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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8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39화 - 이별을 위한 일주일 (2부 중 1부입니다)


(M) 주제음 (땡큐 - 손예진)


(E) 공항 소음

여1    (울먹이는) 잘 있어. 나 없는 동안 바람피지 말구.

남     너나 잘해.

여1    나 이번 학기만 끝나고 오면

        우리 결혼하기로 한 거, 잊어버리지 마.

남     잊어버릴 게 따로 있지.

여1    자기야. 나 자기 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남     나두 그래. 얼른 들어가. 늦겠다.

여1    갈께. 이메일 쓸께. 전화도 매일 할께.

(E) 걸어가는 소리


남     그녀가 멀어져 간다.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혹시, 이게 끝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이상하게 가슴도 아파온다.

(M) 공항에서 - 하림


(E) 호프집 소음, 술잔 부딪치는

여2    아유. 가지가지 해라.

        그래서 울었어?

남     운 건 아니구... 그냥 좀 맘이 그렇더라구.

여2    왜? 소라가 바람이라도 필까봐?

남     야! 우리 소라가 그럴 애냐?

여2    응

남     뭐?

여2    니가 박소라를 몰라서 그러는데

        걔, 예전에 사귀던 남자 군대 가자 마자

        사흘만에 소개팅 한 애야.

남     (불안) 그냥.. 마음이 허해서.. 그랬겠지.

        그렇게 만난 놈이 제대로 된 놈이겠냐?

여2    그게 너야!

남     뭐?? 야!! 너 그럼, 남자친구 있는 애를

        나한테 소개해줬단 말야?

여2    야, 그럼 외롭다고 징징 울고 짜는데 어떡하냐?

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2    어쨌든 너랑 제일 오래 갔잖아.

        내가 아는 바론, 박소라가 너만큼 오래 만난 남자는 없다.

남     (다소 안심) 그래?

여2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지.

        미국이 좀 넓냐? 남자는.. 좀 많어?

        인물 밝히는 박소라, 눈이 번쩍 뜨일걸?

남     야! 윤은서, 너 내친구 맞어?

여2    (웃음) 으이구, 긴장하긴! 술이나 마셔!

(M) 누나의 꿈


(E) 호프집 소음 시끄러운데, 휴대폰 벨 소리 

남     여보세요

여2    자기야? 

남     어. 소라니?

여2    소라야? 도착했대?

남     도착했어? 

여1    응. 너무 피곤해.

남     그래. 피곤하겠다. 집은.. 정리 좀 됐어?

여1    응. 이모가 먼저 와서 정리 다 해놓으셨어.

남     다행이다. 전화는?

여1    전화도 있어. 번호 받아 적을래?

남     잠깐만... 은서야, 번호 좀 적어봐.

여1    은서랑 있어?

남     응

여1    둘이만?

남     응

여1    (신경 쓰이지만 내색 않고) 얼른 들어가. 늦었겠는데.

남     알았어. 번호 불러봐.

여1    여기 지역 번호 누르구, 456, 8462 하면 돼.

남     456에 8462? 적었어?

여2    응. 

남     그래. 내가 전화 자주 할께.

여1    알았어. 벌써 보고싶다.

남     나두. 보고 싶어.

여2    (혼잣말처럼) 어우, 닭살! 야! 박소라! 그만 좀 해라!!

여1    치! 하여간 은서 기지밴. 자기야, 그만 마시고 얼른 들어가. 응?

남     응. 알았어. 바로 들어갈께. 

(E) 끊고

남     야, 술 한잔 더 하자. 보고 싶어서 안되겠다.

(M) 소주 한잔 - 임창정


남     그리고 며칠 후

        난 또다시 은서를 불러냈다.

        그 날, 내겐 엄청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2    왜 또... 피곤해 죽겠는데...

남     은서야...

여2    왜!

남     소라가 남자친구 군대 보내고

        며칠만에 날 만났다 그랬지?

여2    사흘. 왜?

남     ..... 나 어떡하냐?

여2    무슨 일인데!

남     소라한테... 남자 생긴 것 같다.

여2    뭐어?

남     생긴 것 같은 게 아니라, 생겼어.

여2    왜! 왜 그러는데!

남     오늘 낮에 전화했거든. 거기 시간으론 밤이잖아 그때가.

여2    그런데!

남     남자가 받더라구. 미국 사람 같았어.

여2    남자가? 정말?

남     그래... 

여2    혹시 뭐, 이모 아들이나...룸메이트나 뭐 그런 사람은 아니구?

남     소라 혼자 살잖아. 그리고 이모네집엔 딸밖에 없다.

여2    웬일이야 이 기지배. 일 냈네 일 냈어.

남     은서야. 나 어떡하냐...

(M) 왜 그래 - 김현철


여2    기지배 너무 했다. 딱 사흘이네. 정확하네.

남     내가 저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여2    걔가 좀.. 그런 데가 있어.

남     그런 애를 왜 소개해!

여2    왜 나한테 승질이야. 누가 이렇게 니들 둘이 잘 될 줄 알았냐?

남     나 오늘 낮부터 한끼도 못 먹고

        담배만 두갑 폈어.

여2    정말? 소라한테 얘기 들어봤어?

남     전화했는데, 이제 아예 받지도 않어.

여2    남자가 소라한테 니 얘기 했나부다.

        어떻게.. 남자한테 따져는 봤어?

남     ..... 아니...

여2    한 마디 해 주지 왜! 내가 그 여자 남자친구다. 넌 뭐냐!

남     막상 닥치니까, 영어로 생각이 안 나더라구.

여2    우리 나라 영어 교육이 너무 문법 위주라 그래. 문제라니까.

남     은서야. 나 정말 복수 하고 싶다.

(M) 김현정 - 굳세어라 현정아


여2    (약간 취한) 까짓 거, 복수해!

남     (역시 취한) 어떻게?

여2    너 그거 알어? 소라가 나 신경 쓰여 했다?

남     너를? 왜?

여2    왜는 왜야. 초등학교 친구네 하고

        우리 둘이 너무 붙어다니니까. 어쨌든

        우리가 성별은 여자, 남자로 다르잖냐.

남     야, 그래도 어떻게 너랑 나를....

        니가 소라랑 나 소개해 준 건데?

여2    어쨌든, 소라는 신경 썼다니까.

남     그래서?

여2    우리 둘이 사귄다고 폭탄선언을 하는거야!

        박소라 니가 그렇게 바람피기 전부터

        우리는 사귀고 있었다, 이렇게!

남     그러면, 소라가 기분 나빠할까?

여2    아마, 미칠걸?

(M) 어떡해 - 쿨


남     술김에, 홧김에

        나와 은서는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시켰다.


(E)띵똥... 전송 효과음

        

남     잘.. 한 걸까?

여2    글쎄, 모르지.

남     야, 잘했다 그래야지.

여2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니가 복수하고 싶다 그랬으니까

        방법을 가르쳐 준 것 뿐인데!

남     하여간, 무책임해가지구.

        누가 널 데려갈지, 답답하다 답답해.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1    자기야? 

남     (떨리는) 박..소라?

여1    왜 전화 안해. 내내 기다렸는데.

남     전화를 안하긴, 누가 안해!

여1    했어? 그런데 왜 못 받았지?

남     야, 내가 전화했는데... 남자...(말 하려는데)

여1    (말 막고) 번호 제대로 누른거야? 456에 8462?

남     그럼 제대로 눌렀지.

(E)종이 뒤적이는

남     456에 8642!

여1    8642가 아니라, 8462라니까.

남     아... 8462.... 그럼.... 내가... 잘못 누른거네.

여1    치.. 그랬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섭섭해했잖아.

남     아... 그러니까... 난... 번호를 잘못 알아서...

        그걸 잘못 듣고... 내가 너한테.... (허걱 놀라고)

여1    왜 그래?

남     아..아니야. 소..소라야. 너 집에 이메일 돼?

여1    아직. 인터넷 설치하려면 일주일은 걸린다는데?

남     아, 그렇구나. 그래. 일단, 알았어. 내가 전화 다시 할께.

여1    응. 끊어.

(E) 끊고


남     야!!! 윤은서!!! 나 어떡해 이제!!!

(M) 책임져 - 언타이틀


여2    아니, 나는 니가 그렇게 부른 것 같아서... 그렇게 적었지...

남     젊은 게 가는귀를 먹었나! 이제 어쩔 거냐고!

여2    그..글쎄...

남     할 수 없어. 니가 전화해서 소라한테 자초지종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해.

여2    니가 아직 소라를 모르는구나?

남     뭘...

여2    내가 미안하다고 한다고, 소라가 믿을 거 같애?

        아니, 믿는다고 쳐도, 용서할 것 같애?

        박소라가? 절대 아니야.

남     참 큰 위로가 된다 지금!

여2    현실을 직시하라는 거야 내 말은.

남     직시했어. 이제 어떡할까?

여2    소라 이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내야지.

        어떻게든 그 메일을 지워야 돼.

(M) 미션 임파서블


(E) 컴퓨터 자판 누르는

여2    그것도 아니래?

        아, 그럼 7808. 이거 옛날 소라 전화번호 뒷자리.

(E) 컴퓨터 자판

남     아니잖아.

여2    뭐지? 애가 단순해서 뭐 복잡한 번호 걸어놨을 리가 없는데.

남     혹시, 내 생일?

(E) 자판 눌러보는

남     아닌데...

여2    아, 허리 아퍼. 지금 이게 몇시간 째냐?

남     벌써 새벽 다 된다.

여2    나 니 침대에서 좀 잘께.

남     안돼, 니 집 가서 자. 어디 남의 남자 침대에서 자겠대.

여2    뭐 어때. 밖에 어머니 아버지도 다 계신데.

        설마, 니가 날 어떻게 하겠어?

남     내가 널 어떻게 하진 않지

        난 니가 더 무서워.

(M) 착각의 늪


남     소라의 이메일 비밀번호는

        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최후의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E) 거리소음

여2    뭐?? 미국에 가자구??

남     그거밖에 방법이 없잖아.

여2    너 미친 거 아니니?

남     그럼, 이대로 소라랑 끝나라구?

        그나마 소라가 컴퓨터랑 안 친한 애라

        이메일도 확인 안하고 있는건데.

        그거 봐봐. 난 생각도 하기 싫다.

여2    우리, 그 포털 회사에 전화해서, 이메일 좀 지워달라고

        사정 해 볼까?

남     너 같으면 지워 주겠냐?

여2    아니.

남     그러니까 가야 된다구!

여2    가려면 너나 가. 나는 왜 데려 간다 그래.

남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너도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냐!!

(M) 책임져 / 1-13


(E) 공항 소음

여2    어이구, 내 팔자야.

        처음 가는 미국행이 이런 식이 될 줄이야!

남     계속 궁시렁 댈래?

여2    가서 어떻게 할지나 말해봐.

남     일단, 너는 소라가 이메일을 열게 유도를 해. 그러면

        내가 소라를 부를께.

여2    그때, 그걸 지우라고?

남     그래. 진짜 순발력 있게 잘해야 된다 너.

여2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무모한 짓은 해 본적이 없다.

남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여2    알았다 알았어. 그나저나 짐은 다 챙겼나 모르겠네.

(E) 뭔가 부시럭대며 뒤지는

남     뭐냐 그게 다?

여2    어? 이건 고추장, 이거는 된장, 이거는 컵라면.

남     신났네 신났어. 지금... 어디 여행 가냐?

여2    여행은.. 여행이지.

남     그런 게 다 넘어가?

여2    너 나중에, 거기 음식 느끼하다고

        나한테 고추장 빌려달라기만 해봐.

남     어떻게 너랑 내가 친구가 됐는지, 진짜 불가사의다.

(M) 잘못된 만남


(E) 기내 소음

여2    (속삭이는) 야.. 야... 밖에 봐봐. 구름이 우리 아래 있어.

남     왜 이러냐. 촌스럽게.

여2    나 사실은 비행기 처음 타보거든. 솔직히 은근 쫄았는데

        별 거 아니다.

남     나 잔다. 깨우지 마라.

여2    어우 야. 자지 마. 나 심심하잖아.

남     나 지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잠이라도 자야겠어.

여2    야! 그래두, 너랑 나랑 둘이 처음 가는 여행이다.

        우리 초등학교 때부터 안지 20년 넘었는데

        처음 가는 여행이라구.


남     은서의 표정에 진지한 서운함이 묻어 있어

        난 그대로 눈을 감을 순 없었다.


남     그래. 안 잔다 안 자. 뭐할까?

여2    그냥... 뭐... 얘기... 이런저런....

(M) 여행 - 박혜경


(E) 와인 따르는

여2    역시, 비행기가 좋긴 좋구나.

        와인까지 주구.

남     야, 그만 먹어라. 취하겠다 너.

여2    에이 뭐. 소주로도 안 취하는데.

남     그러니, 어떤 남자가 널 좋아하겠냐?

여2    (멈칫) 뭐?

남     그렇잖아. 하는 짓마다 선머슴 같고

        남자보다 술도 더 잘 마시고

        그렇게 억세니, 누가 널 좋아하겠어.

        그러니 니 주위에 여자만 득실거리고, 남자는 없는 거야. 알어?

여2    (조용) 그래. 알았어.

(침묵)

남     (당황) 야... 화났어?

여2    (조용)

남     아니, 난, 그러니까...

여2    그래. 니 말이 다 맞어. (울먹) 그러니까 그만해.

(E) 일어나서 가 버리는

남     초등학교 시절

        남자 애들과 주먹다짐을 해도 안 울던 은서가

        대학에 떨어지고도 안 울던 은서가

        취직시험에서 떨어지고도 안 울던 은서가

        울고 있었다

        순간, 너무 미안해졌다.

(M) 그녀가 나를 보네 - 브라운아이즈


(E)걸어오는

남     야, 미안해. 자리로 가자.

여2    됐어.

남     진짜 미안해.

여2    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그냥, 나 때문에 그래.

        내가 너무 싫어서.

남     니가 왜 싫어.

        야, 니가 얼마나 괜찮은 앤데.

여2    ....

남     진짜야. 니가 성격이 약간... 거친 면이 있어서 그렇지

        솔직히 얼굴은 진짜 이쁘잖아. 너 화장하면 정말 예쁠거야.

        요즘 애들 다 성형발에 화장발이지 뭐 별 거 있냐?

        넌 자연산이잖아.

여2    ..... (뾰루퉁) 니가 몰라서 그렇지

        박소라도 쌍거풀했어.

남     진짜야?

여2    보톡스도 맞았어.

남     ..... 지..진짜야?

여2    그래, 걔 원래 사각턱이란 말이야.

남     (당황스럽지만) 뭐 어쨌든, 너는 아니잖아.

여2    난 그런 거 안하지.

남     그니까, 니가 진짜 이쁜거라구.


남     어린애 같은 은서, 못이기는 척 따라 오는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귀엽다. 내친구.

(M) When I grow up - 김현철


(E) 먹는

남     이제 기분 좀 괜찮아?

여2    기내식이 맛있어서 봐준다 내가

남     이럴 때 보면 여자 같단 말야. 삐질 줄도 알고.

여2    너 계속 여자타령 할래?

남     알았어. 

여2    음... 비행기에서 보니까 노을 지는 모습도 더 멋있다.

        이런 건 신혼여행 가면서 신랑이랑 봐야 되는건데.

        난 꼭 중요한 장면을 볼때, 너랑 있게 되더라.

남     야, 너 그거 생각나?

여2    응?

남     초등학교 때 무지개 보다가, 그거 잡아보겠다고 쫓아갔던 거

여2    (웃고) 응. 다음 동네 가면 있다 다음 동네 가면 있다... 하면서

        계속 가다가 길 잃을 뻔 했잖아.

남     왜, 눈 허벅지 깊이만큼 왔을 때

        학교 운동장에서 굴 판다고... 그랬던 건?

여2    그걸 어떻게 잊어. 나 동상 걸렸는데 그때.

        하여간, 이상한 건 다 하자고 그래서

        내가 너 때문에 피해 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야.

남     (웃고) 

여2    추억이라는 게 그렇다?

        생각하려고 하면, 몇개 생각 안 나는데.

        새록새록, 순간순간, 갑자기...

        이런 저런 게 톡톡 떠올라.

        너랑은 그런 추억이 너무 많아.

(M) And I love you


남     창밖이 깜깜해지자

        은서는 조금 더 재잘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함께 한 추억이 많은 아이.

        사춘기 시절에 잠깐 좋아해 보기도 했던 아이.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우린 의형제라고 큰소리 쳐 보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는 아이.


여2    (졸린 듯) 얼마나 남았어?

남     어. 더 자. 아직 좀 남았어.

여2    그나저나, 소라가 얼마나 놀랄까?

남     그냥 놀래켜 주려고 왔다 그래야지

여2    너 보면 좋아하겠다.

남     그렇겠지.

여2    넌 소라가 어디가 좋아?

남     그냥... 밝고 애교도 많고... 귀엽잖아.

여2    결혼도 할거야?

남     소라 학기 마치면.

여2    둘이 옷 한벌씩 사줘야겠네 나한테.

남     그래야지.

여2    비싼 걸로 사달래야지.


남     은서는 다시 눈을 감았다.

        왠지 돌린 어깨가 작아 보였다.

(M) 사랑과 우정 사이


(E) 도시 소음

여2    야, 진짜 크다.

남     서울에도 이만한 건물 없냐 뭐? 그만 좀 올려다봐라, 고개 빠지겠다.

여2    미국 사람도 진짜 많어.

남     저 사람들이 니 말 못 알아듣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여기가 미국인데, 미국 사람들이 많지, 적겠냐 그럼?

여2    영어 공부 좀 해가지고 올걸.

남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여기 주소나 좀 찾아봐.

여2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지, 이 넓은 데서 여길 어떻게 찾냐?

남     됐다 됐어. 내가 찾고 말지.

여2    영어도 못하면서... (구시렁대는)


남     말도 안 통하고

        길도 잘 모르는 그곳에서

        우린 한나절을 헤매야 했다.

(M) Not going anywhere


(E) 거리 소음

여2    우리, 뭐 좀 먹자.

남     안돼. 시간 없잖아. 내일이면 인터넷 개통된단 말이야.

여2    전화라도 해 봐. 데리러 나오라구.

남     아까 해 봤잖아. 아직 안 들어온 것 같애.

여2    어쨌든 난 더이상은 못 걷겠어.

남     안된다니까! 나중에 소라네 집 가면 뭘 먹든가 말든가. 

여2    (버럭) 너한텐 박소라밖에 안 보여?

        난 안 보여?

(M) 왜 모르니 - 별


남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거리 한복판에서

        은서는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도 그녀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남     이게 다 누구 때문에 생긴 일인데!

        니가 남의 일에 감놔라 대추놔라 해서 생긴 일 아냐!

여2    뭐?

남     솔직히, 소라가 왜 너 신경 썼는지 알 것 같다.

        너, 소라랑 내가 잘되길 바라긴 바라냐?

여2    뭐가 어째?

남     너, 내가 소라랑 싸울 때마다

        그럴거면 헤어지라고 그랬었잖아.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화해시켰어야 되는 거 아니냐구!

여2    기가 막힌다. 그래, 알았어.

        니가 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지금 여기 있을 필요 없지.

        너 혼자서 소라를 찾아가든가 말든가 맘대로 해. 난 갈 거니까

(E) 뛰어가는

남     (뒤에 대고) 그래. 가라 가! 누가 너 간다고 무서워 할 줄 아냐?

        (작게) 저게.. 진짜 가네...

(M)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E)헤매고 다니는 발걸음 소리, 거리 소음

남     어디 간 거야. 하... 미치겠네 진짜...

(E) 비 투두둑 떨어지다가, 소나기 되는


남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윤은서, 비 맞으면 금방 감기 걸리는데.

        옷도 얇게 입고 왔는데.

        길도 나보다 더 모르는데.

        여권도 나한테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 두근거리다

        터져 버릴 것 같았다.

(E) 뛰어가는

남     은서야! 윤은서!!

(E) 빗줄기 더 거세지고

남     은서야!!! 

(E) 뛰어가는

남     갔던 자리를 또 가 보고

        또 가 봐도

        은서는 없었다.

        시내를 몇 바퀴나 돈 나는

        처음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절망스러웠다.


여2    (작게, 울음 소리) 봉덕아...

(BG)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남     돌아본 그곳에

        은서가 비에 온통 젖은 채 서 있었다.


남     (버럭) 야! 너 어떻게 된거야!!!!

여2    봉덕아... (울고)


남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은서를 껴안았다.

        

여2    고마워. 난, 니가 나 찾으러 안 올 줄 알구...

        너무 무서웠는데.

남     미안해. 화내서.

여2    봉덕아... 사랑해....

(M) 땡큐 - 손예진

        

남     빗줄기가 쏟아지는

        그 낯선 거리에서

        난 더욱 낯선 고백을 듣고 말았다.

        언제부터, 어떻게... 왜....

        나를 사랑하게 됐는지...

        왜, 하필 이런 순간....

        이런 말을 듣게 하는지...

        아무 것도 묻지 못한 채 

        난 그저 서 있다.

(M)주제음 


* 다음주에 2부가 계속됩니다.

 





2006-06-08(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