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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9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23화 - 2월의 눈사람


(M) 주제음 (눈사람 - 정지찬)


남     입춘이 지나 내리는 눈은

        환영 받지 못한다

        그래도 눈은

        소담스럽게도 

        이곳저곳에 쌓여간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

        교무실 창밖 가득한

        눈꽃들을 바라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피어 있던 눈꽃들은

        후두둑... 떨어진다.

(M) 눈의 꽃 - 박효신


(E) 커피잔에 물 따르는

남     커피 생각이 나서

        뜨거운 물을 머그컵에 따르고 있는데

        새하얀 운동장을 가로질러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눈빛처럼 하얀 코트에

        조금은 유행이 지난 듯 보이는

        빨간색 손뜨개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여자다.

        눈 위로 꾹..꾹..

        발자국을 찍어가며

        걸어오는 그 모습을

        네모난 창 너머로 보고 있자니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흰빛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빨간색 머플러가

        왠지 오랫동안 남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M) 꿈속에서 (눈사람의 꿈) - 팀

(혹시라도 내가 추울까봐 둘러주었던 빨간 머플러...)


(E) 드르륵 문 열리고

여     저...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

남     아..네.. 무슨.. 일이시죠?

여     네... 그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제가.. 이 학교를 다녔던 것 같아요.

남     ... 네?

여     뭐, 아닐 수도 있구요.

        그런데 제 기억이 맞다면, 이 학교일 거에요.

남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여     여덟 살 때인지 아홉 살 때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 때까진 이 학교를 다닌 것 같거든요.

남     .... 그래서요? 뭘 알고 싶으신데요?

여     만약에 제 기록이 남아 있다면

        저희집이 어디였는지, 저희 엄마 이름이 뭔지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M) In My Dreams / Taly Koren


(E) 뜨거운 물 따라주는

남     이거 좀 드세요.

여     고맙습니다.

남     찾아보는 게 어려운 건 아닌데요.

        20년 전의 기록이면.. 그것도 이 학교에서 졸업 하신 것도 아니고

        잠깐 다니셨던 거 정도로는... 찾기 힘들 수 있어요.

여     네.. 알아요. 그런데.. 부탁드릴께요.

        더는 알아볼 곳이 없어요.

        이 학교를 다시 떠올리는데 20년이 걸렸어요.


남     안될 거라는 얘기가

        차마 입에서 나오질 않았다.

        간절함으로

        물기가 촉촉한 그 눈을 보니

        그런 말은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찾아주겠다고, 찾을 수 있겠다고

        자신 있게 대답해 줄 수도 없었다

        난 그저 머뭇머뭇하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M) Angel Eyes / Sting


남     차갑게 식어버린 찻잔을

        손에 꼭 쥐고 있던 그 여자는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     실례가 많았습니다.

남     저...

여     네

남     이름을 알려주고 가셔야 찾아보죠

여     (놀란) 찾아봐 주시게요?

남     저한테 부탁하셨잖아요.

여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     인사부터 하지 마세요.

        못 찾을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여     아니에요. 찾아봐 주시는 게 어딘데요.

남     20년 정도 전이면, 1986년 정도 될까요?

여     아마... 그럴 거에요.

남     그럼 제가 1985년부터 87년까지 한번 찾아볼께요.

여     감사합니다. 정말요.

(M) Thank You / Lisa


남     그리고 며칠 후

(E) 통화연결음

여     여보세요

남     안녕하세요. 여기 산천초등학교에요.

여     네! 안녕하세요. (다소 긴장한 듯)

남     많이 기다리셨죠.

여     네. 혹시.. 찾으셨나요?

남     네. 전학 전 기록이 남아 있더라구요 다행히.

여     정말요? 고맙습니다.

남     계신 곳으로 자료를 보내드릴까요?

여     아니에요. 어차피 다시 내려가려고 했었어요.

        제가 내려갈께요.

(M) Maggie / Jean Redpath

        

남     다음날 오전 일찍

        그녀는 학교로 찾아왔다.

        개학날이었기 때문에

        학교는 분주했다.

(E) 시끌벅적한 분위기

남     제가 보내드려도 되는데요.

여     주소보고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 봐야 해서요.

남     그 주소... 마침 제가 아는 곳이라 봤는데요.

        아무도 안사는 집 같던데...

여     ...... 그래요...?

남     네... 

여     아는 곳이라고 그러셨죠? 정말 염치없지만요

        한번만 더 부탁드릴께요.

        오늘 수업 끝나고, 저랑 같이 가주시면 안될까요?

남     네.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여     그럼, 전 마을 좀 돌아보고 있다가

        수업 마칠 때 쯤 올께요.


남     그녀는 예전보다는 훨씬 밝아진 얼굴로

        일어났다. 입고 온 코트는 달라져 있었지만

        목에는 여전히 빨간색 머플러를 감고 있었다.

(M) 제비꽃 / 류


(E)눈 밟고 가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등

남     여기에요.

여     .... 네....

남     맞는 것 같아요?

여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E) 들어가는

남     물어봤는데, 사람이 안 산 지 좀 됐대요. 재작년부턴가..

여     혹시 이전에 누가 살았는지는 아세요?

남     아주머니가 한 분 사셨다고 하던데...

        동네 분 말씀으로는 부산댁인가... 뭐 그렇게 얘기하셨던 것 같아요.

여     맞아요. 맞는 것 같아요.

남     네?

여     우리 엄마요. 엄마가 경상도 사투릴 쓰셨던 게 기억나거든요.

        그리고 어렸을 때 외갓집 갔다가

        바닷가에 갔던 것도 생각나요.

남     ..........

여     (깨닫고)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시겠죠.

남     .... 사정이 있으시겠죠..

여     네. 사정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마음 아픈, 사정이 있었어요

(M) Ne Me Quitte Pas / Mireille Mathieu


(E) 구두 신고 마루 위를 걷는. 뭔가가 걸려 떨어지기도 하고..

여     어렸을 때 엄마랑 둘이만 살았거든요.

        애들이 아빠도 없는 애라고 놀려대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우리 엄마는 저에게 최고였고 전부였으니까.

(E) 방으로 들어가는

여     (조금 멀리서 얘기하는 듯한) 이 방에서 엄마랑 나랑 잤을 거에요.

        정확하진 않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요. 맞아요. (덧창 열고) 여기 이거 열면 뒷마당에 있는

        장독대가 보였어요.

        겨울이 오면, 난 장독대 옆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곤 했어요.

        앞마당에선 엄마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빨래를 널고. 난 방안에서 고구마 먹으면서

        동화책 읽고. 내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위로

        다시 눈이 소복소복 쌓였던... 어떤 날이... 아직도 생각나요.

        너무 또렷하게.

(M) 동화 / 거미


(E) 마당 걷는

남     어떤 분이셨는지.. 참 바지런하셨나봐요.

        마당을 보니까.. 사람 손이 안 간지 오래됐는데도

        정돈이 잘됐잖아요. 화초도 많이 심어두셨던 것 같고.

여     어디... 가셨을까요.

        (울먹) 왜... 혼자 사셨을까요.

남     (위로) 아직 확실한 게 아니잖아요.

        일단 주소랑 성함을 알았으니까 동사무소 가서

        호적등본이랑 뭐 그런 것들 떼보구요. 더 자세히 알아보죠 뭐.

여     ....? 저를... 도와주시려구요?

남     네? 아... 이 동네 지리도 잘 모르실 것 같고...

        부담스럽지 않으시면,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여     그래만 주신다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남     제가... 뭐... 자동차는 없지만...

        자전거는 한 대 있거든요. 그거라도 타고 발품 좀 팔아보죠 뭐.

(M) Both Sides Now / Singers Unlimited


(E) 자전거 와서 멈추는

여     안녕하세요

남     민박집은 괜찮으세요?

여     네. 주인 아주머니가 너무 좋으세요.

남     네. 저희 마을에서 제일 솜씨 좋으신 분이거든요.

여     수업 때문에 바쁘실텐데...

        괜히 죄송하네요.

남     아니에요. 어차피 좀 있으면 봄방학인데요 뭐.

        애들한테도 그렇지만, 교사들한테도 2월이 제일 한가해요.

여     (풋 웃고) 그렇구나.

남     아참. 그리고 제가 어제 여기 이장님한테 여쭤봤는데요.

        그 부산댁 아주머니한테 딸이 하나 있었던 게 맞대요.

        제가 은서씨 얘기했더니, 그 이름이 맞는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여     ....저..정말요?

남     이 마을에 오실 때 백일이 갓 지난 아이를 업고 오셨대요.

        혼자서 일하면서 아이 키우시느라고 많이 애쓰셨다고 하더라구요.

여     ....... 

남     일단, 이장님부터 같이 만나뵐까요. 타요.

(E) 타고, 출발하는


남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내 마음 속엔 그녀에 대한 걱정 보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더 커져 있었다. 

(M) 산책할까요 - 조규만


(E) 대문 열고 나오는

남     이장님 댁에서 나오며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추워 보여, 안쓰러워 보여

        난 마음이 아팠다.


여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걸까요.

남     조금 더 찾아봐요. 뭔가.. 단서가 있을 거에요.

여     왜 이렇게 저를 도와주세요?

남     네? 글쎄요... 저희 학교 다니셨던 분이기도 하고..또..

        (뭔가 변명을 하려다가 그만 두고) 그냥요. 그냥...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     (울고 싶은 걸 참으며 편하게 웃는) 이 동네에도

        술 마시는 곳이 있어요?

남     그럼요! 입구에 가겟집 있죠?

        그 안에 술 마시는 데 있어요. 가겟집 아줌마 안주는요

        대한민국 최고에요.

(M) 하루아침 / 강산에


(E) 막걸리 잔 부딪치는, 마시고

남     (마시고) 파전 한번 드셔보세요. 진짜 기가 막혀요.

        여기.. 장에 찍어서...

여     (먹고) 맛있네요.

남     눈이 계속 오네. 비닐하우스 무너지면 큰일인데...

(E) 마시고

여     (혼잣말하듯) 이렇게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는데요.

        늘 그랬듯이 제가 장독대 옆에

        눈사람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내 손을 따뜻한 아랫목에

        넣어주시면서 물어보셨어요.

        저 눈 사람은 누구니..?

        그래서 제가 대답했어요.

        누구긴 누구야. 아빠지.

        애들이 나보구 아빠 없다구 자꾸 놀리니까

        내가 아빠 만들었어.

        (울먹이며) 그러니까... 갑자기 엄마가 울기 시작하셨어요.

        제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울기 시작하셨어요.

        엄마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보는 거라서...

        저도 울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엄마는 저를 데리고 서울로 가셨어요.

        서울에 사시는 아버지께 저를 데려다 주셨어요.

        그집엔 아버지랑 새어머니랑 다른 형제들이 살고 있었거든요.

        엄마가 그러셨어요.

        이제 우리 은서한텐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고 동생들도 있는거야.

        절대 기죽지 마. 절대 슬퍼하지도 마. 

        난 아직도 그때 그렇게 눈사람을 만들었던 내가 싫어요.

        눈사람만.. 눈사람만 만들지 않았어도....

        엄마가 날 보내지 않았을텐데....

(M) 눈사람 / 정지찬


남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지만

        난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엔.

        한참을 그렇게 울던 그녀가

        긴 속눈썹에 눈물방울을 매단 채

        조금 웃었다.


여     미안해요. 갑자기 여러 생각이 나요.

        그동안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 안났던 것들이

        여기 오니까, 자꾸 생각나요.

남     조금 더 생각해 봐요. 맞다, 외갓집이 부산이라 그랬죠.

        어머니가 그쪽으로 가셨을 수도 있잖아요.

여     엄마가 이사가신 게 재작년이라고 그랬죠.

남     네 

여     왜 엄마는 재작년까지 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셨을까요?

남     .........

여     혹시요. 제가 찾아와 주길 기다리신 건 아닐까요?

남     .... 글쎄요...

여     엄마가 저 보내기 전에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들어 주신 게, 이 머플러에요.

        이걸로 꽁꽁 싸매주시면서 그런 말씀 하셨던 것 같아요.

        (울음 참으며) 언젠가는 만날거다, 만날거야 우리 딸....

        미안해 우리딸... 사랑해 우리딸...

        그래서 난 겨울이 올 때마다 이 머플러 꺼내서 했는데...

        엄마 안잊어버리려구요... 엄마 생각 계속 하려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다 희미해져버렸어요.

        이젠 얼굴도 잘 생각이 안나요.

(M) Ter Outra Vez 20 Anos / Bevinda


(E) 눈길을 뛰어가는 소리, 문 열고 들어가는 

남     은서씨! 은서씨!!

(E) 문 열고 나오는

여     선생님. 오후에 엄마 친구분 같이 뵙기로 했잖아요.

남     네. 그런데요, 어젯밤에 마음이 급해서 여기저기 더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옆마을에 계신 분 중에서 어머니 이사 가신 곳을

        아는 분이 계시더라구요.

여     (얼어붙은 채 한동안 말 없다가)..... 정..말이에요...?

남     네! 이사가신 후로 편지가 한번 왔대요.

        주소를 갖고 계셔서 적어왔어요.

여     (다급) 어딘..데요? 어디에요?

남     서울이에요.

여     서울요?

남     여기 보세요.

(E) 종이 건네는

여     ...........말도..... 안돼.....


남     납빛으로 굳어진 그녀의 얼굴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남     왜.... 그래요 은서씨...

여     여기.... 내가 사는 집이랑.... 멀지 않은 곳이에요....

(M)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Agnes Baltsa


(E) 기차 가는 소리

남     괜찮아요?

여     함께 가주셔서... 고마워요.

        혼자는... 도저히...

남     그래요. 나도 궁금해요. 은서씨 어머니라는 분.

        그리고 은서씨.. 걱정도 되구요.

여     .... 정말 고마워요.

남     고맙다는 얘기 그만 좀 해요. 그리고 눈 좀 붙여요.

여     엄마랑 서울 갈 때, 기차 타고 갔는데.

남     ...........

여     그땐 아무 것도 모르고... 기차 타고 멀리 간다고...

        너무너무 좋아만 했는데....

        우리 엄마, 그때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M) 오쎈냐 뻬스냐 / Anna German


남     서울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E) 주택가 걷는 소리

여     189번지면... 이 다음 골목인데...

        우리집은 이 골목이구요.

남     .... 정말 가까운 곳에 사셨네요.

여     아마... 일부러 그러셨을 거에요.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오지 않으니까

남     이제 곧 만날 수 있어요.

        괜찮죠?

여     ..... (후 한숨 쉬고) 모르겠어요.       

남     가요. 

여     .....

남     안되겠다. 내 손 잡아요.

여     ...네?

남     너무 떨잖아요. 내 손 잡아보라구요.

여     ..... 

(E)걷기 시작하는


남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가슴 속으로 전해졌다

(M) 지금 만나러 갑니다 OST       


남     그녀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는 집으로

        향하다가

        먼저, 그 집을 발견한 난

        서둘러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그녀를 돌려세웠다.

        

여     왜... 그래요...

남     저기... 잠깐만요. 은서씨.

여     왜 그러는데요.

남     조금만 저기 갔다가...

여     이거 놔봐요. 왜 그래요 도대체!


남     그렇게 돌아선 그녀는

        잠시 멍해진 듯 했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어머니의 집

        대문 위에는

        죽음을 알리는

        불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이 일을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M) Dead Are Dancing / Toni Child


남     내가.. 내가 확인해 볼께요.

        아마.. 주소가 잘못됐거나... 그럴 거에요.

여     아니에요. 내가 갈께요.

        들어갔다 올께요. 여기서 기다려 주실래요?

남     ... 그래요. 그런데 은서씨 괜찮겠어요?

여     ... 괜... 찮아요....


남     그녀는 휘청이는 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생각했다.

        너무도 오랜 그리움에

        온 가슴에 멍이 들어 버린 그녀를

        내가 도닥여주고 싶다고.

        그 눈물을 모두 받아서

        내 가슴 속에 찰랑이게 하고 싶다고.

        그 슬픔을 모두 빼앗아

        내것이 되게 하고 싶다고.

(M) 하기 힘든 말 - 이승기 (사랑한 기억도...)


남     한참이 지난 후에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담배를 피워대던 난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더욱 놀랐다

        그곳엔...

        그녀밖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M) 나 홀로 걷네 / Svetlana


(E) 걸어오는

남     ....은서씨...

여     아마도... 동네에서...

        불쌍한 노인네니까 장례를 치러준 모양인데...

        그래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곁을 지켜줄 순 없었겠죠

        밖에서 선생님 기다리시는 거 알았지만

        다시 나갈 수가 없었어요

        내가 나가면...

        우리 엄마 또 혼자가 되잖아요.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얼마나 추웠겠어요.

        얼마나.... 얼마나....

        나를.... 기다렸겠어요.....

(M) Too far away / 정여진


(E) 강물 소리, 그 위로 배 지나는 

남     하얀색 옷을 입고

        하얀색 핀을 꽂고

        하얀 뼛가루를

        눈 내리는 하얀 강가에 뿌리는 그녀.

        그 슬픈 풍경을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죽는 날까지 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     나.. 한번만 이 얘기 더 해도 돼요?

남     .........

여     ..... 고마워요.

        함께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남     내가.. 더 고마워요.

여     ........

남     내가 옆에 있도록 허락해줘서...

        가장 슬플 때 내 곁으로 와줘서...

        내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돼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남     그녀의 고개가

        내 어깨 속에 묻힌다

        그녀의 눈물이

        내 어깨를 타고, 가슴으로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든다.

(M) 희재 / 성시경


남     그녀와 함께 돌아오는 길

        작은 눈 사람을 만들었다.

        그녀는 머플러를 풀어서

        눈사람 위에 둘러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난

        햇살 아래 맑게 빛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았다

(M) 눈사람 / 정지찬

 





2006-02-09(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