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원, 두루미 땅으로 힘차게 달리는 나의 발 걸음은 가벼웠고 나의 가슴은 마구
뛰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오는 야외 촬영 게다가 한민 족의 상징인 단정학(두루미)을
촬영하기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를 따라 달리다. 문산, 연천을 거쳐 옛날 군 시절에 귀 에 익히 들어왔던
신탄리를 지나니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고 칠흑 같은 어둠이 캄캄한 밤을 짓누른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량 불빛에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도로변은 썰렁한 전형적인 시골
풍경을 드러내 보이고 한순간 눈만 부시다 또다시 어둠으로 숨어버린다.
고석정을 지나 그나마 간판의 불빛이 현란하게 보이는 곳 신철원 문혜리에 도착해
철원 군청에 근무하고 있는 이 지역 두루미 전문촬영가 홍의표씨와 인사를 나눈 후
두루미에 관한 정보를 듣다.

이 지역은 아직 눈이 오지 않은 관계로 두루미들이 뿔뿔이 흩어져 먹이를 주워
먹고 있고 아직 볍씨나 콩 등 인위적인 먹이는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위장막에 들어가 두루미들을 기다리며 촬영할 것이 아니라 이 녀석들이
채식하는 장소를 한번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그 후에 위장막 근처에 먹이를
뿌려 놓아 두루미들이 이 근처로 몰려들 때 위장막에서 촬영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말에 그렇게 하기로 하다. 유난히 추운 소한 추위에 옷 바깥으로 노출된 곳은 살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 그나마 견딜 만하지 만약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바깥에
서 있을 수도 없다. 전망대 너머로 뻔히 바라다 보이는 북한 땅. 남북으로 분단된
지 어언 60여 년이 지나고 있건만 철책으로 제 땅을 갈라놓은 후 서로 오도가지 도
못할 뿐만 아니라 서로 넘어오지 않을까 총을 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만 한다.

이런 불행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 지 두루미 떼들이 훠어이 훠어이 소리를 내며
남쪽으로 날라 든다.
두루미들이 모이는 곳에는 농기구를 보관하는 움막이 있는데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두루미들을 촬영하는 것이다. 최저 영하 18도라는데 실제로는 3도 더 아래라고 봐야
하고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 하 3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말로만 듣던 영하
30도의 기온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아이고 죽었다고 해야 하겠지.
아침 일찍 부터 저녁 해질녘까지 움막에 숨어 있으려니 바람은 막을 수 있지만
손발이 시려 아리기 까지 한다. 그런데 두루미들이 우리의 인내력 시험을 하는지
좀처럼 카메라 앞으로 올 생각을 안한다.
기다려야지 이것도 도 닦는 것과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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