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멋쟁이 검은머리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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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2005-09-21

 

갯벌의 멋쟁이 검은머리물떼새

 

1917년 영산강 하구 작은 모래 섬에서 2개의 알이 발견된 이후 1971년에 강화도 서쪽에 위치한 무인도 대송도에서 첫 번식이 확인된 아름다운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와 검은 등, 눈처럼 흰 배에 붉은 부리와 긴 다리를 갖고 있는 갯벌의 멋쟁이라 불리는 이 새는 천연기념물 제 326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강화도까지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이 새는 겨울이 오면 한 곳으로 모여든다. 바로 『유부도』다. 이 섬은 충청남도 장항과 전라북도 군산시와 경계를 이루는 금강 하구의 조그만 섬으로 행정 구역상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충남보다는 오히려 전북 군산에 더 가까이 붙어 있는데 군산항에서 작은 배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0.77㎢ 크기에 주민은 25가구, 50 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정기여객선도 없고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는데 얼마 전까지도 전기를 몇 시간씩 시간을 정해 쓰던 도심 곁의 오지였다. 이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갯벌에서 고막, 죽합, 생합 등 조개류를 채취하거나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유부도에 많은 수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서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번식할 때 필요한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곳에는 갯지렁이도 풍부한데 특히, 어린 새를 기르는데 검은머리물떼새에게 갯지렁이는 절대적인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이 새의 이름을 잘 모르는 주민들은 ‘물까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곳 유부도 주민들은 물 때에 따라 생활한다. 물이 빠지면 일을 하고 물이 들어오면 일을 끝낸다. 검은머리물떼새도 마찬가지. 유부도 주민들은 겨울에 물이 빠지면 죽합(맛 종류로 맛보다 크다)을 잡는데 발로 모래펄을 두드리면 작은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에다 화살촉 같이 뾰족한 철사를 집어넣어 잡아낸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부리를 모래펄에 넣어 조개를 꺼내 그 틈을 벌린 후 속을 꺼내먹는데 그 기술이 대단하다. 이 녀석들이 조개 속을 꺼내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한편 작은 조개는 통째로 먹으며 갯지렁이도 곧잘 잡아먹는다. 물이 빠지면 검은머리물떼새는 조개를 잡는데 열심이고 일부 쌍을 이룬 녀석들은 구애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구애는 하이톤의 강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아래로 구부리고 땅을 보며 걷거나 뛰다가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이 모습은 상대에게 경계를 할 때도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수놈이 암컷을 찾아 이리저리 구애 행동을 하다 다른 수놈에게 쫓겨나기도 한다.

3월 하순이 되면 쌍을 이룬 검은머리물떼새는 서서히 이곳을 떠난다. 유부도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조그마한 무인도에서 둥지를 틀기 위해서다. 이 녀석들은 섬 주변을 돌며 구애를 하며 둥지자리를 보고 알을 낳으려고 이곳에 접근하는 다른 쌍을 쫓아낸다. 이 때는 섬이 무척 소란스러워지고 이러한 행동은 알을 낳을 때까지 되풀이한다.

경험이 많고 힘센 녀석들은 비교적 높고 안전한 곳에 둥지를 틀고 경험이 적은 신참들이나 약한 녀석들은 낮고 위험한 곳에 둥지를 튼다. 그러다 보니 사리 때 물이 많이 밀려들면 둥지 채 알이 고스란히 쓸려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런 쓰라린 경험을 한 녀석들은 기쓰고 안전한 높은 곳을 차지하려 싸우는 것이다.

유부도 에서는 매년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개체 들 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에서 번식하고 모여든 5,000여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날아와 주민들과 함께 겨울을 보낸다. 전 세계에서 번식하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 중 절반이 이곳에서 월동하는 것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이 모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인근의 새만금 방조제 사업이 시작되면서 이 곳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그나마 이 방조제가 완성되면 유부도 주변에 펼쳐져 있는 갯벌의 물길이 바뀌어 대부분의 갯벌이 유실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유부도 일대의 갯벌은 군산ㆍ장항 공단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주민들에게 보상이 완료되었고 곧 매립될 예정이라 이미 긴 방파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모래가 쌓이고 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갯벌 끝까지 경운기를 타고 갈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어림없다. 경운기가 다니는 길에 돌을 깔아야만 간신히 갈 수 있다. 그리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쓰레기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이 섬에서 월동을 하고 있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안쓰럽기만 하다.

이 녀석들이 둥지를 트는 무인도는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곳이다. 그래서 촬영을 하려면 썰물 때 리어카에 촬영 장비를 싣고 끌고 간 후 일일이 짐을 지고 옮겨야만 한다. 요행 밀물 전까지 촬영을 마치면 다시 같은 요령으로 철수해야 하지만 자칫 때를 놓치면 무인도에서 텐트를 치고 자야만 한다. 때가 됐다고 밥을 해먹을 수도 없고 휴대하기 간편한 마른 음식 즉 생 라면이나 초코렛으로 물과 함께 때워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괴로운 것은 바람만 불면 날리는 가는 모래다. 이 모래가 카메라 안으로 들어가면 잘 돌아가던 카메라 헤드가 서버리고 마니, 눈앞에 촬영할 것은 많이 있는데 눈만 멀뚱멀뚱 뜨고 바라만 보고 있자니 환장할 노릇 아닌가. 그렇지만 진짜 환장할 일은 이 귀한 갯벌의 멋쟁이들이 번식하고 월동하는 이 곳. 봄과 가을에는 희귀조인『넓적부리 도요』와 『알락꼬리 마도요』 『목도리 도요』등 호주와 시베리아를 오가는 수 천 수 만 마리의 물새들이 찾아 와 먼 길을 떠나기 전 휴식과 에너지를 채우는 이 주변의 넓은 갯벌이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왜 우리는 이 소중하고 영원한 생명의 터 갯벌을 없애려 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