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시사매거진2580에서 '스타벅스-커피값이 기막혀' 보도가 나간 뒤 네티즌의 관심이 뜨겁다. "잘했다,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고 "그게
뭐냐, 핵심을 잘못 짚었다"는 반응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게 뭐냐?"는 류의 반론에 대해 취재기자로서의 재반론을 적어보려
한다.
기자는 원래 보도와 기사로만 모든 말을 하지만 보도 시간상의 제약으로 채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커피값이 기막혀'에 대한 반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 스타벅스의 가격은 적절하다는 것으로
스타벅스코리아 측의 답변과 동일하다. 즉, 좋은 원두와 편안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장가격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는 단순히 카페인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함께 즐기는 것이고 스타벅스는 커피문화 마케팅에서 성공했고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가격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본인은 이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하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마케팅 성공사례, 이윤창출 사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누구의 입장에서 중요한가? 스타벅스 경영자, 혹은 스타벅스처럼 되고
싶어 하는 다른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자. 스타벅스의 마케팅 성공사례는
경영자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러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나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가격과 품질이다. 좀 더
싼 가격에 좀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마시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번 2580의 보도는 철저하게 소비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들어가 보자.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과 품질이 문제라면 둘 다 따져보자. 먼저 품질. 스타벅스는 전 세계 표준화를 가장 큰
강점으로 한다. 세계 어느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도 똑같은 분위기에서 똑같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스타벅스의 품질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그렇다면 가격은? 보도한 바와
같이 나라별로 차이가 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똑같은 카페라떼가 일본 보다 천 원 정도 비싸고 미국보다는 천원 넘게
비싸다. 똑같은 커피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돈을 훨씬 더 많이 내고 마셔야 하는가? 무슨 타당한 이유라도 있는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억울한 일이다. 더구나 우리보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훨씬 비싼 선진국보다 커피 값을 많이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환율문제와 그리고 우리나라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의 환율은 스타벅스가 정한 1달러당 1,250원을 훨씬
밑돌고 있고, 임대료는 보도에서 나온 바와 같이 일본보다 저렴하다. 더구나 이번에 한일 스타벅스 임대료 비교 대상은 일급지를 기준으로 했다.
만약 일급지가 아니라 전국 스타벅스 매장의 평균 임대료를 한일간 비교 한다면 일본이 훨씬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2580 취재팀과 네 번 정도 만나서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무리 이야기를 들어도 왜 다른 나라 보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 값이 비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시원한 설명이 없었다. 위에서 말한
환율과 임대료...그게 그들의 설명의 거의 전부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커피 문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방 커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의 척박한 커피 문화에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고급커피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고급문화를 즐기려면 다소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일본이나 미국이나 영국 소비자들도 똑같은 스타벅스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스타벅스가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겠는가? 그렇다면 같은 커피문화를 즐기면서 왜 우리나라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나? 척박한 커피문화를 가지고 있던 나라 국민들에게는 입장료를 더 받는 것인가? 어떻게 생각해보면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 보자.
네티즌들이 제기한 두 번째 반론은 스타벅스 소비자를 문제삼아야한다는 시각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받는 스타벅스코리아 측도
문제지만 그 배경에는 비싼 커피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가격에 팔린다. 결국 일부 젊은
층은 무분별한 과시적 소비행태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격이
유지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논리 또한 원칙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어떤 소비자이든 소비자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 다른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벌이는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소비자들도 정당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권리가
있다.
취재과정에서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에게 질문했다.
- 기자 : 스타벅스가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가격을
내리는 순간 저가업체로 인식될까봐 그런 것입니까? - 스타벅스 관계자 : 어떤 물건이든 가격을 내려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마케팅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타벅스가 가격을 내려도 기존 고객들은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
고객들은 커피의 맛과 매장의 분위기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를 떠나서 한국 스타벅스 커피 값이 비상식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 비상식의 배후에는 커피빈과 파스쿠찌 같은 다른 외국계 커피전문점들과의 '고가담합'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좀 더 시야를 확장해서 보면,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한국에서 얻어간 이익을 제3세계의 가난한 커피농가들을 위해 얼마나 쓰고
있는가?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공정무역(fair trade)커피"를 취급하고 있고 커피농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음을 알리는 선전물을 매장에
비치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공정무역 커피를 사려고 하면 사기가 쉽지 않다. 그들의 공정무역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기회가 되면 취재해보고
싶은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