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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37화 -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M) 주제음 -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스윗 소로우
(E) 축구장 응원 소리
남 사람들의 응원 열기가 뜨겁다
정말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에
함성을 지르고
아쉬워하는
그들 속에 난 앉아 있다.
마치, 4년 전 그날처럼....
(M) 오 필승 코리아
(E) 음악 이어지면서 -
여 준비 다 했어?
남 잠깐만... 물통... 물통 가져가야 돼.
(E) 뭔가 꺼내서 가방에 담고, 지퍼로 닫는
남 됐다
(E) 나가면서
여 정말 웬일이야?
첫 승만 해두 대단한 거라고 했었잖아.
남 그러게. 우리가 원래 결정적일 때 잘하잖아
여 이러다 8강까지 가는 거 아냐?
남 야, 늦겠다. 빨리 가자.
남 내 일은 잘 풀리는 거 하나 없는데
그래도 왠지 힘이 나던 그 시절....
우리 일생에
언제 또 이렇게 신나는 때가 있겠냐며 웃던 그 시절....
그때 내 곁엔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가 있었다
(M) 버즈 - 1년쯤이면
(E) 거리 응원하는, 사람들 환호 소리
여 (좋아하며) 어떡해! 어떡해! 골이야 골!
남 야!! 하하하! 이게 웬일이냐! 야.... 정말.....
여 우리, 다음 경기... 다음 경기.. 어디야?
남 다음 경기가... 광주지.
여 우리 광주 가자!
남 어? 경기 보러?
여 응!
남 표가.. 비쌀텐데...
여 이번 달 용돈 확 써버리지 뭐.
우리 둘이 합치면 그 정돈 되지 않겠어?
남 ... 그럴까?
여 그래. 우리가 언제 또 월드컵을 보겠어.
2006년에 독일 가서 볼거야, 뭐?
남 하긴.... 그래! 까짓 거, 가자!
(M) 버즈 응원가
(E) 골인!! 하는 소리와 함께 와~ 함성 소리
남 그녀와 나의
용돈을 탈탈 털어
찾아갔던 광주 경기장에서
또 한 번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고.
(E) 쨍 맥주잔 부딪치는 소리
여 결승을 위하여!!
남 결승까지?
여 못할 게 뭐 있어?
(E) 웃으며 마시고
남 월드컵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사냐?
여 그러게.... 우리 둘 다 취직 준비도 해야 되고
앞이 다 깜깜하다....
남 그런 얘기 하지마. 김새잖아.
여 현실인데 뭐. 받아들여야지!
(M) 달팽이
(E) 매미 소리
남 축제가 끝나자
현실이 다가왔다
(E) 책장 넘기고
여 아... 더워... 못하겠다 진짜....
(E) 종이로 부채질하는
남 얼마나 했다구...
그나저나... 좀 출출하다...
여 내가 비빔면 만들어 줄까? 남 너 공부 안해?
여 공부하고 있어. 내가 소면에 초고추장 넣고 신김치 넣고
맛있게 비벼줄게.
남 나야 땡큐지만...
너 공부 안해서 큰일이다 진짜....
(E) 후루룩 맛있게 먹는
남 야, 진짜 맛있다.
여 맛있지 맛있지. 후식으로 다방 커피 찐하게?
남 좋지!!
(E) 커피 따르는, 마시고, 매미 소리
남 너도 취직하고, 나도 좋은 데 취직해서...
우리 4년 뒤에는 독일 가자.
여 진짜?
남 어. 내가 적금 넣을게. 요즘 월드컵 적금 같은 것도
많이 나왔던데...
여 (커피 한 모금) 나는 있지... 이번 여름을 못 잊을 것 같애.
남 이번 여름... 뭐?
여 그냥... 왠지 이번 여름은...
나중에 내 기억 속에서... 가장 즐거웠던 축제 기간 정도로
남아 있을 것 같애.
남 나는...?
여 바보야. 내 축제 파트너는 너잖아.
(M) Not going anywhere 조금 길게
남 그해 가을
난 한 방송사 라디오의 프로듀서로
취직이 됐고.
그녀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E) 띵똥, 문 열어주는
여 (자다 깬 듯) 왔어...?
남 옷이 그게 뭐야? 지금까지 잔거야?
여 어제 좀 늦게 잤거든 (하품)
남 몇시에 잤는데!
여 어제도 아니구나. 오늘 아침에 잤다.
남 뭐하다가?
여 그냥 뭐, 인터넷도 하고. 게임도 하고... 이것저것....
남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런 거 하다가 밤을 새우냐?
여 버릇이 돼선지 밤엔 잠도 안와.
남 너... 머리 언제 감았냐?
여 왜?
남 비듬 있다...
(M) 숙아 - 쿨
(E) 텔레비전 소리
여 (깔깔대고 웃는 소리) 아... 어떡해 어떡해.. 너무 웃겨....
남 뭐가 웃겨... 딴 데 뭐... 뉴스나 좀 보자.
여 싫어. 한참 보고 있는데...
남 그럼 나 갈래.
여 왜~ 더 있다 가지~ 나 심심한데~
남 니가 심심할 틈이 어딨냐?
너 취직 준비 안해?
여 내가 다 알아서 해
남 알아서 하는데, 왜 그러고 있는데!
여 뭐?
남 아니다. 관두자.
여 관두긴 뭘 관둬? 자기 말 진짜 이상하게 한다?
남 내가 솔직히 너 보면 한심스러워서 그래.
니 나이가 적은 나이도 아니잖아.
우리 회사 가 보면, 너보다 더 어린 애들도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똘똘하게 얼마나 일 잘하는데....
넌 맨날 방구석에 쳐박혀서는....
여 .....뭐??
남 아차 싶었지만
이미 하고 싶었던 말들은
모두 쏟아진 후였다
(M) 한숨만 - 바이브
남 보통의 남자들은 그렇다.
여자에게 상처를 주고 나면
위로를 하려고 다가서기 보다는
일단은 비난받지 않으려고
도망을 간다.
(E) 신발 신고
여 어디 가는거야 지금?
남 집에 간다 그랬잖아
여 사람 맘을 이렇게 있는대로 긁어놓고
혼자 맘 편하게 집에 간다구?
남 그럼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라구!
여 너 여기서 이대로 가면, 나랑 끝인 줄 알어!
남 맘대로 해라
(E) 문 쾅 닫고 나가는
남 서로 연락을 하지 않은 상태로
며칠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이었다
(E) 녹음실 분위기 / 노래 간간이 흐르고 부스럭대는 소리 사람들 소음들
(E) 전화벨
남 그녀였다
남 여보세요
여 나야
남 풀죽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데
왠지... 실망스러웠다.
그 전엔 한번도...
나와 싸운 후에 먼저 전화를 하지 않는 그녀였는데.
여 미안해...
남 그녀는 내게 잔뜩 기가 죽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여 아직도... 화났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남 그만해, 됐어.
여 오늘 몇 시에 끝나? 내가 방송국 앞으로 갈까?
남 오늘 좀 늦어. 그리고 나 지금 녹음중이거든?
여 어. 그..래...
남 나중에 전화할게.
여 언제?
남 나중에...
(E)뚝 끊는
(M) 토니 - 유추프라카치아
남 그녀 곁에 있을 땐
그녀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녀 곁에서 한 걸음 물러서니
많은 것들이 보였다
그녀와 내가 이미 어울리지 않게 돼 버렸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 열쇠로 문 여는
남 언젠가 그녀가 내게 주었던 열쇠다.
아무도 없는 그녀의 집에
혼자 들어가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신문을 보다가
잠들었던 날들도 많았다.
빈 집에 들어 앉아
휑한 방안을 둘러보자니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E) 문 열고 들어오는
여 (반갑지만 애써 내색 안하려는) 언제 왔어?
남 좀 전에
여 난 불이 켜졌길래, 내가 나가면서 불을 안 끄고 나갔나 했네
남 뭐하다 와?
여 면접 보라는데가 있어서...
남 어딘데?
여 그냥... 작은 데... 밥은?
남 별로 생각 없어
여 비빔면 만들어 줄까?
남 아니... 생각 없어...
(M) 다시 사랑한다면 - 도원경
남 그녀와 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여 뭐... 할 말 있어서 온거야?
남 아니.....
여 ......
남 사실은... 있어.
여 얘기해
남 지금 이런 얘기 하면 내가 나쁜놈 된다는 거 알어.
너 취직이라도 한 다음에...
여 왜. 헤어지자구?
남 꼭 그런 얘긴 아니고...
여 꼭 그런 얘기가 어딨어.
남자 여자가 만나서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그 중간이 어딨냐구.
남 너랑 얘기를 해 봤으면 하고 온거야
여 무슨 얘기? 사람이 잔인한 데가 있다.
얘기 끝에... 내가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그래... 우리는 헤어져야겠다.....
자기는 집도 잘 살고 잘 나가는 직장에 모든 게 완벽하니까....
그리고... 이런저런 조건 극복할 만큼....
우리 사랑이 뜨거운 것도 아니니까....
헤어져야겠다.... 그렇게 내 입으로 말해주길 바라는거야?
남 너는 조금이라도 노력해 봤어?
여 노력?
남 서로 익숙해졌다고... 너 니 자신을 꾸미는 데 투자했어?
너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투자했어?
요즘 우리 꼭... 결혼해서 한 10년 산 부부 같았어!
서로에 대해서 알 거 다 알고 질릴대로 다 질려버린... 알어?
여 사랑을.... 노력으로 하는 건지 몰랐네.
내 노력이 부족했다면... 미안해. 잘 가.
(M) 사랑아 가지 마 - 임정희
남 그리고 정말
4년 이라는 세월은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갔다
때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때론 아무도 없는 옆 자리를 허전해 하면서
이 시간을 보냈다.
4년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월드컵의 열풍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한통의 전화 때문이기도 했다.
(E) 벨소리
남 여보세요. 네. 은행요? 아... 네....
만기가 언제죠? 감사합니다. 네....
(E) 전화 끊고
남 4년 뒤를 기약하면서 부었던 적금이
만기가 됐다는 전화였다.
크지 않은 액수였기에
잊고 살았던 것이었다.
전화를 끊는데....
갑자기 마음이 아릿해 왔다.
(M) 벌써 1년 - 브라운 아이즈
(E) 텔레비전 켜는, 월드컵 뉴스
남 텔레비전을 켜도
사람들을 만나도
어딜 가도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순 없다
그리고 그 시절과 함께 떠오르는
그녀에 대한 기억도
피할 수 없다
몇 번을 망설이던 난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E) 계단 올라가고, 벨 누르는
남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이래선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열쇠를 구멍에 넣어 보았다.
혹시라도 누가 보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진땀까지 흘렀다
(E) 철컥철컥 안 맞아서 안 돌아가는
(E) 누군가가 올라오다가, ‘거기 누구요?’ 하는 소리
남 (당황) 예? 아.. 죄송합니다. 그게.. 예전에 여기 살던 사람을...
아무튼 죄송합니다.
(E)후다닥 뛰어 내려가는
남 역시 그랬다.
(E) 이 전화는 사용하지 않는 번호이오니.... 안내음
남 4년이라는 세월은
열쇠도, 전화번호도,
내가 그녀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그 어떤 연결 고리도
다 바꿔 놓을 수 있는 세월이었다
(M) 오래전 그날 - 윤종신
(E) 비행기 출발음, 비행기 내부 소음... 안내방송 등
남 여름휴가를 조금 당겨
일주일의 여유 시간을 갖게 된 나는
독일로 향했다.
뒤늦게 찾아오는 이 후회 비슷한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녀와 함께 하기로 했던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그 감정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 (멀리서) 실례합니다
남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우연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여 저, 여기 창가쪽 자리... (멈칫)
남 은서야...
여 ......!!
(M)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 어디... 가는거야?
남 이거 독일 가는 비행기 아냐?
여 .... 그러네....
남 넌... 무슨일로...
여 출장 가는거야
남 아... 취직했구나...
여 응
남 어디서 일해?
(E) 지갑에서 명함 꺼내서 주는
여 여기서 기자로 일해. 스포츠국에 있어
남 너.. 스포츠 좋아하더니....
여 자리 불편하면, 내가 다른 데로 가서 앉을게
남 아니야. 난 괜찮아. 너만 안불편하다면 그냥 여기 있어.
여 독일엔 무슨 일로 가?
남 어... 나는 축구 보러....
여 그냥... 축구만 보러...?
남 어. 너 기억 안나? 내가 독일 간다구 적금 넣던 거....
여 글쎄...
남 너 많이 성숙해졌다. 다른 사람 같애.
여 늙었단 얘기지?
남 아니.... 좋아 보여.
(M)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 (가볍게) 사실 난, 유치원 땐 기억 나도... 4년 전은 잘 생각 안나.
어쩌다 사람들이랑 그때 얘기할 때.. 봉덕씨 생각날 때 있었는데.
그냥 가물가물하더라구. 얼굴이.
남 그랬어?
여 뭐 좋은 기억도 아닌데. 그거 끌어안고 살면... 내가 너무 힘들잖어.
여자친군 있지?
남 어? 그냥 뭐... 있었다 없었다... 넌?
여 난 있어. 사귄지 한달 정도 밖에 안되긴 했지만....
남 아.... 그래...?
여 나 가끔은 그때 생각하면 봉덕씨 고마울 때도 있었어.
그때 내가 그렇게 안 헤어졌으면, 아마 아무일도 못했을거야.
아직도 밤새 게임이나 하면서, 그러고 지내고 있을걸?
남 (어렵게) 은서야. 오래 지나긴 했지만....
그때...내가 너한테 그랬던 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여 뭘. 다 지난 일인데. 괜찮아.
(M) 일기 - 캔디맨
(E) 비행기 도착하고, 공항 소음
여 난 마중나오는 팀이 있는데, 봉덕씬?
남 나는 혼자 여행 온 건데 뭐.
여 그래. 그럼 여기서 헤어지자. 잘 가.
(E) 발자국 소리
남 은서야!
여 왜?
남 실은... 우리나라 첫경기 표 있잖아.
내가... 두 장 끊어서 왔거든.
여 왜?
남 .... 그냥.... 모르겠어. 왜 그랬는지....
여 그래서?
남 나랑 같이 볼래?
여 (풋 웃음) 봉덕씨. 나 여기 취재하러 왔어.
그날 아마 경기장 어디서.. 정신없이 기사 쓰고 있을걸?
남 그래두.... 안될까?
여 .....
(E) 부스럭거리는 소리
남 이거... 티켓이야....
어차피 같이 갈 사람도 없으니까....
와 줘...
여 아까 내가 한 말 잘 못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 남자친구 생겼어. 내가 괜히 옛날 남자친구랑 경기 보는 거 알면
그 사람 기분 나빠할거야.
나, 그 사람 기분 상할 일 하고 싶지 않아.
(M) 한 사람을 사랑했네 - 한경일
(E) 경기장 내부
남 흥분한 군중 속에
나 혼자 오롯이 앉아 있다
손뼉을 마주치며 함께 즐거워해 줄 사람도...
챙겨온 물병으로 목을 축여줄 사람도 없이....
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녀를....
내 곁에서 떼어놓고 살아가기
버거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M)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스윗 소로
(E) 군중 소리들
여 저기 멀리...
그 사람이 보인다.
그 곁으로 가지 않겠다고
밤새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했으면서
왜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외롭다가
새롭게 다가와 준 사람을 버리고
내게 깊은 상처를 주었던
그에게 가고 싶지 않다.
그럴 순 없다.
그런데 내 눈은
비어 있는 자리 곁에 앉아서
경기장을 텅 빈 시선으로 응시하는
그 사람을 보고 있다.
내 기억은....
자꾸만....
내 인생의 축제 기간이라고 이름 붙였던
4년 전 그 초여름으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그 사람을 바라보며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서있다.
(M) 주제음
2006-05-24(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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