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생태공원 - 현충원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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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규,2005-10-12

도심속의 생태공원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을 모신 국립현충원. 총 면적 약 43만여 평 중 삼림 면적이 26만 3천여 평인 이곳은 박새, 딱새, 어치, 까치, 호랑지빠귀 꾀고리, 꿩, 흰뺨검둥오리 등 텃새와 철새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생태 공원이기도 하다. 자연 다큐멘터리 <현충원의 친구들>은 이곳에서 터를 잡고, 또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찾아와 번식하는 새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국립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분들을 모시고 있는 곳이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 즈음 기억됐다가 이날이 지나면 슬그머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곤 하는 이 곳은 1955년 7월 15일 국군묘지로 명명돼 전사했거나 순직한 군인과 군무원, 종군자의 영현이 봉헌됐다. 그후 1965년 3월 30일 국립묘지로 승격돼 국가원수, 애국지사, 순국선열, 국가유공자, 경찰관, 전투에 참가해 전사한 향토예비군 등이 추가로 봉헌됐다. 이후 서울의 국립현충원이 포화상태가 되자, 1979년 국립대전현충원을 추가로 건립하기에 이른다. 

국립현충원은 동쪽으로 한강이 자리 잡고 있으며, 총 면적 43만여 평에 삼림 면적은 26만 3천여 평에 이른다. 이곳은 우리와 친숙한 박새, 오목눈이, 붉은머리오목눈이, 오색딱따구리, 어치, 까지 등 많은 텃새들을 비롯, 여름 철새인 호랑지빠귀 꾀꼬리, 파랑새는 나무숲에서, 꿩과 희뺨검둥오리는 묘지 주변에서 각기 서식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영령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마디로 말해 도심 속의 살아 있는 생태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초가을까지>

지난 2월, 촬영팀은 처음 이곳을 찾았다. 아직은 곳곳이 얼어붙어 있었지만 물이 흐르는 곳에는 까치와 직박구리, 곤줄박이 등이 찾아와 물을 먹거나 목욕을 하고 있었다. 멧비둘기는 장군 묘역 계단 옆 향나무에 알 두개를 낳아 품고 있다. 꽤 예민한 멧비둘기 부부는 행여나 알이 식을까 열심히 알을 품는다.

3월이 시작되자 겨울이 끝났다는 신호처럼 마지막으로 많은 눈이 내렸고 멧비둘기 알도 부화됐다. 날씨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멧비둘기 부부는 지성으로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며 번갈아 품어준다. 부화된 지 5일 후 멧비둘기 둥지를 찾아가봤더니 새끼 한마리가 죽어 있다. 죽은 새끼를 온기가 식지 않도록 품는 것을 보니 새끼가 죽은 지 모르는 듯하다. 그러나 3일간 정성을 다해 품던 어미 멧비둘기는 포기한 듯 죽은 새끼를 물고 나가더니 이내 버리고 돌아왔다.

3월 중순이 되자 국립현충원 산 중턱 작은 나무 구멍에 동고비도 둥지를 거의 완성하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각종 텃새들이 번식을 시작한다.

한편 계룡산 부근의 높은 산과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이곳저곳에서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도롱뇽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버들치도 같이 살고 있는데 도롱뇽이 산란해 놓은 알은 버들치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버들치 무리 중에서 비교적 큰 녀석이 먼저 도롱뇽의 알주머니를 터뜨리면 모두 달려들어 사정없이 알을 먹어 치운다.

4월이 되자 벚꽃이 만개하고 많은 시민들이 벚꽃 구경을 하느라 모인다. 곳곳에 퍼져 있는 묘지 주변에는 향나무가 많고, 국립현충원 주변은 키가 큰 나무로 둘러져 있다. 이곳에는 어치와 청딱따구리의 둥지가, 낮은 관목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가 완성돼 가고 여름 철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립대전현충원 계곡에서는 알에서 갓 태어난 도롱뇽 유생들이 작은 웅덩이에서 살고 있는데 마치 올챙이같이 생겼다. 도롱뇽 유생의 입 옆에는 흡사 물고기의 아가미같이 생긴 것이 보인다. 도롱뇽은 어렸을 ?는 아가미 호흡을 하고, 성장해서는 허파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텃새와 철새가 어울려 사는 곳>

5월이 되자 계곡도 서서히 녹색으로 물들고 나뭇잎에 곤충 애벌레들이 많이 보인다. 바람이 불면 물 위에 우수수 떨어져 도롱뇽 유생들은 이게 웬 떡이냐 싶게 열심히 주워 먹는다. 그리고 물속에 서식하는 새우나 심지어는 동종의 작은 유생을 잡아먹기도 하는데 도롱뇽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만 먹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몸이 검은 도롱뇽과 달리 얼룩무늬에 체격도 다른 녀석이 보여 도롱뇽을 연구하는 강원대 박대식 교수에게 문의해보니 꼬리치레도롱뇽이라고 한다.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를 중단케 한 바로 그 희귀한 꼬리치레도롱뇽인 것이다.

박새가 가로등 속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데 갓 부화한 새끼에게 어미는 바쁘게 둥지를 들락거리며 벌레를 물어다 먹이느라 정신이 없다.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새끼들의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며칠 후엔 가로등 속 둥지가 흐트러진 채 밖으로 꺼내져 있고 새끼들은 온데간데없다. 이곳 국립현충원의 무법자인 도둑고양이 짓이다. 이녀석들은 국립현충원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데, 이들처럼 주변 민가에 살던 고양이가 집을 나와 국립현충원에서 살아가는 도둑고양이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녀석들은 닥치는 대로 새 둥지를 습격하고 있다.

5월 하순에 이르자 애국지사 묘역 옆에 여름 철새인 호랑지빠귀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호랑지빠귀는 암컷만이 알을 품고, 수컷은 알을 품는 암컷에게 지렁이를 잡아다 먹이는 독특한 생활을 한다. 수컷이 지렁이 잡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꼬리를 벌리고 마치 춤을 추듯 몸을 움직이며 지렁이를 잡는데 잡은 지렁이를 물고 있다가도 다른 지렁이가 보이면 물고 있던 지렁이를 놓고 새 지렁이를 잡아 다시 조심스럽게 모든 지렁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온다. 이무렵이 되면 꾀꼬리, 파랑새, 뻐꾸기 같은 여름 철새들도 도착한다. 꾀꼬리는 바로 둥지를 짓지만 파랑새는 수컷이 먹이를 잡아 암컷에게 물어다주며 구애를 한다.

7월 하순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일명 뱁새 둥지에 탁란(托卵 :  제 알을 다른 새 둥지에 몰래 넣어 새끼 치는 것)한 뻐꾸기 알을 발견했다. 햇볕은 뜨겁고 30도가 넘는 더위에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며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는다. 때로는 배를 살짝 들어 알의 온도를 맞춰주기도 하고, 때로는 비를 맞으며 열심히 알을 품자 드디어 뻐꾸기 새끼가 먼저 부화됐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어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며 품어주지만 몇시간이 지나자 숙주 새의 알을 밀어내려고 시도한다. 어미의 몸이 들썩거리고 뻐꾸기 새끼는 온 힘을 다해 알을 밀어낸다. 잠시 후 숙주 새의 알이 밀려 떨어졌지만 어미는 계속 뻐꾸기 새끼를 품어주면서 더 힘내라는 듯 먹이를 잡아다준다. 얼마 후 남은 알들도 모두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해버린 뻐꾸기 새끼. 그래도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가 망가져 있고 뻐꾸기 새끼도 온데간데없다. 아뿔싸, 또 도둑고양이 짓이다.

국립현충원에서의 촬영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주변 숲은 경사가 심했고, 나무 또한 높고 가늘어 오르기가 어려웠으며, 카메라 세팅도 쉽지 않았다. 봄부터 가을까지 둥지 주변에 항상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어 혹 둥지가 알려질까 걱정돼 사람들 출입이 통제되는 오전 6시 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하루 종일 기다리다 오후 6시 이후가 돼서야 철수해야 했다. 또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둥지에 인접한 곳에서 쉬기 때문에 촬영이 어렵고 때때로 까치나 도둑고양이가 촬영하던 둥지 속의 알이나 새끼를 잡아 먹는 탓에 황당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약 8개월간 야생 조류를 찾아 촬영하면서 이곳은 나름대로 생태계가 잘 지켜져 내려오고 있고, 예상 외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들이 해마다 이곳 국립현충원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순국 혼의 친구가 돼줄 것이라 생각하니 문득 이분들이 조금은 덜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