.

- 덕원씨와 가족들의 한달 만에 만남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덕원씨가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 빚을 지게됐고, 이로 인해 살고 있던 월세 보증금까지 모두 빼면서 가족들이 떨어져 산다는 것만 알았다. 우연히도 취재중에 가족들끼리 한달만에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달전에는 덕원씨가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아내와 딸들이 서울에 올때마다 여관을 빌려서 4가족이 함께 모여 지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들의 만남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제일 고민했던 부분은 사실 두 딸의 반응이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의 은지와 은정이. 방송 이후 이 아이들에게 혹 주변 아이들의 놀림 등이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현재까지는 없어서 매우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남들이 냄새난다고 꺼려하는 아빠의 품에 한걸음에 가서 안기려했던 아이들. 사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감동적으로 내게 다가왔던 부분이었고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비가 한참이나 내리던 금요일 밤 12시쯤 아빠가 일하는 일터(거리 한복판)에 와서 집 열쇠를 받으며 한달만에 만나는 이들 가족. 오히려 이덕원씨 아내는 자신들보다 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며 오히려 부끄러워 했었다. 두 딸에게 큰 곰인형을 사준다는 약속을 벌써 석달넘게 지키지 못했다는 이덕원씨며, 아빠의 자취방이 너무 썰렁해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직접 가지고 온 딸들. 김과 김치가 유일한 반찬인 남편을 위해 삼계탕을 직접 끊여주겠다는 아내 등등...이들의 가족은 남들이 보기에 너무도 어렵고 힘겨워 보였지만 네 가족이 함께하는 12시간의 만남은 매우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취재를 끝마치고 방송을 내보면서 내가 가졌던 의도는 희망이었다. 남들의 차별적인 시선에도 또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이들의 삶을 통해

때론 지치고 무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희망을 갖기 바란다는 뜻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방송 이후 많은 희망을 얻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보람을 느낀다.

 

 

P.S.

방송 이후 덕원씨 가족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며 많은 분들이 인형들을 방송국으로 보내주셨다. 덕원씨 가족들이 신변 노출을 꺼려해 선물들을 받아서 대신 전달했는데, 덕원씨가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최근에 일을 하다 유리에 다리가 다친 덕원씨의 건강도 빨리 낫기를

기원합니다.

                                                                                                                                시사매거진2580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