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취재 후기
제작진이 들려주는 방송으로는 못다한 이야기...
 수십년간의 관행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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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규,2006-01-30

지난 1월2일 저녁, 새해가 시작된 바로 다음날 이었습니다.

음료회사의 전직 직원 13명이 MBC를 찾아 왔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국내 최대 음료업체인 롯데칠성, 해태음료, 동아오츠카에서 일했던 영업직 사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저에게 서류뭉치 몇 다발을 건넸습니다. 서류 뭉치에는 대규모 탈세를 하기위해 음료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불법거래 사실들이 낱낱이 기록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용은 자신들이 일했던 롯데칠성, 해태음료, 동아오츠카가 세금계산서를 대규모로 조작하고 있다는 증언이었습니다.

두툼한 서류뭉치를 보면서 제보자분들의 설명을 한참 들어도 무슨 말인지 첨엔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게 도대체 뭔 서류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받아든 서류봉투를 들고 군 입대 동기면서 제 친구인 한 세무사를 찾아갔습니다. 세금계산서가 조작된 서류를 보여주면서, 취재에 필요한 각종 세무지식을 4시간 동안 공부했습니다.

입사 전, 광고회사에서 영업을 뛰던 경험 때문에 세금계산서란 서류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조작되면 어떤 탈세가 발생하는지 꼼꼼히 공부했습니다.

대형 음료회사들이 세금계산서를 조작하고 있다는 서류를 분석한 제 친구, 회계사도 사실은 이런 사실이 관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세금계산서가 조작됐다는 자료를 보고나서 상당히 놀랍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음료회사는 판매한 만큼 도매상 등에 세금계산서를 반드시 발급해야합니다. 세금계산서는 두 장인데, 원칙적으로 한 장은 음료회사가 갖고, 다른 한 장은 도매상이 나눠 가진 뒤, 세무서에 신고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 물건을 매입한 음료수 도매상 대신, 유흥업소와 음식점에 가짜 세금계산서가 배달된다는 내용이 ‘시사매거진2580’에서 보도된 주된 내용입니다

도매상은 매출규모와 소득을 속여서 세금을 줄이고, 음식점 등은 가짜 세금계산서로 비용을 늘리면 소득이 줄기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내는 이중탈세가 발생하게 됩니다.

취재가 한창중인 1월 초는, 장사하시는 분들이 부가세를 세무서에 신고하는 1/4분기 신고기간이었습니다.

취재가 계속되는 동안 만났던 전현직 영업사원의 휴대전화로 여기저기 장사하시는 분들의 전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세금계산서를 좀 끊어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는데, 정말 많이 걸려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런 관행이 계속됐던 만큼, 음료회사. 도매상, 노래방, 음식점 등의 탈세동맹이 끊어지기는 그리 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정부는 새 나가는 세금을 걷겠다며,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면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형평성입니다. 나라살림이 어렵다고 세금걷기 쉬운 월급쟁이들 지갑에서만, 세금을 걷는 것은 능사가 아닙니다. 제도를 개선하고, 단속을 강화해서 탈세를 하는 업소들이 있다면 일벌백계도 무릅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사하시는 분들도 먹기 살기 힘든 경기침체의 시기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대기업이 발행한 가짜 세금계산서에 국세청이 속기만 하는 이런 엉터리 세정이 지속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취재내용을 제보해주신 전직 음료회사 영업사원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최근 회사를 퇴사한 이 분들은 현재 미수금 상환문제로 회사와 소송을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사실, 방송에서는 이 분들의 속 깊은 사정을 다루지 못해 다소 섭섭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취재를 못한 상황에서 서로의 주장만 싣는 것은 부담스러웠다는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이 나오면, 꼭 다시 이분들의 억울한 사연과 음료업계의 병폐를 이번에는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실명으로 내부비리를 제보해주신 전직 영업 사원분들과 회사의 만류에도 취재에 협조해주신 현직 영업사원분들께 힘내라는 말씀을 전하면서 글을 맺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백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