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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ROMAN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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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 편의 영화 이야기. .. |
점심하고 졸음이 오는 중에 문득 오래 전 보았던 영화 한 편이 생각납니다.
브룩크린의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이란 영화입니다. 10년이 더 지난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될 당시, 세계적인 걸작이며 시대의 문제작이란 거창한 선전문구에 혹해서 개봉관으로 달려갔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너무 허망하였습니다. 195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 노조간부가 호모가 되어가는 과정과 어린 창녀의 방황을 퇴페적이고 세기말적인 영상만을 어울리지 않은 배경음악과 함께 잔뜩 보여주는 그런 평범한, 절대 "걸작"이 못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내용도 중간에 자꾸 잘라먹어 잘 연결도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는 속았구나하는 생각과 씁쓸함만이 가슴에 가득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날 한 가게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 구입했습니다. 거금이었지만, 단 한가지 이유, 왜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했을까 하는 그때까지 가슴 한 쪽에 여전하게 지니고 있던 단 하나의 의문때문이었습니다. 구입한 것은 노커트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영화상영 시간은 꽤 길었지만 저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끝나는 순간, 저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하나는 진한 감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분노였습니다.
첫번째, 감동은 영화 자체에 대한 것입니다.
처음 극장에서 보았던 퇴폐만 가득찬 '브룩크린의 마지막 비상구'가 아니었습니다.
'게이와 창녀의 이야기'가 아닌 '노동자의 이야기'가 그 속에 숨어있었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분에서 마지막까지 거칠지만 진실된 노동자의 생생한 삶의 모습과, 힘들고 지루한 파업, 경찰과 사업주의 무자비한 탄압과 마지막 노조의 승리가 영화의 중심에서 흐르고 있었습니다. 국내 개봉관에서 상영될 때는 그 부분이 다 잘려나간채, 게이인 노조간부의 타락과 거리의 한 창녀의 이야기로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둘의 이야기가 영화 전체에서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만, 단지 건강한 노동자와 노조의 투쟁을 더욱 선명하게 강조되게 하는 반대쪽의 어두운 면일 뿐이었습니다. 영화는 걸작 중의 걸작이었습니다.
두번째의 분노는 짐작하시겠지만,
영화에 가위질한 검열에 대한 것입니다.
가위질은 교묘하게 노동자의 건강한 모습들과 승리의 장면들을 다 잘라먹음으로써 퇴페적인 이상한 영화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전체의 흐름을 이해 못하게 영화를 완전 불구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저의 분노는 영화예술에 대한 몰상식과 모독을 뛰어넘어, 시민의식을 마비시키는 그런 가위질과 삭제의 세상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영화 한편의 진실에도 두려워하는 무리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이 보는 한편의 영화에 가위질한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과 의식과, 우리의 인생에도 그렇게 가위질해 온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 영화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묻습니다.
저의 언행 하나하나가 다른 누구의 눈과 인생에 잘못된 가위질을 하고 있지 않을까..경계하고 조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과 사실에 더러운 가위질을 여전히 해대는 조중동 같은 무리들을 보면서 당시 떠올랐던 분노를 함께 간직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미디어비평>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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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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