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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의 대한 추억 |
| 서미애
(2006/0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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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우뚝선 맞벌이 주부랍니다.
집을 이사가야 되겠기에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문득 서랍장깊숙에서 가발 하나가 나왔네요.
가발을 보니 문득 옛날 일들이 떠올라서 몇자 접어볼께요.
28살!
한참 멋 부리고 싶을 나이잖아요.그 당시에 우리 큰언니 미용학원에 다녔어요. 유명한 헤어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소망을 안고..학원에서 배운 실기연습은 곧바로 긴 생머리 이던 제가 언제나 늘 실험 대상이었습니다.
그치만 파마는 그런대로 참을만했지요. 일주일이 멀다하고 머리모양이 바뀌니 친구들도 부러워 하고 저 또한 매우 만족이었답니다.
염색도 하고 머리도 펴줬다가 또 뽀글뽀글 파마를 했다가..
그러던 어느날 언니가 커트를 배웠다는거예요.
저한테 또 실습을 하고싶다네요.
그래서 그것만은 참아달라.정 하고싶으면 형부나 조카 머릴르 해라 했지만 언니는 긴 머리를 해야된대요.
몇날 며칠을 도망다녔는데 어느날은 결국 걸리고 만거예요.
언니는 머리가 기니깐 좀 실수해도 묶고 다니면 티나지 않을거라고 몇번을 말을 해서 그래 이제껏 공짜 파마 맡겼는데 커트 한번쯤이야..그렇게 맘을 먹으니 언니에게 머리를 맡겨도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의자에 앉았죠.그러자 언니는 보자기를 씌우고 덮개를 덮더니 능수능란하게 가위질을 해대는 거예요.
소리로만 듣고있자니 참으로 잘한다 싶대요.
참! 거울 앞에서 자르고 싶다고 그러니 언니는 그럼 자기가 쑥쓰럽대요.예쁘게 잘라줄테니 자기만 믿으라고해서 그냥 벽만 보고 머리를 맡긴거거든요. 그러니 소리가 잘뚝잘뚝!콧노래도 중얼중얼..마치 자기가 훌륭한 미용사나 된 양 열심히 더라구요.
좀 시간이 지나자 내 얼굴을 쳐들어 양쪽 머리 길이를 재더니 오른쪽이 좀 짧네.. 왼쪽을 자르고 또 길이를 재더니 오른쪽을 자르고 몇번을 반복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잘 되가고있는거야? 버리지 않았지?"
그러자 언니 왈
"걱정 붙들어매셔! 내가 누구냐? 절새미인 양귀비가 저리갈만큼 깎어놨으니.."
저리 큰소리를 치니 아무렴 잘했겠어! 싶어 다했으면 일어나자 했더니만 좀 있으라네요.그리곤 계속 제얼굴을 계속 번갈아가면서 깎고 깎고 또 깎고...어깨 밑으로 한참을 내려가던 머린데 점점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머리를 만지려고하면 아직이라고 소리를치고...한 2-3분을 더 앉어있다가 거울 이래도 본다고 냅다 일어나서 마루에 있는 거울을 보고 저 기절초풍 하는지 알었어요!
허 참 촌녀도 이런 촌년이 없고 그 촌스럽다는 갓난이도 이런 머리는 아닐진데,,,머리가 글쎄나 귀밑까지 올라간거있져.
단발머리로 자르려 한 모양이었는지..언니는 제가 이렇게 반응이 크게 나오니 자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대요.
" 원래는 그렇게 할 생각이 아녔는데..니가 자꾸 고만하라고 보채는 바람에.."
헐..저 보챈적 없거든요.
그나저나 출근은 해야되는데 머리는 이모양이고..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도 안나오고 그저 내일 출근은 어찌해야되나 그 걱정만 앞서더라구요.
부랴부랴 밖에 미장원을 찾어다녔는데 늦은 밤이라 그런지 문 연 곳은 암도없고..정말 미칠것만 같고 머리를 엉망으로 만든 언니가 원망스럽고 그 언니를 믿고 맡긴 제 자신도 한심스럽고...
다음날 회사에서는 아주 난리였죠.
영구탄생이라는둥..초년서울상경 이라는둥..에혀!
그러데 그날 저녁에 회사 친구가 혹시 소개팅 하고싶은 생각 없냐더군요.
오호! 내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던 소개팅인데..당근당근 해야지 했는데.생각해보니 머리가 문제더군요.
그러자 친구는 요즘 같은 시대에 별 걱정을 다한다며 당장히 가발 하나 사러가쟤요. 그리고 쇠뿔도 단숨에 ?랬다고 소개팅은 담날 하자네요.
그날 전 칭구와 가발가게에 가서 그? 돈으로 거금 13만원이나 주고 긴 생머리 가발을 샀답니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
날씨는 쥑이게 화창하대요.
소개팅 시간은 오후 6시..(그 시간이 화장빨이 쥑이는 시간이거든요)
4시부터 이것저것 준비했죠.짧은 갓난이 머리는 까만 망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잘 집어넣놓고 그날따라 화장도 만족하게 잘받더군요. 참 느낌이 좋대요.흐흐
드뎌!~6시..핸썸핸썸....기대감으로 남자분을 만났죠. 허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요!
핸썸+자상함+친절함+유머+유식 등등 기대개 많았던 저에게 그는 그저 작지않을 키에 얼굴은 상중하 에서도 하 암튼암튼 실망대실망이대요.
그래도 나름대로 가발도 사고 화장도 뽀사시했는데 일찍 들어가기는 싫고 시간이나 떼우자는 식으로 그 남자분과 계속 얘기를 했지요.
하지만 이 남자 첫인상과는 완전 다르대요. 말도 조근조근 자상하고 머리에 든것도 많고 10분 얘기나눈것하고 30분 나눈것하고 1시간나눈것하고 자꾸 사람이 달러보여요.
그런데 그분이 말씀 중에 제가 자기 이상형이래요! 긴 생머리에 마르지않은 통통한 얼굴 깨끗한 피부 내성적이지 않은 성격,,,오~ㅗ호호호호,,,그게 바로 나야 나...
참으로 그 남자분 보는 안목이 있으시더군요.푸하하하
그 분이 저보다 두살 많은 이유로 오빠라고 불러달래서 우리는 오빠동생 하기로 했지요.
첫날은 어찌어찌 서로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고 두번째 부터는 아주 오래 된 연인들처럼 손도 잡고 어깨에 기대기도하고..아주 행복한 나날들이 되었지요.
그런데 저는 만나면 만날수록 가발이 걸리는거예요.
거의 매일 만나는데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나가기 30분전부터는 머리부터 사방팡방으로 삔찔러서 망으로 씌우고 가발쓰고 이게 한두번이지 계속 하다보니 넘 짜증이 나대요.
그렇다고 언니가 짤러논 짧은 머리로는 만날 용기가 없고 뭣보다도 저의 그 긴 생머리가 넘 맘에 든다고 만날?마다 머리를 잘 만졌거든요.물론 머리부분은 못만지게하고 머리 끝부분만 만지게했죠.
그런데 그때가 여름이 가까워온 5월달이었는데 이 넘의 가발이 어찌나 더운지..땀이 많은 저인데 넘 힘들더라구요.
그렇다고 머리는 내 맘대로 쉽게 길어지지않고..
그러던 5월8일 어버이날이었어요.
오빠(그분)네 부모님이 집에서 조카들을 보시는데 어버이날이니 그날만큼은 오빠가 대신봐주고 부모님은 좋은데 보내드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조카들 밥은 내가 해주겠다 하고 오빠집에 놀러갔어요.
제가 가니 조카들이 달려나오면서 인사를 하네요.
6살 여자아이하나와 4살 남자아니 하나...제가 넘 애들을 좋아라해서 한명씩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니 애들이라 그런지 저를 넘 좋아라 따르대요.
언니언니 누나누나 하면서 나를 따르니 저도 당연히 애들이 이뻐서 안아주고 같이 티비도 보고 했지요.
그러다가 좀 힘들었는지 제가 넘 피곤한거예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느결에 잠이 들었네요.
한참을 자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살며시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니 어머나 세상에..
4살짜리 남자 조카가 제 가발을 쓰고 좋다고 돌아디니고 있고 6살 여자조카는 그 가발을 못뺏어서 소리소리 지르며 다니고 있지 뭐예요!
순간 넘 놀래서 제 머리를 만져보니 망만 뒤집어쓴채 가발은 없고...헉거덕! 후다닥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빠를 찾어보니 오빠는 글쎄나 동영상을 찍고 있지 뭐예요!
제 모습과 조카들의 모습을...
넘 어이없고 황당해서 화장실로 도망을 가서 사태수습을 어찌해야되나 싶어서 안정부절 못하는데 오빠가 막 불러요.
그리고는 제가 자는동안의 일을 얘기를 해주는데요!
제가 잠이들자 6살 여자조카가 심심했는지 제 옆에와서 가발을 가지고 머리를 땋아준다고 놀고있는데 4살 남자조카도 누나가 제 머리를 가지고 놀고있으니 저도 와서 같이 머리를 땋는다고 하다가 둘이 머리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하다가 싸움이 났는데 4살조카가가발을 잡고있는데 6살 조카가 세게 밀었대요,그러자 가발이 조카와 함께 쏙 빠지더라는거예요.
그런데 오빠는 자기도 놀래긴 했는데 조카들이 놀래서 울까바 남자애 머리에다 씌워주면서 장난을 쳤더니 이내 곧 자기들끼리 잘 놀더래요.
그런데 가발 벗겨진지도 모르고 잠만 자는 제가 너무 예뻐서 동영상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었던 거래요.
그러면서 날도 더운데 이런 가발은 왜 쓰고 다니냐고 저는 어떤 머리를 래도 이쁘대요.
가발 안써도 충분히 이쁘니 지금 이대로가 넘 좋다고..호호호
아무렴요!
눈에 콩깍지가 껴도 보통낀게 아닌데 안 이쁘겠어요!!
그 후로 딱 일년뒤에 저희는 결혼을 했는데요.
그? 그 가발 버릴수가 없더라구요.그래서 보관해둔건데..오널 보니 새삼스럽네요.
그때 그 감정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는것같아...
오늘 저녁엔 신랑오기전에 가발한번 쓰고 기다려봐야겠어요..
어떤 반응이 올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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