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共生)과 기생(寄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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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2005-11-25

오는 12월 1일부터 지상파 방송에서 종일 낮방송을 시작하는 날이지요.
그래서 이날 12시 15분부터 창사특집 자연다큐멘터리 ' 공생과 기생이'
특별 편성되었습니다.

창사특집 자연다큐멘터리
‘공생(共生)과 기생(寄生)’
 

  우리는 나무줄기에서 개미가 진딧물의 꽁무니에서 즙을 빨아먹는 장면이나 진딧물을 물고 이동하는 장면을 보곤 한다. 이는 개미가 진딧물의 꽁무니에서 분비하는 단 즙을 빨아먹는 대신 개미는 진딧물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옮겨주는 역할을 해주는 이른바 대표적인 곤충들 간의 공생(共生)장면이다.

 또한 단독 생활을 하는 야생벌들은 땅속이나 나무 등걸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곤충의 애벌레를 물어온 다음 그 위에다 알을 낳아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그 애벌레를 뜯어 먹고 구멍에서 나와 생활하는 이른바 기생(寄生) 번식을 한다.

 이렇듯 자연속의 곤충들은 주로 공생과 기생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중에서 특히 그 생태가 유별나고 그 동안 잘 안 알려진 공생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일본왕개미와 담흑부전나비 사이다.  이들의 생활은 국내에서는 그 동안 소개된 적도 없고 생태에 대해 알려진 것도 없는 아주 희귀한 사례이기 때문에 촬영하는데 아주 애를 먹었다. 촬영은 5월부터 시작하였는데 그 시작부터 막혀버리고 말았다.

 담흑부전나비의 애벌레와 일본왕개미가 개미굴에서 공생하는 모습을 촬영하려면 담흑부전나비가 우화하여 개미굴 밖으로 나오기 전인 6월초까지 애벌레를 찾아야만 하는데, 어느 개미굴 속에 애벌레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국내 나비전문가와 곤충채집전문가들을 만나 보았는데 모두들 관심을 보 였지만 땅속의 개미굴에 있는 애벌레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들이었다. 막막한 가운데 어느 곤충채집전문가로부터, 거제도에 담흑부전나비가 많이 서식하는 장소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에 한 가닥 희망을 안고 거제도를 향해 출발했다. 이때가 5월 말인데 이때쯤이면 담흑부전나비의 종령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기 위해 개미굴입구 부근으로 올라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려준 거제도 어느 마을 뒷산에 있는 공동묘지 주변에서 일본왕개미의 집이 여기저기에 있는 것이 보였다.

 어느 개미굴을 파보아야 할까 망설이는데 운 좋게도 무덤 옆의 풀잎에 앉아있는 담흑부전나비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개미굴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남쪽지방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담흑부전나비가 출현한 것이다. 나비 주변의 개미굴을 3군데 파보았다. 운 좋게 한곳에서 입구의 방에 있는 종령 애벌레 1마리와 번데기 1개를 찾을 수 있었다. 자료에서 보았던 대로 일본왕개미의 일개미는 종령 애벌레와 번데기를 다리와 더듬이로 자극하며 몸에 배인 분비물을 핥았다. 그런데 번데기를 핥는 것은 자료에서도 없던 생태였는데 이 분비물에는 과당, 서당 , 포도당, 아미노산, 소량의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어서 일본왕개미에게는 종합영양제인 셈이다. 일본왕개미는 이 물질을 얻는 대가로 애벌레를 보호함은 물론 먹이교환도 하는데, 여기에서 공생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담흑부전나비의 우화장면은 다른 나비 번데기와 달리 번데기의 변화를 알 수 없어서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촬영 할 수 있었다. 6월 말, 우화장면을 촬영한 후 바로 거제도의 공동묘지를 찾았다. 10여개의 무덤이 있었는데, 무덤마다 2~3마리의 담흑부전나비가 앉아 있었다.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담흑부전 나비의 짝짓기 하는 모습,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이 경쟁하는 모습,

 진딧물과 일본왕개미가 있는 졸참나무 잎에 알을 낳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철수 할 때는 알이 부화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알이 있는 졸참나무 1그루를 화분에 옮겨 심어 가지고 왔다. 알은 5일 만에 부화하여 1령 애벌레가 태어났고, 애벌레는 일본왕개미의 보호 속에 점점 자라났다.
 

 8월 초, 일본왕개미가 3령 애벌레를 체포하여 개미굴로 끌고 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다시 거제도 공동묘지를 찾았다. 진딧물과 일본왕개미가 있는졸참나무 잎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1~2령 애벌레만 간혹 보일뿐, 3령 애벌레는 1마리도 볼 수 없었다. 일본왕개미는 항상 애벌레 곁에 있다가 3령 애벌레가 되자마자 잡아간다는 자료를 본 기억이 나 실내에서 3령 애벌레를 키우기로 했다. 얼마 후, 실내에서 키운 3령 애벌레 4마리를 가지고 다시 공동묘지를 찾았다.

그리고 3령 애벌레들은 진딧물과 일본왕개미가 있는 졸참나무에 올려놓았다.

 일본왕개미는 3령 애벌레와 서로 입을 대고 먹이교환을 하기도 하고, 애벌레의 몸을 핥기도 하더니 갑자기 애벌레를 입에 물고 개미굴로 향했다. 굴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먹이교환도 하고 애벌레 몸을 핥아먹었다. 이제부터 담흑부전나비의 애벌레는 일본왕개미의 보살핌 속에 개미굴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내년 6월에 담흑부전나비로 태어나게 된다.

 곤충의 기생 이야기는 호리병벌의 생활과 호리병벌집에 알을 낳는 기생벌의 하나인 청벌 위주로 촬영하기로 했다. 사실, 올봄에 돌에 붙어 있는 호리병벌의 흙집을 떼어 내부를 살펴보았는데, 5개의 방 가운데 2개의 방에는 청벌 번데기가 있었고, 3개의 방에는 호리병벌의 번데기가 관찰 되었다. 집 내부 2개의 방에 청벌이 알을 낳은 것이다.

 호리병벌이 내년에 태어날 호리병벌을 위해 집을 짓는 모습은 8월말~9월에 걸쳐 서울 근교의 묘지 주변 돌 축대에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입으로 진흙을 물고 와서 돌에 붙여서 호리병 모양의 집을 짓는다. 집이 완성되면 입구에 배 부분을 넣고 알을 하나 낳은 후 장차 알에서 부화할 애벌레가 먹을 먹이(나방 애벌레)를 물어와 집에 넣는다. 먹이 사냥이 끝나면 호리병벌은 진흙을 물고와 집의 입구를 막는다. 그리고 호리병벌은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한참 후 다시 날아와 먼저의 방에 덧대어 또다시 호리병 모양의 집을 하나 더 지은 후 알을 낳는다. 호리병벌은 이와 같은 형태로 집을 늘려나간다.

 그런데 이때 기생벌들이 나타나서 호리병벌의 흙집을 뚫고 그 속에 있는 방에 알을 낳으려 한다. 촬영 팀이 촬영 시에는 검둥긴꼬리뾰죡맵시벌이 알을 낳으려고 했는데 단단한 흙벽을 뚫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호리병벌의 천적인 청벌은 흙벽을 뚫고 알을 낳는데 성공하였다. 이때 집주인인 호리병벌과 청벌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지는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청벌보다 훨씬 큰 집주인인 호리병벌이 매번 청벌에게 쫓겨나고 말았다.

 기생부분의 촬영에는 예상치 못한 호리병벌의 행동으로 매번 촬영이 중단되었다. 예를 들면 2개의 방을 만든 후, 다음날 3번째 방을 만들 줄 알았는데 며칠을 기다려도 호리병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을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찾아야만 했었고 또 호리병벌이 집을 지었는데 기생벌인 청벌이 나타나지 않아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었을 경우도 있었다. 이 때도 호리병벌과 청벌이 함께 서식하는 다른 장소를 찾아야만 했는데 이런 이유로 호리병벌과 청벌의 기생부분은 여러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얼마 후, 청벌에게 기생당 한 호리병벌 집의 내부를 살펴보니, 기생당한 방에는 청벌의 애벌레가 살고 있었고, 기생당하지 않은 방에는 호리병벌 애벌레가 살고 있었다.

 어떤 방에는 청벌 애벌레가 호리병벌 애벌레의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이듬해 6월, 호리병벌 집에서는 호리병벌도 태어나고 기생벌인 청벌도 태어나게 된다. 이런 곤충들의 다양성을 이용한 기생 산업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소외양간이나 양돈 농가에는 집파리가 대량 발생하고 두엄더미에는 파리 애벌레(구더기)와 번데기가 쉽게 발견된다.

 그런데 집파리의 천적인 기생곤충 배노랑금좀벌은 파리의 번데기에 알을 낳는데. 15일이 지난 후 집파리의 번데기에서는 배노랑금좀벌이 태어나게 된다. 이 배노랑금좀벌은 한 마리가 무려 150여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배노랑금좀벌만 있으면 집파리 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배노랑금좀벌이 알을 낳은(기생한) 파리 번데기를 대량 만들어 판매하는 기생산업이 생겨났다.

 이렇게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곤충의 기생을 이용한 해충 구제 산업은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한대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