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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식사 |
| 배시은
(2006/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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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혼한지 따악 2년되었고 지금 무지무지 집게를 싫어합니다. 두개로 뭐든 잘 해내고 마는 그 괴물같은 것을 너무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꽃게도 별로 안좋아하고 간장 게장도 안좋아합니다. 바로 두 개로 움직여 사물을 집어대는 집게가 있어서 말입니다.
처음에는 안그랬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바로 전통음식 기술 보유자이시거든요
그래서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 다 맛있고 동네방네 소문나서 어머니를 동네 잔치만 있으면 불러서 음식 좀 만들어달라 부탁을 할 만큼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끝내줬답니다.
당연히 간장게장을 만드시는 솜씨는 거의 입신의 경지일만큼 대단하셨고 우리 형제들은 어렸을 적부터 집게발을 서로 잡아댕겨 빨아묵을라고 투쟁을 할만큼 하여간 우리 어머니의 간장게장 솜씨는 짱이였찌요~
그러나~
제가 왜 집게를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집게사장때문이랍니다.
저는 남편이 그렇게 우왁하고 혐오스럽게 밥을 먹는 사람인줄 몰랐습니다.
얼마나 젠틀하고 우와(절대로 우왁 아닙니다)한지요 그냥 그 겉모습의 뻔지르르르~~ 한 점에 반해서 그대로 결혼을 해버렸답니다.
물론 가끔식 경양식 집에 가서 돈까스를 손으로 집어먹기는 했지만 뭐 소탈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꺼억~ 하고 트림을 하고나서도
"소탈해서~~~ ^^;"
하는 말을 듣고 우리 남편이 진짜로 소탈할 줄로만 알았지요 또 그때는 왜 자기도 모르게 콩깍지가 씌이잖아요!
그렇게 저는 사랑에 빠져서 남편과 결혼을 했고요
신혼여행을 속초로 갔는데요 오징어 물회를 먹는데 또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그 펄떡거리는 산오징어를 막 손으로 집어먹는 겁니다.
그리고 각단지게 엄지와 검지에 묻는 초고추장을 쏙쏙싹싹빨아묵는데 그 빠는 소리가 옆 자리에까지 들렸는지 손님들이 마치 야만인 바라보듯 바라보는데 진짜 저는 부끄럽더만 남편은
"커억~ 맛있네~ 여기 한접시 더~"
하면서 오징어회를 추가 주문하면서요
'왜? 내가 좀 소탈하지?^^;"
하며 씨익 웃어버리고 마는 것이였지요
여기까지도 진짜 몰랐습니다.
남편의 집게 경력을요!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문제는 신혼여행을 갖다오고나서부터였습니다.
시댁에 돌아갔더니 우리 어머니도 엄지와 검지로 밥을 드시는게 아닙니까?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아니 왜?
젓가락을 놔두고 집게모양으로 벌려서 반찬을 막 손으로 집어먹는걸까요?
놀래서 밥을 못먹고 있는 저를 아랑곳하지도 않고
"엄니 저 고기전 좀 주세요~ 앗따 겁나게 맛좋네요!"
하자 어머니는
"옛다 고기전이다~"
하면서 휙하고 고기전을 집게 손가락으로 들어서 날려주니 아들은 공중에서 돌고 있는 고기전을 휙하고 집게로 잡아 그대로 입안으로 집어넣어 먹는데 가히 그 캣치력은 신의 경지였습니다
"여보~ 여그 김치 좀 찢어주소 아따 이 눔의 김치가 뭣이 요로콤 기럭시가 길다냐~"
하며 어머니께 김치를 좀 잘라달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침 어머니가 뭔가를 하고 계시느라 식탁 곁으로 금세 못오시길래 제가 얼른 가위를 찾아 아버지가 드실 김치를 이쁘게 잘라드릴라고 하자
"시방 뭣하냐 며늘아?!
김치는 말이다 자고로 고로콤 가위질을 허믄 맛이 ?어~
걍 손으로 말이여 요로콤 쫙쫙 찢어묵어야 맛이 난다 이말이제~"
아버님은 아까 전에는 어머니더러 찢어달라고 하시더니 뭐 직접 손으로 집게 모양을 만들어 김치를 좍좍 찢어보이시는데
굳이 어머니를 부르지 않아도 될만큼 주부 9단의 실력으로 좍좍좍 죽죽죽 김치를찢어 드시고 계셨습니다.
"저어기 아버님~~~ 비..위생..."
비위생적이라고 말씀을 드릴라고 하는 순간 우리 아버지는 집게 손가락에 묻은 김치 양념을 마치 신혼여행가서 오징어회를 먹느라 손에 묻었던 초고추장을 쪽쪽짝짝 빨아먹던 아들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게 쪽쪽짝짝 그 양념을 빨아드시고 계셨고 그 모습은 진짜 아무도 방해 할 수 없을 만큼의 최대한 행복한 모습이였답니다.
거기에서 끝나면 말도 아닙니다!
신혼여행 잘 갔다왔냐면서 친정에 들른 우리 시누는 오빠보다 결혼을 먼저했고 그래서 아이도 먼저 낳은 손라애 시누였습니다.
"언니 어?어요?
에헤헤...신수가 좋수~ 여행가서 좋았던...모양...이죠요옹?^^*"
시누는 짖궂은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제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푹 찔러대는데 어후 그 위력이 얼마나 세던지요 무슨 부지깽이로 제 옆구리를 찔러대는 듯 너무도 아팠습니다만 장난으로 하는 줄 알았기에 아파도 꾸욱 참았습니다.
근데 그때 알았어야 했습니다.
이 집안 사람들의 집게의 힘을 요!
"아이 배고파~ 언니 ! 양념족발 드실라우? 요기 요기요~ 이집 짱 잘해요 두마리만 시켜먹읍시다 내가 쏠께요!"
하면서 때릉때릉 전화를 걸었고 우리는 훈제족발이 아닌 찐득거리는 양념족발이 오기만을 기다렸답니다.
이윽고 족발은 도착했고
찐덕거리는 양념이 손에 묻을까봐 당연 나무젓가락을 찾았더니 시누는 별 시덥잖은 것을 사용하냐면서 갑자기 양념뚝뚝 떨어지는 족발을 집게 손가락으로 척 하고 들더니
막막 먹어대는데
입에 막 양념도 묻고 심지어는 옷앞자락에까지 양념이떨어지건만 시누는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쪽쪽짝짝 빨아먹으면서 히히덕거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어린조카까지도 손으로 막 집어먹고 그러고 나서 속이 늑늑했는지 엄마 김치~ 엄마 깍두기
하자 시누는 그대로 냉장고로 달려가서 김치통을 꺼내더니
손으로 팍 하고 김치 한 통을 꺼내서 갖고와서 쭈욱 찢는 모습이 일전에 우리 시아버님 하시던 그 모습과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고 똑같았음에 놀랬습니다.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스빈다.
어쩌면 사람들이 젓가락 문화보다는 집게 문화에 익숙해져있는걸까
이 손이 얼마나 비위생적인데..
정말 생각할수록 메슥거리고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콩나물도 기다랗다 싶으면 손가락으로 집어먹고
파나물에 묻은 양념을 손으로 쫘악 한번 ?어서 집어먹고
...
젓가락은 거의 무늬만 젓가락이고 주된 사용기구는 손가락
그것도 엄지와 검지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우리 시댁의 가족들은 저와 너무도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그 손가락의 위력을 너무도 감사하게 체험한 일이 벌어지면서 저도 집게 가족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일이 있답니다.
어머니가 일본여행을 하시면서 참 맛이 좋았다며 일본식 찰떡을 사오셨는데 그 모양이 꼭 주먹만하면서도 아담해서 꾸워서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껍질을 벗기고 후라이 팬에 노릇하게 구워먹을려는데 조금 커서요 밤톨만한게 잘라서 먹고자 했는데 이게 딱딱한게 보통 딱딱한게 아니였답니다.
에이 ..뭐 대충먹자 하면서 큼직하게 잘라서 프라이팬에잘 구워서 입에 쏘옥 하고 넣는순간 그 맛이 진짜 절묘하기만 했습니다.
가족들도 얼른 그 떡을 좀 가져와서 손으로 집어먹을 생각을 했는지 식탁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떡 가져오라 아우성인걸..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급해서 꿀떡하고 떡을 삼킬려는 순간
으아아악
이게 왠일입니까?
목에..걸려서..그 떡이..떡이 넘어가질 않고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아아..
어쩌면 좋나..
저는 그대로 폴폴 뛰면서 손을 저어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남편과 시부모님들도 사람죽는다고 난리를 치다가 갑자기 우리 아버님이 수퍼맨처럼 제게 다가오시더니
"며늘아 벌리거라!1"
하시는데 처음에는 그 말씀이 괜시리 야하게 들려서 무지 민망했지만 저는 막혀오는 숨때문에 그 생각도 잠시~
다시 발을 굴러가면서 캑켁켁 살려주세요 사람 죽네..
하며 난리를 부렸고 아버님은 마치 송아지 입을 벌리듯 제 입을 확하고 벌리시더니
그 우왁한 집게 즉 엄지와 검지를 확하고 집어넣어서 등짝을 후려치시면서
사정없이 목에 걸린 떡을 잡아빼셨답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 떡은 쏙 하고 빠져버렸고 그 자리에 그래도 주저앉아버린 저는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답니다.
엠뷸런스를 부른다고 옆에서 초랭이 방정을 떨던 남편도 결국 시아버지의 집게손가락의 위력을 보고 박수를 쳤답니다.
저는 인제 완전한 집게 가족의 며느리가 되어서
똑같이 김치를 손으로 찢어 먹고 파김치고 집게손가락으로 양념을 ?어내어 먹는답니다.
이게요 젓가락이 사실 맛있게 먹는 도구 일 것 같아도요
최유라씨랑 이재용씨도 손으로 한번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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