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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56화 -당신의 가족
(M) 주제음 (Open
your mind- 성시경 & 장나라)
남 (전화 통화하는 듯) 예 어머니. 금요일 밤에 버스 타고 가려구요.
그러게요. 이번엔 연휴가 짧아서.. 월요일 아침에는 올라와야죠.
네. 화요일부터 출근이에요. 예. 그럼 출발할 때 다시 전화 드릴께요.
(E) 집 전화 내려놓는
여 (차분) 금요일 밤에 가서.. 월요일 아침에 서울로 올라오자구?
남 어. 그래야지? 당신도 화요일부터 출근 아니야?
여 그렇지.
남 그러니까. 월요일 오전엔 올라와야. 오후쯤에 도착할 거고.
좀 쉬었다 다음날 출근...
여 (버럭) 그럼 우리집은!!!
남 깜짝이야.
여 깜짝? 깜짝 놀란 건 나야.
아니.. 어떻게 나랑 상의 한마디 없이 그런 걸 맘대로 얘기해?
남 올 추석은 연휴가 짧잖아.
금요일밤에 가면 어차피 토요일 아침에 도착할텐데.
여 그런데?
남 아니.. 그러면 토요일엔 차례 음식 같은 거 좀 준비하고.
일요일 아침엔 차례 지내야 할거고. 그러고..
여 일요일 오전에 차례만 지내고 우리집으로 가서
하룻밤 자고 월요일 아침에 오자. 그런 생각은 안 들어?
남 어떻게 그래... 달랑 하룻밤 자고 오자고? 어머니 서운하시게..
그리구 월요일 오후나 돼야 누나들도 올거고...
여 진짜 이럴거야?
(M) 너 정말 -김현정
(E) 물 벌컥벌컥 마시고, 컵 탁 놓는
남 내가 뭐 틀린 소리 했어? 추석인데 누나들 얼굴 좀 보고 오자는 게
나빠?
여 어떻게 그렇게 딱 자기 생각만 하니?
난 오빠랑 언니 없어? 난 저번 설에도 우리 언니 얼굴 콧빼기도
못보고 왔어.
남 그거야 처형이 늦게 왔잖아.
여 우리가 일찍 간거지.
남 그래서 어쩌자고!
여 당신이야말로 그래서 어쩌자고!
지금 하는 말은, 추석에 당신 집만 딱 갔다오자 그거잖아!
남 야.. 당신 집이라니. 시집 왔으면 우리집이지. 왜 당신집이냐?
여 하하.. 웃겨 진짜. 그런식으로 말하면 당신도 장가 왔으니까
처갓집도 우리집인거야. 당신은 그렇게 말한 적 있어?
남 같냐?
여 뭐가 틀린데?
남 관두자..
여 얘기하다 말고 막히면 관두재? 왜 관둬?
남 아니.. 결론이 안나잖아. 괜히 명절 앞두고 서로 얼굴만 붉히지.
여 아니야. 난 얘기하고. 결론도 짓고 넘어갈래.
잘 들어. 어머니 섭섭해하시는 만큼. 아니 그 이상.
우리 엄마도 섭섭해하셔. 그리구, 형님들은 어머니 딸 아냐?
어머니는 당신 딸 하루라도 일찍 오길 원하시면서.
왜 며느리는 하루라도 더 붙들려고 그러시는건데?
나도 우리집에선 딸이야.
남 무서워 죽겠네.
여 원래 진실이 무서운 거야.
남 그런 얘기가 아니라..
여 그럼 뭐! 내 말이 틀린 거 있어?
남 논리로 따지면 당신 말도 맞지만.
현실이 논리로만 돼? 대한민국에서 아직은. 시댁이 먼저야.
여 당신이 더 나뻐. 원래 그런 거라고 누가 가르쳐 주디?
헌법에 정해졌어? 학교에서 가르쳐? 누가 그래?
강제력도 없는 관습. 좀 바꿔가면 안돼?
솔직히 바꿀 마음이 없는 거잖아. 당신한테 편하니까.
안 그래?
(M) 대화가 필요해
(E) 밥 조용히 먹는 소리
남 (참다가 답답한) 언제까지 말 안할거야?
여 ....
남 얘기했잖아. 처가댁은 다음주 주말에 다녀오자고.
그럼 되는 거 아냐?
여 ......
남 에이 몰라. 맘대로 해.
(E) 전화기 열더니 누르는
여 여보세요? 엄마? 나에요. 우리 일요일 오후쯤 도착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사이) 끊어요. 나중에 출발할 때 전화할께요.
(E) 끊는
남 지금 뭐하는거야?
여 뭐하긴? 들었으면 알 거 아냐.
남 아니.. 나랑 상의 한마디 없이. 혼자서 그렇게 얘기해 버리면
어떡해?
여 당신은 나랑 상의해서 통보했어?
남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여 누가 할 소릴. 우리 말 나온 김에 톡 까놓고 얘기해보자.
남 뭘!
여 내가 당신보다 못한 게 뭐 있어? 우리 대학도 같은 데 나왔고.
똑같이 직장 생활 하고 있어. 심지어. 연봉은 내가 더 많아.
남 야.. 그런 얘길 뭐하러..
여 왜? 따져 보자는 건데? 그런데도. 나 우리집에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린 적 없고. 당신은 따박따박 어머님 생활비 보내드리고 있어.
안 그래?
남 우리 어머니는 능력이 안되시잖아. 장모님이야 장인어른도 계시고.
처남도..
여 여보. 이건 성의 문제야. 단돈 십만원이라도. 내가 말 안해도
당신이 먼저 우리집 챙겨주면. 나 당신 집에 백만원 드리는 것도
안아까울거야.
남 또.. 당신 집! 계속 이렇게 니네 집 우리 집 편 가를거야?
여 이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당신이야!!!!
(M) 이브의 경고
(E) 시계 초침 똑딱똑딱
남 (초조하게) 안 일어설거야? 차 시간 다 돼 가.
여 결정을 하고 가야 할 거 아냐. 어떻게 할건데?
남 뭘~
여 계속 두 번 말하게 할래? 일정을 어떻게 할거냐구.
남 난 어머니한테 벌써 다 간다고 얘기했는데.
여 얘기는 나도 했거든?
남 그래서! 진짜 안 가겠다구?
여 공평해지자는 게 나빠? 난 공평하게 하자는 거고.
당신은 당신 몫만 챙기자는거잖아.
남 매번 그래? 이번엔 연휴가 짧으니까. 이번 한번만 그러자는 거잖아.
여 그러면? 다음번에 이렇게 짧은 연휴가 있을 땐.
당신 집.. 그러니까 어머니 댁 안가고. 우리집에만 가서
연휴 다 보낼 거야?
남 아니 그건.. 그때 가 봐서..
여 그때 가면 안 그럴걸?
남 아 이여자 피곤하네 진짜.
여 뭐?
남 당신 공평한 척. 잘난 척. 얘기하니까 나도 한마디 할까?
당신.. 친정 갔을때 왜 꼭 새언니는 찾아?
여 (약간 당황) 뭐? 내..내가 언제?
남 언제는! 갈 때마다 그러면서. 먼저 친정 갔다 그러면.
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러면서 삐죽댔잖아.
여 아니야. 그건 새언니가 평소에 엄마한테 하는 게
워낙 싸가지가 없으니까....
남 우리 누나들만 욕하지 말고. 당신도 한번 돌아봐.
우리 누나들 눈에는 당신도 그렇게 싸가지 없어 보이는 거거든?
(M) 너에게
원한 건
남 우여곡절 끝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E) 버스터미널 소음
여 내 표는 따로 끊어줘.
남 뭐?
여 따로 끊어 달라구. 당신은 당신 집 가고.
난 우리 집 가자. 그게 낫겠어.
남 진짜 끝까지 이럴거지?
여 그리구. 우리도 다시 생각해 보자.
남 뭘!
여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애도 없구.
서로를 이렇게 이해 못해주는데. 계속 같이 살 수 있을지
모르는 거잖아.
남 막 나가자 이거지?
여 나는 합리적으로 나가고 싶은거야.
남 그놈의 합리. 그래 좋다.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이혼하고 싶다 이거잖아?
여 (그렇게까진 아니었지만 자존심 상) 그렇지!
남 그러면. 우리집 가서. 그만 살겠다 얘기하고.
니네 집 건너 가서. 그만 살겠다 보고하자.
여 ...뭐?
남 어차피 집에서도 알아야 할 거 아냐.
괜히 홧김에 그랬다 말거면. 말도 꺼내지 말고.
진짜 그럴거면. 이번 추석에 그냥 확 터뜨려 버리자 이거야!
여 하! 그래?
남 그래! 그러자고!
여 좋아 그럼! 그러자! 그렇게 하자구!
(M) 권투 중계방송 음악
남 일단 터뜨려놓고 버스에 함께 타긴 했지만.
가는 내내. 계속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아내 역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E) 버스 가는 소리 한참 가다가
남 (조용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여 말 시키지 마. 헷갈리니까.
남 헷갈릴 게 뭐 있어? 이미 생각 다 정했다면서?
여 암튼. 차 타고 가는 동안엔 당신이랑 말 섞고 싶지 않거든?
남 나도 뭐 좋아서 말 시킨 건 아니야.
여 유치하니까 따라하지 말고. 얌전히 좀 가자.
남 그래 뭐..
(정적 흐르다가)
여 어머니한텐 말씀 드렸어?
남 뭘.
여 우리 일요일에 간다구? 우리집 가겠다며.
남 진짜.. 지독하다.
여 뭐가 지독해.
남 조용히 가자며.
여 그래. 알았어. (참나.. 치..)
남 (하이고.. 치..)
(E) 버스 멈추고. 치이익. 문 열리는 소리
남 휴게소에 도착하자
아내와 나는
서로 누가 먼저 내리나 내기라도 한 사람들처럼
어깨를 밀치며 버스에서 내려섰다.
여 아 밀지마.
남 내가 뭘. 당신이나 밀지 마.
(M)
으?으? - 신화(전주부터)
(E) 커피 뽑는 소리
남 아내와 신경전을 벌였더니.
더 피곤한 기분이다.
커피를 한잔 뽑아 들고 돌아서는데.
여 내꺼두 한잔 뽑아봐.
남 니 돈 내구 뽑아먹어.
여 아이구. 유치해라. 알았어.
(E) 동전 꺼내서 넣고
(E) 커피 뽑는
여 내가 극단적인 얘기를 괜히 꺼낸 게 아니야.
홧김에 한 얘기도 아니고.
남 뭐? 그럼 이유가 있어서. 예전부터 생각해 왔다. 뭐 그거냐?
여 그렇지.
남 하하.. 참... 이유가 뭔데?
여 여자는 큰 이유로 이혼 생각하지 않아.
진짜 사소한 이유 하나. 예를 들면. 당신이 시댁 식구들 앞에서
나한테 면박을 줬다거나. 내가 하두 어깨가 아파서 좀 주물러
달랬는데. 모른 체 하고 자빠져 잠이나 잔다든가....
남 장난해? 그런 이유로 갈라서면 어떤 부부가 남아나냐?
여 암튼. 그런 작은 이유들이 쌓이고 쌓이면. 정이 뚝떨어지는 거야.
알아?
남 나는, 그런 건 모르겠고. 이번 일로 당신한테 정이 떨어진 건
사실이야.
여 하... 누가 할 소릴...
남 그래. 잘된거야. 솔직히. 누구 하나가 이혼하자 그러고.
누구 하난 싫다면서 버티고. 이것만한 비극이 어딨냐?
깔끔하게. 서로서로 정떨어져서. 굿바이하는 거. 쿨하잖아.
여 그래. 우리 같이 산 3년 동안. 처음으로 맘 맞는다.
결코 그 마음 변치 마라.
남 어. 너나 잘하세요.
(M) 뜨거운 안녕.
-----------------------1부 끝 ---------------------
* 잠시 후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M)
(E) 텔레비젼 보는 소리들
남 집에 도착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요기를 하고. 과일을 먹고. 텔레비젼을 보았다.
마음 한 구석에. 언제 얘기를 꺼내나..
걱정꺼리가 있긴 했지만. 당장 말문을 열기 어려워
그냥 그러고 있던 참이었는데.
(E) 문자 메시지 오는 소리
남 아내였다.
(E) 핸드폰 여는 소리
여 (에코) 주방으로 잠깐 와.
(E)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소리 달그락 거리고
남 왜. 오라가라야.
여 (소리 죽여가며) 왜 오라가라? 당신, 아가씨한테 와서 설거지 좀
도우라 그래!
남 미정이? 밥 먹고 졸린다고 들어가 자는데?
여 나도 졸리거든? 나는 서울에서 네 시간 차 타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야.
남 추석인데 네 시간 차 안타는 사람이 어딨어.
여 아 그러니까! 난 오자마자 앞치마 주워 입고.
국수 삶고. 과일 깎고. 지금 설거지까지 하고 있고.
당신이랑 당신 어머니. 당신 동생은. 그냥 거실에 앉아서
하하호호 수다 떨다가. 피곤하면 들어가 자고. 텔레비젼 보고.
왜 노는 손들이 그렇게 많은데. 나 혼자서 여기서 복닥복닥
이래야 돼?
남 야.. 너 무슨 연설문 써왔냐? 외운 것도 아닌데. 뭔 말을
그렇게 잘하냐?
여 이게 말로 들리냐? 내 복장 터지는 소리다!
남 아 비켜봐. 이깟 설거지? 내가 할께 내가.
여 하...
남 미정이 차례까지 갈 거 뭐 있어. 내가 한다고.
(E) 고무장갑 벗어 던지고
여 그래. 해. 난 발 닦고 들어가 잘거니까.
남 ......야 어머니 보는데.
여 아 보시면 어때. 작은 아가씨도 들어가 잔다며.
아무 한 일 없는 아가씨도 자는데. 나는 왜 못자?
내가 뭐 죄인이야? 노예야? 내가 왜 못자?
남 그래. 알았어, 들어가 자라. 잠 못 자 죽은 귀신 붙었나...
여 여기 접시 다 씻어놓고. 마른 행주로 깨끗이 닦아서 엎어놓고.
저쪽에 반찬 남은 거 있지? 그거 여기 다 부어놓고.
이 그릇들도 다 씻어야 돼. 다 하고 나면. 싱크대 물기 없이 닦고.
걸레 빨아다가 주방 한번 훔치고. 별 거 아니지? 간단하지?
당신이 다 해!
(E) 가 버리고.
남 뭐야.. 가란다고 진짜 가냐?
(사이) 하.. 뭐가 이렇게 많어.... 에이....
(M) 핑계 - 김건모
남 다음날 아침.
여 일어나..
남 (졸린) 왜...
여 장 보러 가는데. 같이 가.
남 뭐 언제 같이 다녔다고 같이 가. 그냥 혼자 갔다 와.
여 짐이 얼마나 많은데. 이혼하는 마당에 내가 혼자 그 짐을
뭐하러 다...
남 (깜짝) 에이 어머니 들으시겠어!
여 뭐 어때. 어차피 말씀 드릴 거잖아! 아니면 지금 당장 얘기하든가.
남 말했잖아. 차례는 지낸 다음에 말씀드리자고.
여 그래. 그러니까 그때까진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달라는거지.
남 아우... 진짜... 알았다. 뭐뭐 사면 되는데?
가자 가. 장 보는 게 뭐 별 거야?
(E) 시장 소음들
(E) 비닐 봉지 부스럭거리며 걸어가는
남 아직도 살 게 남았어?
여 아직 반도 못샀거든? 이번엔 생선.
(E) 비닐 봉지 부스럭부스럭 거리며 걸어가는
남 야.. 대강 사 대강.
여 대강?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당신 모르시는구나?
그 잔소리 당신이 다 듣고 싶으면 대강 사든가.
남 아.. 진짜 왜 이렇게 더운거야. 어우 열나.
여 열나지? 나는 늘 열통이 터졌었어.
다음은. 돼지고기.
(M) 난 괜찮아 - 진주
(E) 전 지지는 소리
(E)
들어오는 소리
남 왜 또 불러내고 난리야.
여 전 붙이는 거 좀 도와줘.
남 미쳤어? 어머니 보시면 난리 나.
여 그럼 말씀 드리지 뭐.
“어머니. 사위한테는 여자들 일 도와주고 그래야 멋진 남자라고
그렇게 강조하시면서. 왜 아들이 며느리 일 도와주는 건
그렇게 못 보세요? 그거 좀.. 모순 아니에요?”
남 우리 엄마 혈압 올라가!
여 그래도 할 얘긴 할래. 어차피 막판이야.
남 야 너 진짜....
여 아니면 당신이 어머니께 요령껏 말씀드려봐.
내가 몸이 불편한데 좀 도와줘야겠다든가...
머리 굴리면 얼마든지 그럴 듯한 변명 할 수 있잖아?
남 와.... 너 진짜.. 대단하다.
여 어머니 입장에선. 내가 말하는 거 보단 당신이 그렇게 둘러대주는 게
나을거야. 어떡할래?
남 그래.. 하자 해.... 뭐.. 뭐부터 하면 되는데?
여 호박전. 생선전. 고기전. 버섯전. 이렇게 차례대로 할거야.
내가 재료들 줄테니까. 이거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이렇게.
후라이팬에 타지 않게 부쳐주면 돼.
남 그래? 별것도 아니구만. 명절 때마다 전부치는 게 어떻고..
그 난리를 쳤냐?
여 (훗..) 그래? 알았어. 한번 해보고. 다시 얘기하지 뭐.
(M)
사나이 가는 길 - 젝스키스
(E) 전 부치는 소리
남 어지럽다.
다리에서 쥐가 나고
기름 냄새를 조금만 더 맡으면 토해버릴 것 같다.
좁은 부엌에서 계속 전을 부치고 있었더니.
눈앞이 핑핑 도는 게. 아주 죽겠다.
여 자... 이번엔 고기전.
남 야.. 잠깐만..
여 왜. 시간 없어.
남 니가 좀만 해봐. 나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께.
여 바람은 무슨! 나 지금 생선 찌는 거 안 보여? 저거 다 하면
나물 무쳐야 되고. 할일이 태산이거든?
남 에이.. 알았어. 뭐 하면 된다고?
여 고기전.
남 뭔놈의 전을 이렇게 많이 해. 다 먹지도 않는 걸.
한가지만 하면 되지.
여 내 말이!
남 순간 할 말이 없어져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아... 이놈의 기름냄새. 진짜 토할 것 같다.
(M) Oh!
happy
(E) 끙끙 앓는 소리
여 잠 좀 자자. 그깟 것 좀 해놓고 끙끙 앓기는?!
남 방금 뭐라 그랬어. 그깟 것? 그깟 것?
여 왜? 그깟 것 아니면 뭔데?
남 내가 그거 하느라 두시간을 일어나지도 못하고.
기름 뒤집어 써가면서. 손도 다 데고!
나 지금 어깨 빠질 것 같거든?
여 ....이라고 내가 말했을 때.
당신이 뭐랬더라?
남 .....뭐?
여 그랬잖아. 첫 명절 때. 차례상 준비하느라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데.
당신한테 어깨 좀 주물러 달랬더니.
당신이 그랬잖아.
“잠 좀 자자. 그깟 것 좀 해놓고 끙끙 앓기는!”
남 내...내..내가 언제... (자신감 없어지는) 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는 말안하고.. 그냥.. 조용히 자자..
뭐... 그런 거 같은데...
여 또 이런 말도 했어.
“일년에 두번이다. 매달도 아니고. 일년에 두번인데.
그거 할 때마다 왜 이렇게 징징대냐? 옛날엔 일년에 서른번씩
제사도 지냈다는데!!”
남 .........
여 일년에 두번 아니라. 십년에 두번이라도. 힘든 건 힘든거고.
위로 받고 싶은 건 위로 받고 싶은 거거든?
(M) 미안해요 - 김건모
남 다음날.
정갈하게 차려진 차례상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냥 자연히 나오는 줄 알았던 음식들.
겨우 일년에 두번씩 하는 건데.
어려우면 뭐 얼마나 어렵겠냐.. 했던 일들.
그 일이 아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차례가 끝나고. 밥을 먹는 자리.
그런데. 아내가 불쑥.
여 어머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남 눈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진짜. 할 말은 하고야 말겠다는 눈빛이었다.
여 어머니....
남 여보. 내가 말씀드릴께.
여 ....?
남 사실은요. 오늘 오후에 처가에 가려구요.
좀 있으면 누나들도 올거고. 이 사람 음식 장만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으니까. 엄마가 좀 이해해 주세요.
조만간 또 올께요.
여 나 그 얘기 하려고 했던 거 아닌데?
남 .......어?
여 이거요. 얼마 안되는데요. 용돈 쓰시라구요.
회사에서 추석이라고 보너스가 나와서요.
남 이 여자가.. 날 이렇게 보내버리는구나....
(M) 행복한 나를
(E)걸어가는 소리
남 일부러 그랬지? 나 챙피하라고?
여 그래. 일부러 그랬다.
남 암튼 뭐.... 생각은 좀 했어.. (쑥스러운)
여 무슨 생각?
남 그냥 뭐... 당신.. 힘들겠다... 그런 거...
여 치!
(E) 전화 진동 울리고
여 어? 엄마한테 전화왔네.
여보세요? 엄마. 어. 지금 가고 있어.
(사이) 아 새언니를 뭐하러 붙잡고 있어! 빨랑 자기 친정 보내.
만나긴 뭘 만나. 엄마도 우리 시어머니랑 똑같애.
엄마 딸은 친정 가는데. 엄마 며느린 왜 시댁에 있어야 되냐구!
빨랑 보내줘! (어쩌고 잔소리하는)
남 우리집과 당신의집.
우리 가족과 당신의 가족.
하나가 되기까지.
얼마나 더 긴 시간이 필요할까.
여 (전화 끊고) 왜 그렇게 봐.
남 아니다. 얼른 가자. 우리집에.
여 뭐?
남 처가도 우리집이라며. 그러니까 우리집.
여 하.. 웃겨 진짜.
(E)웃음 소리 멀어지며
(M) 주제음
2008-09-1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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