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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라디오, 그 전파를 타고 흐르던 음악들… 글 | 권 영

1.라디오 데이즈.....Radio Days

우디 알렌 감독의 연출변을 들어보니, 그는 자신에게 의미있는 노래들을 뽑아 내보고싶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됐다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 속엔 담긴, 그리고 영화 속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하나하나 감독의 개인적 추억이 묻어있는 곡들이다. 다른 말로 해서 그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노래들. 과연 어떤 곡들일까? 글렌 밀러, 듀크 엘링턴, 베니 굿맨, 토미 도시와 같은 재즈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활기찬 스윙 음악들로 넘쳐난다. 우디 알렌이 감독이면서 동시에 재즈 뮤지션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와 그 사운드트랙이란 생각.

2.프랭키와 쟈니.....Frankie And Johnny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의 아름은 자니, 미셀 파이퍼의 이름은 프랭키. 자니는 그 사실을 들먹이며 둘 사이가 운명이라고 토로한다. 왜냐하면 Frankie And Johnny는 미국의 대중적인 포크송이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그 특별한 관계덕분일까? 영화 속엔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흐르던 곡들이 많다. 리키 리 존스의 It Must Be Love는 물론,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자니의 신청곡이었던 드비쉬의 ?달빛?은 둘의 사랑을 재촉하는 촉매제였으니. 특히 ?달빛?의 운율에 맞춰 프랭키가 비로소 마음을 활짝 열어 젖히던 그 행복한 엔딩은 이 영화를 가장 기분좋게 추억하는 이미지가 되고 있다.

3.볼륨을 높여라.....Pump Up The Volume

내성적인 고등학생 마크는 매일 밤 10시가 되면 정체불명의 DJ 해리가 된다. 구속과 제약에 항거하는 멋진 DJ, 그가 만들어내는 쿨한 방송. 레너드 코헨의 Everybody Knows를 시그널로 사용하는 그의 방송엔 10대의 열정과 반항을 담은 록음악들로 팽배하다. 특히 자살 충동에 휩쌓인 한 학생과의 전화 통화 후 들려주던 그룹 픽시스의 Wave Of Mutilation은 ?나는 항해를 떠난다. 절망의 파도를 타고…?라는 멋진 노랫말로 더 기억에 남는다. 그밖에 사운드가든, 소닉 유쓰, 카우보이 정키스에 이르기까지, The Truth Is Virus라는 해리의 외침처럼 전염성 강한 록 사운드가 우리의 심장을 두드린다.

4.청춘낙서.....American Graffiti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곁에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왜냐하면 영화엔 시종일관 전설적인 DJ 울프맨 잭의 주절거림과 록큰롤이 넘치고 있기 때문. 그렇듯 1962년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조그만 마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은 이 울프맨 잭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자신들의 꿈과 방황, 그리고 사랑의 열병을 잠시 추스린다. 그만큼 사운드트랙에 담긴 41곡의 록큰롤은 대부분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던 곡. 버디 홀리, 척 베리, 플래터즈, 비치 보이스, 파이브 새틴스 등등 그들이 토로하는 Oldies but Goodies가 청춘의 통과의례 속에서 탄력있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5.접              속

한밤중 자동차를 몰던 수현은 아슬아슬하게 사고를 피해간다. 죽음과 직면했던 그 순간, 수현의 차 안 라디오에서 들리던 음악이 바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그 음악은 라디오 PD 동현이 헤어진 연인을 그리며 틀던 곡이었으니, 결국 수현과 동현의 중매자가 된 셈이다. 그 핵심적인 운율 Pale Blue Eyes를 비롯해, 수현의 가슴앓이를 대변해주던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The Look Of Love,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동현과 수현의 만남 위로 행복하게 물결치던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한국 영화음악에 있어서 선곡과 프로듀싱의 개념을 처음 이끌어낸 기념비적인 앨범.

6.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감독 데뷔작에서부터 재즈를 향한 지극한 애정을 투사한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매일 새벽 음악 방송을 진행하는 라디오 DJ. 그런 그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매일 같은 시간에 Play Misty For Me라는 말만 남기고 끊는 한 여자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여자의 신청곡 Misty는 재즈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의 명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Misty의 신비로운 체취가, 재즈의 자유로움이 전편에 녹아있는 작품. 게다가 주제곡으로 사용된 로버타 플랙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까지, 확실히 열혈 재즈광다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는가?

7.피셔 킹.....The Fisher King

테리 길리엄 감독이 만든 이 상상력 넘치는 우화에서 주인공 잭은 뉴욕의 인기 DJ. 시니컬한 입담과 독설로 가득한 그의 방송은 청취자와의 전화연결과 음악들로 늘 팽팽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브렌다 리의 달콤한 올드팝 I?m Sorry와 그룹 스냅의 신명나는 댄스곡 The Power 등등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선곡은 파격적인 진행을 하는 잭과 꼭 닮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나는 곡은 보름달이 환한 밤, 잭과 페리가 센트럴파크에 누워 부르던 How About You가 아닐까? 더불어 행복한 왈츠곡과 존 콜트레인의 재즈곡에 이르기까지, 사운드트랙의 수록곡들은 뉴욕 DJ가 뽑아낼 수 있는 최상의 선곡.

8.국화꽃 향기

라디오 PD 인하는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던 선배 희재를 향한 가슴앓이를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토로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북마커?라는 가명으로 사연을 보내던 인하. 그리고 그 뒤로 흐르던 신청곡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과 존 마크의 Signal Hill이 인하의 안타까운 사랑 위로 파문을 일으킨다. 더불어 서점 라디오에서 들리던 Santa Lucia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환한 햇살이 쏟아지던 서점에서 그 곡을 따라 흥얼거리던 희재의 모습에 인하의 가슴은 얼마나 뛰었는지. 그것이 성시경이 부른 영화의 주제가 ?희재?보다 페리 코모의 Santa Lucia와 Signal Hill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