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초원, 세렝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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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2005-09-21

 

끝없는 초원, 세렝게티

 

세렝게티 국립공원 지역은 원래 마사이 부족의 땅이었다. 그래서 그 지역 명칭도 원래는 마사이 말로 Siringeti(시링게티) 즉 ‘끝없는 초원’이란 뜻이다. 1951년 정부에서 이 땅을 99년간 임차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마사이족은 학교와 병원, 그리고 생활 보조금 등을 받는 조건으로 국립공원 바깥에서 거주하고 있다.

옛날에는 부족을 지키는 戰士들이 창을 이용해 맨 손으로 사자를 사냥할 정도로 용맹스러웠던 마사이 부족. 하지만, 지금은 국립공원 지역 내에서는 사자는 물론 야생동물 사냥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대신 전통적인 생활 수단이자 부의 상징인 소를 방목하며 이 초원지대에서 야생동물과 더불어 평화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 그들은 사파리 관광객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몇 푼 안 되는 팁을 부업으로 챙기기도 하는데, 전통적인 빨간색 체크무늬 옷, 얼굴과 머리 등을 장식하는 구슬, 그리고 쇠붙이의 각종 장신구들은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취재팀이 이 곳에 갔을 때는 우기가 이미 시작되어 풀들이 푸릇푸릇 제대로 돋아나기 시작할 때이며 각종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었는데, 이런 초원에서 소를 몰며 돌아다니는 마사이 소년들을 보니 마치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한 폭의 살아있는 풍경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세렝게티에 비가 내리면 초원도 덩달아 푸르러진다. 대개 비가 오는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2월말까지는 누우를 비롯한 초식동물들이 새끼를 낳고 3월 이후부터 육식동물들이 새끼를 낳는다. 육식동물들이 초식동물들의 새끼를 사냥해 그들의 새끼를 키울 수 있도록 절묘하게 시기를 맞추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육식동물들은 쉴새없이 태어나는 초식동물들의 개체 수를 조절해 주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3월경부터는 수십만마리의 얼룩말과 수백만의 누우떼가 뒤섞여 서서히 이동을 시작한다. 얼룩말과 누우가 같이 이동하는 이유는 얼룩말은 눈이 좋아 멀리 있는 천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누우는 코가 발달되어 20Km밖의 물을 찾을 수 있어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이동은 세렝게티를 북상하면서 뿌리는 비가 그들의 먹이가 되는 풀을 자라나게 하기 때문이다.

세렝게티 남단에서 북단, 그루메티 강과 마라 강을 건너 마침내 케냐의 마사이 마라까지 이르는 2000km의 대장정은 그야말로 자연이 연출해 내는 장관이다. 이 장관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전부터 매년 끝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육식동물은 그야말로 신나는 달밤이다. 여기저기에 그들의 식량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노리는 초식동물을 매번 사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은 육식동물에게 사냥에 필요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부여했지만 초식동물에게는 이들의 공격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빠른 발과 이들의 접근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예민한 코와 귀 눈을 부여했다. 이런 연유로 육식동물은 사냥할 때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력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치타는 그 사냥에 있어서는 단연코 초원의 명승부사다. 순간 최고 시속 120Km.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보다 빠르다. 그러나 600m 내에서만 가능하다. 추격하던 초식동물( 주로 톰슨 가젤)이 재빠르게 600m 이상 도망가면 치타는 지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끈질기게 사냥감이 사정거리(30m 이내)에 들어오길 몸을 낮추며 기다리는 것이다.

사자들도 치타 마냥 기다리는데는 이골이 난 놈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사가 걸려 있는 문제니까. 한치의 오차가 있어서는 안되니까. 사자들은 암컷만 사냥을 한다. 그리고 사냥을 할 때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으므로 그룹으로 사냥을 하는데 유인조와 공격조가 있다. 일단 사냥 대상이 정해지면 유인조가 근처에서 얼씬거려 사냥감의 시선과 관심을 유도한다. 그 사이에 공격조가 은밀히 사냥감의 뒤로 우회해 들어가 유인조에 신경을 뺏긴 사이에 잽싸게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육식동물들의 사냥 성공률은 놀랍게도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도 또한 먹이사슬에 있어서의 교묘한 황금률이 아닐까. 초식동물에게는 빠른 발, 밝은 눈과 귀, 코를 주어 육식동물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육식동물에게는 이런 초식동물들을 일정한 수량만큼만 사냥해서 먹고 살 수 있게 끈질긴 기다림과 집중력을 준 것이다. 이러한 균형 속에 자연생태계는 건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사파리 관광지로 유명한 이 세렝게티 초원조차도 은밀히 자행되는 밀렵과 밀려드는 관광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때는 상아 때문에 코끼리가 급격히 줄어들어 문제가 됐었는데, 약재로 이용되는 코뿔을 구하려는 코뿔소 밀렵꾼 때문에 코뿔소가 급격히 줄어들어 이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또한 세렝게티의 사자들의 경우 새끼를 나면 거의 90% 이상이 죽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관광객들에 인한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전에는 암사자들의 새끼 낳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그 장면을 좀처럼 볼 수 없다고 한다.

자연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놔두면 건강한 모습을 유지한다. 인간이 개입되면 어디 한 군데든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한 자연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다.

모잠비크에서는 코끼리를 특별하게 보호한 관계로 그 개체수가 너무나 늘어나  초원의 풀들을 마구 먹어댄 관계로 초식동물들이 밀려나게 되어 이들을 사냥해서 먹고사는 사자들이 사냥할게 없게 되자 절대로 공격하지 않는 코끼리 어미를 밤에 몰래 습격해서 잡아먹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밀렵단속은 철저히 하되 동물들은 자연 그대로 살아가게 놔두기 때문에 건강한 먹이 사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초원 위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 마사이 마을을 촬영하다 만난 Emotong 노인이 남긴 이 한마디가 세렝게티의 대자연과 함께 내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