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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지난 호에서 '아잡토'라는 아이를 만났다.
이지랄 샘이 가르치는 학생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살다 왔다. 아열대 기후에서 살아서
그런지 피부색이 거무죽죽하다. 그래서 별명이 '아프리카 잡종 토인'이 되었다. 간단히
줄여서 '아잡토'.
아잡토 이야기를 좀더 해야 될 것 같다. 아잡토가 온 후로 이지랄 샘이 다니는
학원에서는 '아'로 시작하는 별명이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개다(아,
개다.), 아몽다(아, 원숭이다.), 아얼빵(아, 얼빵하다. 다시 말해 좀 모자란다는
뜻이다.), 아얼짜(아, 얼굴이 짜증나게 생겼다.), 아골룸(아, 골룸이 온다. 골룸에
대해 알고 싶으면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라.) 등등. 이건 완전히 아씨 성을 가진
아이들의 천국이고, 아씨 왕조가 탄생한 ! ;것 같다. 그 많은 아씨 중에 '아유다'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유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 아유다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유다가 있기까지 스스로 아씨 성을 붙여 자신의 별명을 만든 아이는 없었다.
'앞으로 나는 아유다야.'
'유다가 누구야?'
'무식하긴. 예수의 제자 중 13번째 남자.'
'그럼 나쁜 놈이네.'
'단순하긴. 아유다는 아, 유식하다는 뜻이야.'
'우웩, 유식이 아니라 유치겠지.'
'맞아. 그것 좋겠다. 아, 유치하다.'
어쨌든 아유다는 자칭 아, 유식하다에서 타칭 아, 유치하다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우리의 이지랄 샘은 아유다를 엄청 예뻐한다. 얼굴도 예쁘장한 게 공부도 잘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애교 섞인 붙임성으로 이지랄 샘의 애간장을 녹인다.
예를 들면 복도에서 마주칠 때 선생님, 하고 달려와 팔을 붙들고 늘어지며 살짝
터치를 한다든지, 그럴 때는 꼭 맛있는 것 사 달란다. 이때 홍당무가 된 순진한 우리의
이지랄 샘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또 성적이 나빠 체벌을
받을 때 윙크를 한다든지, 이때 역시 매를 든 이지랄 샘의 팔은 힘이 쭉 빠져 매가
솜방망이로 둔갑한다.
지각을 한 날에는 교실을 들어서며 두 팔로 크게 하트 모양을 그리며 앙증맞은
혀를 쑥 내밀고는 배시시 웃는다. 이런 아이를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흠이라면 잘난 척을 좀 한다는 것이다. 사실 좀 한다기보다는 심한 편이다.
'반장으로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아니야.'
'어머, 넌 어쩜 그런 것도 모르니.'
'네 건 짝퉁이구나. 내 건 명품인데. 아빠가 미국 출장 가서 사 오신
거야.'
늘 이런 식이다. 학교에서 반장을 맡았는지 말끝마다 '반장이 생각하기엔 말이지'가
꼭 따라 다닌다. 그러니 당연히 아이들은 아유다를 밥맛없어 하고, 재수 없어 한다.
그래서 간혹 왕따 시키기도 하는 모양인데, 사실은 따돌림보다는 슬슬 피하는 눈치다.
여간 내기가 아니라서 결코 왕따 당하고 있을 우리의 아유다가 아니다. 오히려 잘난
척의 강도를 높여 상대방을 주눅 들게 만든다. 어머, 어쩜 넌 그런 것도 모르니.
어느 날 이지랄 샘의 컴퓨터로 쪽지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언제나 낭패의 길을 걷고 있는 아유다임다. 재미없는 문제만 내시지
말고, 학생이 내는 문제 한번 맞춰보세요. 다음의 다섯 문제 중에서 세 문제만 맞추시면
뽀뽀해 드릴께요^^*
문제 하나, KIN이란 무엇인가. 머리를 굴리지 말고 해석하시오.
문제 둘, '아??'의 발음은 어떻게 되는가.
1. 아행행 2. 아햇햇 3. 아?? 4.
아행행 5. 아??
문제 셋, 무뇌충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문제 넷, 수?자와 행자의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이지랄 샘은 인터넷 문자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하루 꼬박 인터넷을 뒤져 만족할만한
답을 찾아냈다. 아유다로부터 뽀뽀를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는지 싱글벙글이다.
1번, 즐(KIN을 90도 세워보라)
2번, 정답 없음
3번, 무뇌충은 생각 없는 사람
4번, ?자: 세상이 뭐라하든 나는 나! 아??이오. 득도하여 ?을 행하는 사람.
수?자 : ?자가 되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사람
그러나 이지랄 샘의 기대는 산산이 부셔지고 말았다. 달랑 1번 한 문제만 맞추고
나머지 네 문제는 틀리고 만 것이다.
'1번은 분명히 머리를 굴리지 말고 해석하라고 했지요. 정답은 그냥 '킨'.
2번은 아행행이 정답이에요. 이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세상이 뭐라하든 나는 나!
저는 그렇게 웃어요. 3번은 뇌가 없는 벌레 같은 사람이 정답이고요, 4번은 ?자가
틀렸어요. 득도한 사람이 아니라 폐인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에요. 이것 역시 이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세상이 뭐라하든 나는 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너는 그런 걸 어디서 찾아서 배운 거니?'
'웃대에서요.'
'웃대가 뭐야?'
'인터넷 검색창에다 '웃긴 대학'이라고 찾아보세요. 대개 재밌어요.'
호기심이 동한 우리의 이지랄 샘은 그날 학원 수업이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웃긴 대학을 찾았다. 웃대는 다름 아닌 유머방 같은 사이트였다. 웃긴
이야기를 올리면 네티즌들이 리플을 달아 평가를 한다. 그곳에서 한참을 재미있게
구경하던 이지랄 샘은 자신도 웃긴 이야기가 하고 싶어 그만 글을 올리고 말았다.
그런데 아뿔싸, 네티즌들의 리플에 그만 기가 질려 컴퓨터를 꺼야만 했다.
아이디: 이지랄 샘
새발의 피로 팔자 고친 사람은? - 흥부
'사람이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하면서 찾아가는 곳은? - 목욕탕
코끼리와 고래가 결혼해서 태어난 말은? - 거짓말
리플1 아이디: 빵구난 망사 스타킹
아예 때려 달라고 얘기 하지. 조선시대 개그하고 있네. 저기, 가죽장갑 가져와.
리플2 아이디: 사론스똥
젠 가죽장갑 가지곤 안돼. 연장질 해야 돼.
리플3 아이디: 나이뽀잉
기둘리봐. 우리집에 연장 많아.
리플4 아이디: 또라이 아빠
정일이 한테 말할까?
리플5 아이디: 부시집 똥개
정일이는 착해서 그런 짓 못해. 내가 부시한테 시킬께.
다음날 이지랄 샘은 아유다를 만나 지난밤 웃대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유다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우리집 가훈이 뭔지 아세요? '답게 살자'예요.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초딩, 중딩 노는 곳에 왜 끼어들어서는, 정말 웃기셔.'
아, 우리의 이지랄 샘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고, 창피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자꾸만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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