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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노인들만 사는 마을 8년의 기록>

기획 : 정성후  연출: 윤미현  촬영: 채창수
대본: 이소정   조연출 : 강인택
취재 :
송보화

방송시간
2월 4일(금) 밤 11:05 ~ 12:15

 
 
 
기획의도

전라남도 고흥군 예동마을.
아래뜸, 위뜸해서 스물두가구, 서른일곱명의 노인들이 살고 있었다. 마을
주민의 평균연령은 76세. 휴대폰은 없어도 지팡이는 필수. 골목마다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고 오르락 내리락 하신다. 예동마을의 이야
기는 지난 2005년 MBC창사특집<노인들만 사는 마을>로 소개되었다. 그 후 6
년이 지난 지금 마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시 59세이던 마을의 막내 송
맹심씨가 2011년 만 65세가 되어 드디어 노인대열에 합류한다. 이제 예동은
< 100% 노인들만 사는 마을 >이 되었을까?
2004년 가을 촬영을 시작해 2011년까지, 예동마을의 8년을 기록했다.

 
2005년 <노인들만 사는 마을> 방송 후 지난 6년 동안 37명의 할아버지 할머
니 중 9명이 세상을 떠났다. <노인들만 사는 마을>은 우리 농촌공동체에 대
한 마지막 기록이 될 것이다. 한평생 땅을 파며 살아온 노인들의 이야기는'
뿌리깊은 나무'처럼 구술역사로서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꼬부랑 꼬부랑 지
팡이를 짚고 마을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은 이제는
더 볼 수 없는 장면이 되었다. 동각(마을회관)에 모여 다 함께 지내는 모습
도 이제 곧 사라질 것이다.

설을 맞아 사라져 가는 고향에 대해 그리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승가원의 천사들>, <휴먼다큐 사랑> 등을 제작해온 윤미현PD 가 연출을 맡
았고, 탤런트 채시라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주요내용

남의 나이, 남의 이
 

                                                        <김태인 촬영당시 85세>

‘인생정명 80세’라 믿는 예동마을에서는 나이세는 법도도 다릅니다.
이곳의 노인들은 80세가 지나면 ‘남의 나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김태인 할아버지(촬영당시 85세)는 자신의 나이를
“이녁나이 다 먹고 남의 나이를 다섯 더 먹었다”고 소개합니다.
노인들은 남의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남의 이(틀니)도 낍니다.
대부분의 예동마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틀니부터 찾습니다.
이긍을(85세) 할머니도 예외는 아닙니다.

할머니들은 틀니에도 등급이 있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자신의 치아(본니)가 하나라도 있으면 튼튼하고 힘이 좋다며,
본니가 하나라도 있는 할머니를 부러워들 합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맛도 제 맛도 없고 먹기는 먹어도 더 못해.
어찌됐든 (본니가) 하나라도 있는 사람하고 없는 사람하고 틀려. 그게 힘이
어디라고.”

때문에 할머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은 베어 먹기 쉬운 홍시입니다.
비록 남의 이로 드시는 할머니들이지만 함께 먹는 홍시는 달게만 느껴집니
다.

누가 내 서방이요?

                                                               <김오복 이긍을 부부>

예동마을의 할머니들은 대부분 17,18세의 어린나이에 이곳으로 시집을 왔습
니다. 시집가기 싫어서 가마타고 시댁 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펑펑 울었다
는 유홍순 할머니. 첫날밤에 부끄러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감자푸대만
안고 보냈다는 이옥자 할머니.

이들은 부모가 맺어 준 인연만 믿고 신랑의 얼굴도 모른 채 시집을 왔다고
합니다. 할머니들 사이에서 전설 같은 이야기가 하나가 전해져 옵니다.
결혼하고 밤에 잠깐 본 남편의 얼굴.
온 식구가 둘러 아침을 먹는데 남자들 중 누가 자신의 남편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형님, 어떤 게 내 서방이요?”
“저 끝에 앉은 눈 큰 사람이 자네 서방이네!”
“아이고 무서워라!!”
이렇게 서로의 얼굴조차 모른 채 결혼했지만, 예동마을에 살고 있는 부부
중에서 이혼한 사람은 없습니다.

70에는 내가 훨훨 날아 다녔당게!

                                                      <송대순,촬영당시 82세>

농사욕심 많고, 삶에 대한 애정이 강한 송대순(82세)할머니는 자신이 70살
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내가 70에는 훨훨 날아 다녔당게!!”
“내가 어쩌다 이렇게 쪼그라졌을까?”라고 한탄 합니다.
할머니는 좋은 세상에 죽기 싫다며, 100살까지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램과는 달리 예동마을에서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건 송대순 할머
니였습니다. 할머니는 향년 83세의 나이로 좋았던 세상과 작별하고 예동마
을이 한 눈에 보이는 집 뒷산에 묻히셨습니다.

받아 논 밥상

예동에서는 죽음을 ‘받아 논 밥상’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죽음이 가깝다고 느끼는 것 입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모두 ‘죽을 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묘 왼편에 무덤을 만드는 것입니다.
유경희 할머니(87세) 역시 밭 옆에 봉분까지 있는 무덤을 만들었
습니다. 그곳이 바로 할머니의 무덤.‘죽을자리’입니다.

오복 할아버지의 소원
 
 
                                                                             <김오복, 89세>

 
                                                               <이긍을, 86세>
마을 남자 중 최고령이 된 김오복(89)할아버지는 소원이 있습니다.
그건 단 하루라도 이긍을(86)할머니보다 먼저 죽는 것입니다.
마당에서 넘어져 다리를 크게 다친 할아버지는 거동이 힘들어졌고, 그 후
모든 수발을 할머니가 들게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힘 좋고 창을 잘 부르던 할아버지였지만 이제는 할머니의 도움
없이는 밥 한 끼도 먹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
니가 죽으면 자신은 찬밥신세가 될 거라고 걱정하십니다.

“자식들이 있지만 아무리 잘 한다 그래도 그게 안 되는 거여 그것이.
그랑께 마누라가 죽어버리면 이제 나는 완전히 찬밥 신세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

귀향  
 
                                                              <김다은 4세, 김고은 7세>


 오후 3시 40분. 예동마을 입구에 노란버스가 들어오고 두 명의 아이가 버스
에서 내립니다. 바로 2006년에 귀향한 김채주(57세)의 두 손녀 고은(7세)
다은(4세)양 입니다.

채주씨는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30년만에 예
동으로 돌아왔습니다. 채주씨의 손녀 다은이는 예동마을에서 26년 만에 태
어난 귀한 아이입니다. 그런 다은이에 대한 할머니들의 사랑은 대단합니다.
할머니들은 자신의 사탕을 주면서 다은이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 합니다.

예동이 고향인 채주씨에겐 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린시절을 함께 했던 죽마고우들도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이 기억하는
예동마을로 만드는 겁니다.

동각(마을회관)의 오후
 
                                                         < 송복순,94세 >

 





올해 예동마을에선 수절과부 송복순 할머니가 94세로 최고령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은 “100살까지 사시라”고 새해 덕담을 합니다.
그리고는 복순 할머니도 한 마디 합니다.
“이제 내가 백살 먹도록 살꺼니까 걱정하지마!”

팥죽 한 그릇을 드시고 오후 1시30분.
할머니들이 패트병을 하나씩 배고 오수를 즐기는 시간입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또 몇 번의 겨울을 지낼까요?
행복한 할머니들의 얼굴위로 예동마을에 눈이 내립니다.

윤미현 PD - 제작을 하며 느낀점
2004년 예동마을에 들어섰을 때, 다섯명의 할머니가 작대기를 짚고 꼬부랑
꼬부랑 걸어오시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2010년 다시 예동마을을 갔을 때,
할머니들의 지팡이는 노인용 유모차로 바뀌어 있었다.
골목길을 가득채운 지팡이의 모습은 이제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2010년 다시 예동을 찾았을 때, 그 사이 9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셨다.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많은 분들을 만나뵐 수 있었을텐데... 라
는 아쉬움이 있었다.

예동 할머니들의 대화는 깨알 같은 우리말 보고였다.
죽음을 ‘받아 논 밥상, ’남의나이를 ‘이녁나이’라고 하는 말들은 정겨
움이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설움이 섞인 노랫가락과 김오
복 할아버지의 ‘흥타령’ 역시 다시 듣기 힘든 노래이지만 담아낼 수 있어 기
뻤다.

노인들만 사는 마을 8년의 기록은 “고향”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부모
님”그리고 “우리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11/01/28(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