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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38화 - 단심가
(M) 주제음 (단심가 - 페이지)
남 하늘이 붉다
산 끝자리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태양의 마지막 자락이
남기는 흔적이다
(E) 나뭇잎들이 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
남 비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훑고 지난다
지루하게 지나가는
인생에
마치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 올 거라는
암시라도 주는 듯
스산한 기운이
대청마루를 스치고 지난다
(M) 서쪽 하늘 - 이승철
남 조선 안에서라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세도가.
그가 바로 나의 아버지이다.
아버지의 권세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나의 시선은
하늘과 들로 향하고 있었다.
아버지가의 명예가 높아질수록
나는 명예와 멀어지는 길을 걸었다.
백성들은 나를
한량이라고 불렀고.
아버지는 나를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불렀다.
난 그저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고
여자로 인해 즐기며
남은 생을 탐닉하고만 싶었다
(E) 마당을 고무신 신고 걸어가는
남 잠깐만...
여 저... 말씀이세요?
남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느냐.
여 무슨.. 일이시온지...?
남 처음 보는 얼굴인데...
본래 이 집에서 일하던 아이더냐?
여 .... 얼마 전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남 아... 그래?
이름이 무엇이냐?
여 이름은 무슨 연유로 물으십니까?
남 (황당) 뭐? 너는 내가 이집의 누군지 모르고 있느냐?
여 아니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남 헌데?
여 시키실 일이 있으면 시키세요.
하지만....(울컥하는 감정을 겨우 참으며)
이름을 말하는 것은 괴로우니
그저 내버려 두세요.
(M) 비가 - 김범수
남 당돌하게 말하는 그 아이의
얼굴을 찬찬이 바라보았다.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그 얼굴만 보아도
금세 알 수 있었다.
내 아버지가 몰락시킨,
그래서 이 집에 하녀로 데려온
양반가의 딸들 중
하나이리라.
문득, 애처로움과
심술이 한꺼번에 생겨났다.
남 다시 한번 묻겠다. 니 이름이 뭐냐?
여 ......
남 내가 니 이름쯤 알아보는 것, 어렵지 않다.
여 (오기로 가득찬) 그러하시면, 직접 알아보시지요!
(E) 탁탁탁 걸어서 사라지는
남 그 아이가 빠져나간
작은 대문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작게
웃음이 삐져 나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웃어보는 웃음이었다
(M) 인연 - 이선희
남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내 눈에는 그 아이가 밟혔다.
마음 깊은 곳에서도 밟혔다
초라한 옷을 입고
익숙하지 않은 험한 일을 하며
힘들어하는 그 아이가
자꾸만 안됐고
자꾸만 보고 싶었다.
(E) 걸어가는데, 다가오는
남 단희야!
(E) 걸음 멈추는
남 니 이름을 어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느냐?
여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남 들고 있는 그거...
무거워 뵈는구나.
여 무겁지도 않습니다.
남 그리 꼿꼿해서야...
내, 니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여 제 이름을 알아보셨으니, 제 처지 또한 잘 알고 계신 것이
당연하겠지요. 제 처지를 알고 계시다면, 하루 아침에
어미 아비를 잃고 세상천지에 홀로 남겨져
천한 일을 하게 된 이 처지를....
알고 계시다면....
그래서 한 점의 동정심이라도 있으시다면.
제발 그냥 내버려 두어 주시죠.
남 왜 그 소리가 내겐
도와 달라는 소리로 들리는지 모르겠구나.
여 (날카롭게 받아치는) 그러니, 한 핏줄이 아니겠습니까?
남 무어..라..?
여 세상이 다 제 것 같으니
다른 사람의 몸도 마음도 다 제 것 같고
그래서 마음껏 죽이고 살려도 될 것 같고.
그런 아비의.. 하나 뿐인 아드님 아니신가요?
초록은 동색이고, 핏줄이 닮는 것을...
누가 나무랄 수 있겠어요.
남 겁이 없구나...
여 잃을 게 없으니, 겁날 것도 없지요.
차라리 이 댁 눈 밖에 나서 목숨이라도 잃었으면 좋겠어요!
(M) 슬픈인연- 임형주
(E) 바람 부는, 갈대 소리
남 울면서 걷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녀를 제지시키려는 자들을
눈짓으로 말리고
내가 대신 따라 걸었다.
걷다 보니
마을을 벗어나 꽤 멀리까지 오고 말았다.
내가 좋아하는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주저앉아 우는 그녀의 뒤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여 (코 맹맹한) 언제까지 거기.. 계실 건데요.
남 니가.. 다 울때까지...
여 다.. 울었어요
(E) 다가와 앉는
남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이냐.
여 그런 건 왜 물으세요?
가장 그리운 걸, 채워주시려구요?
남 니가 원한다면.. 그래줄 수도 있다.
여 따뜻한 방도 그립고. 부드러운 음식도 그립고.
서책도 그립고. 아름다운 장신구들도 그립고....
남 .....
여 그치만 가장 그리운 건...
날 사랑해 주시던 내 어머니와 아버지에요.
이것도 채워주실 수 있으세요?
당신의 아버지가 죽게 한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주실 건데요? 어떻게요?
(M) 러브송 - 박기영
(E) 바람 소리
남 바람으로 물결 치는 갈대밭 위로
오롯한 달이 떴다.
보름달이었다.
먼 마을로
달빛에 들뜬 아이들이 몰려나와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여 (조용히) 제 부모님은 무고하게 돌아가셨어요.
남 알고.. 있다...
여 돌아가시던 그 순간까지도
제 걱정을 하고 계셨어요.
전 형장으로 끌려가시던 제 어머니의 눈빛을
지울 수가 없어요.
남 미안... 하구나...
여 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저는 복수를 다짐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저, 세상을 원망하면서 눈물 흘리는 것 밖에는요.
남 정말... 미안...하다...
여 뭐가... 미안하세요?
남 니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이...
너에겐 가장 큰 치욕이고 슬픔일텐데.
나에겐 가장 큰 기쁨이 돼버려서...
그것이... 정말 미안하다.
(M) 슬픈 눈 - 이승열
남 사람들의 쑥덕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그녀를 위해 배려했다.
힘든 일은 하지 못하게 했고.
아무도 괴롭히지 못하게 했다.
그녀를 위해
책을 선물하고.
그림을 선물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꼈다.
(M)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하여 - 이수영 이정봉
(E) 말 달리는 소리
남 말을 다룰 줄 아는데? 많이 타봤나?
여 네. 어릴 적에요.
저희 아버진, 여자도 말을 탈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남 그랬어?
여 네.
(E) 말 멈추고, 바람 세게 부는
여 여기서 보니까
한양이 정말 작아 보여요.
남 알고 보면, 우린 정말 작은 세상 속에 갇혀서
그게 다라고 생각하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거지.
여 맞아요. 조선을 벗어나면, 더 큰 나라들이 많을 거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남 그렇지...
여 우리가... 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남 글쎄...
여 만약에 우리가 이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요?
남 ......
여 만약에 우리가... 이렇게... 말고...
다른 사람으로.... 다른 관계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남 왜 그런 말을 해?
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생각이 너무 간절히 들어서요.
(M) Long long ago -박기영
(E)말이 천천히 걷는 소리
여 아버님께 혼날 거에요.
남 괜찮아.
여 저도 혼이 날 거에요.
남 내가 막아줄게.
여 언제까지요?
남 .....
여 언제까지 막아줄 수 있나요?
남 내가 너를 사랑하는 한... 언제나....
여 영원하지는 않겠네요.
남 왜 그렇게 말하지?
여 그럼 그 사랑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어요?
남 약속해.
여 나를 위해서... 뭐든 희생할 수 있다구요?
남 약속해.
여 나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구요?
남 다... 약속해.
(M) 마지막 안식처 - 조관우
(E) 산사의 종소리 고요하게 멀리서
남 어허... 움직이지 말라니까.
여 제대로 그리고 있는 거에요?
남 그렇다니까.
여 이 옷은 어디서 났어요?
남 한양에서 제일 옷 잘한다는 집 가서
해 온거야. 그 옷감은 중국에서 이번에 들여온 비단이구.
여 너무 예뻐요.
남 단희 너 가져.
여 정말... 그래두 돼요?
푸른색 저고리도 예쁘구요.
붉은색 치마도 좋아요. 난 붉은색이 좋아요.
남 움직이지 말라니까.
여 네! (웃고)
남 화폭에 그녀가 웃는 모습이 담겼다.
내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남 다.. 됐다.
(E) 조르르 달려오는
여 (감탄) 어머나....
남 어때?
여 (감동한) 마음에... 들어요. 너무나...
(M) 다시 돌아와 - 고유진
여 이 그림, 나 주는 거에요?
남 아니.
여 왜요?
남 내가 너 보고 싶을 때마다 봐야 하니까.
여 싫어요. 내가 가질래.
남 그럼, 일단 내가 갖고 있을게.
여 그 다음엔요?
남 내가 니 얼굴을 다 외게 되면
그때 너한테 이 그림 줄게.
여 내 얼굴, 아직 못 외요?
남 이상하게... 눈 감으면 니 얼굴이 생각 안나.
여 (조금 차분해지는) 그냥 생각 안나는 것도 좋은데.
어쩌면 그게 더 나은지 몰라요.
남 나중에... 나중에... 줄게.
여 미안...해요.
남 ... 뭐가?
여 미안... 해요...
(M) 미안해요 - 리사 (미안해요....나를 사랑하지 마요)
(E) 천둥 번개 치는
남 그리고
초여름 답지 않게
요란스럽게 비가 내리던 날 밤.
그날 밤.
모든 일은 이루어졌다.
선이 승리하고.
악이 징벌을 받는.
그런 일.
하지만,
마땅한 벌을 받는 이가
다름 아닌 내 아버지이였기에...
내게는 어쩔 수 없는 불행이었던...
그런 일....
(M) 가려진 / 정재형
(E) 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 집안 곳곳 부서지고, 불 지르는
남 성난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식솔들을 붙잡아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난
오로지 단희만을 찾고 있었다.
(E) 화재로 나무 무너지는,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남 단희야! 단희야!
(E) 문 열고 들어가는
남 단희야!!
(E) 누군가 들어오는
남 (반가운) 단희야!!!
여 (차가운) 저를... 왜 찾으세요?
남 무사했구나. 난 혹시라도 니가 다쳤을 줄 알고.
여 ...... 전 무사해요.
남 그래. 다행이다. 뒤뜰로 가자. 그쪽에 말을 대기시켜 놨어.
비밀 통로까진 사람들이 모를거야.
그 길로 우리 둘이 도망가자.
여 우리... 둘이요?
남 서둘러. 사람들이 곧 여기도 들이닥칠거야.
여 ..... 난 못 가요.
(M) Long long ago / 박기영
남 그녀의 표정은 비장했다.
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남 왜... 그러는데...
여 왜... 한 번도 날 의심하지 않았어요?
남 뭐...라구?
여 내가... 복수한다고 그랬잖아요.
남 단희야...
여 오늘 어떻게 이 사람들이 여기 올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내가 그 사람들에게 모든 정보를 다 빼줬어요.
오랫동안... 그 사람들과 함께
오늘 이 거사를 꾸몄어요.
남 ......!!
여 오늘의 거사에서 내가 맡은 일은 이거에요.
남 그녀가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여 당신을.. 처리하는 일...!
(M) 미안해요 - 리사
남 내 앞의 그녀가
내가 알아왔던
내가 사랑했던
그녀가... 맞을까.
그녀의 눈동자는 비탄스러웠지만
표정엔 흔들림이 없었다.
여 미안해요. 그동안, 당신을 이용해서.
남 하나만 물을게.
여 ....
남 한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적은... 없었던 건가?
여 ..... 네
남 그랬군. 그랬었군.
여 나중에... 벌... 받을께요.
(E) 뭔가 부스럭 꺼내는
남 이거... 내가 줄 때가 된 것 같군.
(E)펴 보고
여 그림.. 그려준 건... 고마워요.
이때, 웃었던 웃음은 진심이었어요.
아... 말 태워줬던 것도 고마워요.
그때, 정말 즐거웠어요.
(목소리 조금씩 젖어드는)
사람들이 힘들게 할 때 감싸줬던 것도
고마워요. 너무.. 많이.. 힘이 돼 줬어요.
그리고 또.... (하다가 비명 지르는) 왜 이래요!
왜 이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안돼요!
남 만일을 대비해
품에 숨겨 두었던 단도를 꺼내
난 내 가슴을 찔렀다.
그녀는 절대...
내 가슴을 찌르지 못할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뿐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M) 시간의 끝 - 이승열 (노래 조금 길게 나가고)
잠시 정적 후 -
(E) 차 경적 소리
남 토요일 오후
전시관을 찾았다.
문화의 향기라는 박스 칼럼을 쓰기 위해서다.
조선시대 익명의 화가들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조금 한산했다.
나 역시 별 기대 하지 않고
이곳을 찾았다.
(E) 전시관 내부. 뚜벅뚜벅 걷는 소리들 조금.
남 그러다
하나의 그림 앞에 멈춰섰다.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한 여인의 그림 앞이었다.
보일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띄고 있는,
웃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기운이 감도는
여인의 초상화였다.
(E)다가오는
여 이 그림, 마음이 드세요?
남 아... 네. 낯설지가 않네요.
혹시 윤은서 큐레이터이신가요?
여 네.
남 저 아까 전화 드렸던 김인준 기자입니다.
여 아, 그러세요.
남 왜일까.
초상화 속의 그녀와
너무 다른 이미지인데도
왠지, 이 둘은 닮아 있었다.
(M) 단심가 / 페이지
여 이 그림은요.
조선시대 중기에 그려진 걸로 추정이 되는데요
1970년쯤에 발견될 걸로 알고 있어요.
남 어디서... 발견이 됐는데요?
여 조선시대 무덤을 이장하다가요.
20대 초반의 여자 무덤이었는데.
그때 신문에도 났다고 하더라구요.
여자의 시신이 신기하게도 거의 훼손이 안된 상태로
보존이 잘 돼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남 그 무덤 안에서.. 이 그림이 나온 건가요?
여 네. 너무 신기하고 이상한 건
여자가 이 그림을 품에 꼭 안은 채 발견됐대요.
무려 300년의 시간 동안
그래 왔던 거죠.
남 그래요? 재밌네요.
여 왜 그랬을까요?
사랑하는 남자가 그려줬던... 자기 초상화 같은 거....
아니었을까요?
남 상상력도 뛰어나시네요. (웃고)
여 그런가요? (웃고)
남 참 이상한 일이다.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심장이
조금씩 뛰고 있다.
왠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기로... 되어 있었던 것처럼....
(M) 주제가
2006-05-31(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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