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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이은성의 MUSIC preview / 바람의 편지

바람의 편지  

“감동은 언어의 장벽을 초월합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아서 한달 여 간, MBC  FM4U [송기철의 월드뮤직] 프로그램의 PD 노릇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위야 어찌됐건 말이 좋아 피디이지 월드뮤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꼬박꼬박 스튜디오에 나가서 선곡에  감탄하고 음악만 들으며 한 달을  보냈습니다. 구태여 스스로를 서당개에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러다 보니 생소하게만 들리던 (처음에는 무슨 잘 나가는  CF 배경음악 퍼레이드 같은  느낌이었다죠. 아.. 솔직한 이  PD --;)  ‘월드뮤직’이란 것에 흥미가 생기더군요.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가사에서 묻어나는 감정이 내게 익숙한 감정과 겹치기도 하고, 생경한 선율에서 친숙한 풍경이 그려지는 듯도 하고.. 왜 그런 경험 있잖습니까.


[
월드뮤직] 은 심야-새벽의 경계라는 ‘살인적인’ 방송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  6개월의 역사와 함께 아쉽게 문을 닫았습니다. 한달 간의  얼치기 PD 노릇은 이 훌륭한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분들의 추억 속에 저의 추억도 포함되게 했고요. 음악 듣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음악을 발견하고,  듣다가 또 좋은 음악을 알게되고,  그런 식으로 음악이 봇물 터지듯  나에게 쏟아지던 즐거운 느낌. 그게 ‘월드뮤직’ 이 저에게 준 추억입니다.


‘바람의 편지’ 는
[월드뮤직]을 진행하던  송기철 씨가 선곡한 월드뮤직 모음집입니다. 물론‘월드뮤직’ 이란 단어는 편의상 쓰이는 단어일 뿐, 그 안에는 수많은 갈래와 층위가 있죠. 우리나라에서 이 단어를 쓸 때는 어딘가 오지 원주민의 전례음악도, 팝 음악의 스페인어 번안곡도 포괄하니까요. 그 중에 여기  실린 음악들을 정의하자면 ‘다채로움  안의 편안함’ 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별로는 유럽 (그리스의 미할리스 니꼴루디스, 노르웨이의 이렌 레펜, 프랑스의 미셸 베르제, 프랑소아즈 아르디, 노르웨이의 시그바르 닥슬란,  스페인 바스크의 아마이아 수비리아), 라틴 아메리카 (아르헨티나의 페드로 아스나르, 브라질의 가우 코스타, 카를링유스 브라운, 베네수엘라의  솔레다드 브라보, 에콰도르의  수사나 페냐), 미국(존 보스웰) 과 러시아 (안나 게르만), 우리나라 (정수년,  윤상) 까지 포함하고, 기타와 해금 연주곡과 스캣 송에 스티비 원더와 재니스 이언의 번안곡까지 즐비한 이 음반은, 그렇지만 어느 곡을 들어도 포근하고 친숙한 느낌이 독특함  속에 숨어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음반을 포함해 많은 월드뮤직이 CF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겠죠) 물론 [송기철의  월드뮤직] 을 사랑했던 분들에게라면 이 음반의 가치는 또 더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상업화가 진전된 음악은 음반 판매고와 대중 노출이 늘어나는 만큼 내용이 충실하기 어렵단 말을 합니다
. 요즘 정체된 느낌의 구미 팝 음악과 국내 가요계를 보면 이 말이 아주 편견에만 치우친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하죠. 그런 가운데에서  신선한 자극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전에 듣던 음악과 비슷한 것들만 자꾸 돌아오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 좀 더  새롭지만 충실한 것을 접해보고 싶은  욕심, 보석이 널려있는 더 넓은  음악의 바다에 뛰어들 용기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월드뮤직’ 이란  음악에서 만만치 않은 수확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첫 발걸음을 ‘바람의 편지’ 와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바람 불기 시작하는 9월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