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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1일 목요일 선곡표+음악에세이 대본

 

 

M   You Light Up My Life / Debby Boone  

 미국 출신의 컨트리 여가수 '데비 분'의 데뷔곡으로 1977년 10주간 No.1에 올랐던 노래.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받기도 했던 70년대 최고의 팝 컨트리 명곡.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애청되고 있는 노래.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1화 - 두 번째 사랑

 

(M) 주제음

 

1   Foolish Games / Jewel

 1997년 작품...

 

2   Les Parapluies De Cherbourg(쉘부르의 우산) / Danielle Licari

 1964년 작품.

 

3   꿈에 / 이수영

 

4   한 사람을 사랑했네 / 한경일

 

5   Be Who You Are / Bee Gees

 1981년 작품.

 

6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 / 사라

 

7   I'm Sorry / 팀

 

8   All I Have / Beth Nielsen

 

9   Pale Blue Eyes / Velvet Underground

 1969년 작품.

 

10  Eg Ser / Sissel

 

11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12  선인장 / 성시경

 

13  아프죠 / 해이

 

14  Adagio / Lara Fabian

 

15  Lagrima / Dulce Pontes

 

16  두 번째 사랑 / 신승훈

 

17  Foolish Games / Jewel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1화 - 두 번째 사랑

 

(M) 주제음 Foolish Games / Jewel

 

(E) 비오는 소리

남  비가 내린다

    봄비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지만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지 않는다

    오늘은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이다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내...

    아내 없이 혼자 남아 버린 난

    이 날을 축하할 수가 없다

(M)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 / 송골매

 

(E) 교무실 문 열리고 들어오는

여  김선생님 아직 안 가셨어요?

남  네. 들어가야죠.

여  비가 많이 오네요. 우산.. 있으세요?

남  .... 아뇨....

 

남  비가 많이 올거라는 일기 예보를 접했지만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아내가 있었다면... 출근하는 내 가방 속에

    작은 우산을 슬며시 끼워 넣어 주었겠지

    아내가 있었다면....

 

여  저 우산 있는데, 같이 쓰고 가실래요?

(M) Les Parapluies De Cherbourg(쉘부르의 우산) / Danielle Licari

 

(E)우산 쓰고 걷는

여  이번 비 내리고 나면, 꽃이 많이 지겠어요

남  ........네

여  이번에 봄꽃 제대로 본 적 있으세요?

남  네? 글쎄요...

여  그럼... 작년에 단풍잎 물드는건요?

남  글쎄.. 뭐... 그런데 왜요?

여  김선생님 뵈면서 항상 그런 생각 했어요.

    저분, 꽃이 피면 꽃은 보실까. 단풍이 들면 단풍은 보실까.

    눈이 내리면 옷은 따뜻하게 챙겨 입으실까.

    비가 내리면... 우산은 챙겨 오실까...

남  .... 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다구요?

여  ....... 네...  안하려고 해도..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  .............!

여  또 이런 생각도 했어요.

    꽃이 피면 꽃을, 단풍이 들면 단풍을... 같이 봤으면 좋겠다..

    눈 오는 날엔 빈 목에 따뜻한 머플러 둘러드리고 싶다..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챙겨 드리고 싶다...

    ..... 저 참 웃기죠. 지금 이 얘기 하는 거,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내일 아침에 깨고 나면...

    아.. 꿈이라 다행이다.. 그럴 수 있게...

(M) 꿈에 - 이수영

 

(E) 우산 위로 비 떨어지는 소리

남  언제나 조용했던 여자였다

    이런 고백을...

    그것도 이런 우산 속에서...

    갑자기 해 올 거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여  .... 놀라셨죠...

남  .... 네. 조금...

여  너무 놀랍고 부담스러우시더라도... 그런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내일 저 결근하는 거 보기 싫으시면...

남  그냥 전... 생각을 못해 본 일이라...

    한번도 윤선생님이 제게 그런 마음이시라는 거, 느끼지 못했거든요

여  한번도.. 저를 안 보셨을테니까요.

남  ............

여  3년 전이었을 거에요.

    모두 퇴근한 교무실에 김선생님 혼자 계신 걸 봤어요

    혼자서.... 울고 계신걸요....

    그때부터였을 거에요. 그런 마음 갖게 된 게....

(M) 한 사람을 사랑했네 / 한경일

 

남  아내를 잃고 5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 그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내가 재혼을 하지 않는 걸

    무슨 큰일이라도 되는 양

    걱정을 한다

    그리고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제 그만 아내를 잊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아내를 잊어버리면

    아내는 정말 불쌍한 여자가 돼 버린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잊혀진 여자가 될 테니까

(M) Be Who You Are / Bee Gees

 

(E) 찻집 조용한 소리

남  윤선생에게 뭔가 얘기를 해야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는 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일단 마주 앉았다

    어색한 침묵을 깨 준 건

    윤선생 쪽이었다

 

여  요 며칠... 어색하셨죠

남  아뇨... 저보다 윤선생님이...

여  많이 후회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후회되진 않던데요..

    그냥 속이 좀 후련해진 것 같기도 하고...

남  먼저... 저 좋아해 주셔서 고마워요

    전 그런 마음 받을만한 사람이 아닌데..

여  그런 인사말 안하셔도 돼요

남  인사말 아니에요. 제가 참.. 사람이 못나서...

    마음의 그릇이 작아요.

    한 사람 밖에 담을 크기가 안되나봐요. 제 마음 그릇이...

    그래서....

여  (말 막듯이) 원래 사람의 마음은 크기가 제각각이에요

    그래서 줄 수 있는 사랑도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릇의 크기가 같으면 겹쳐질 수가 없잖아요

    한쪽이 작고, 한쪽이 커야... 예쁘게 포개질 수... 있는 거잖아요

남  .........

여  제가 조금 더 큰 그릇을 가졌다고 생각해 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조금 더 많이 드릴께요...

(M) 제가 먼저 사랑할래요 / 사라

 

(E) 웨딩마치 + 박수

남  결국, 은서와 난 결혼을 했다

    그녀가 내게 좋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주변에서 알게 되면서

    일은 빠르게 진척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겨를도 없이

    어느새 난 결혼식장에 서 있었다

 

(E) 파도 소리 들리는 방안

여  (들뜬) 여기 너무 좋아요. 바다가 한눈에 다 들어와요

남  이따 해질 때 봐요. 더 좋으니까.

여  ..... 여기 와 본 적 있어요?

남  ..... 네 예전에....

여  (애써 밝게) 옛날 부인이랑요?

남  (미안한) .... 네

여  그랬구나... 그래도 너무했어요.

    신혼여행인데... 처음 가 보는 데로 정하지...

남  그 생각은 못했어요. 미안해요.

여  아니 뭐.. 사과할 것 까지야...

    짐 풀어요. 손 씻고 나서 회 먹으러 가야죠.

(E) 화장실 문 열고 들어가고 + 세면대 물 세게 틀어놓는

 

남  애써 티내지 않으려 했지만

    무척 서운해 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지금 물을 틀어놓고

    눈물을 닦고 있을 것이다

(M) I'm Sorry / 팀

 

(E) 바닷가 걷는

여  우리요, 아이는 몇이나 낳을까요?

남  ..... 아이요?

여  왜 그렇게 놀라요. 아기 안 낳으려고 했어요?

 

남  예전 아내와 난

    아이를 가지려고 무척 노력했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 3년 동안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아이를 낳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남  글쎄요. 그런 건 좀 천천히 생각해도 되지 않겠어요?

여  우리 둘 다 늦은 나인데... 더 천천히 생각하자구요?

    요즘은 만혼이 많아서... 아이가 금방 생기지 않는대요.

    미루고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남  뭐... 아이가 없다고 해도 난 괜찮아요

여  ...... 네?

남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안해요...

여  ..... 이런 건 참 안 좋으네요

남  뭐가요?

여  내가 당신 옛날 모습 다 알고 있는 거요

    옛날에 당신은... 아기를 너무 기다리는 사람이였잖아요...

(M) All I Have / Beth Nielsen

 

남  내게 서운한 점이 많았을테지만

    그녀는 좋은 아내가 되어 주었다

    그녀가 다려준 와이셔츠를 입고

    네모 반듯하게 접어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설 수 있었고

    휴일이면 소금을 뿌린 은갈치 구이나

    버터향이 묻어나는 쿠키를 맛볼 수 있었다

(E) 띵똥

남  누구지? 누구세요?

여  내가 나갈께요. 가구점에서 왔을 거에요.

(E) 문 열고

여  들어오세요. 이쪽이 안방이거든요?

(E) 사람들 들어오고 + 뭔가 무거운 것 옮기는

여  안에 있는 장은 가져가 주세요.

 

남  말릴 사이도 없이

    가구점에서 온 남자들은

    안방에 있던 장롱을 가지고 나갔고

    새로운 옷장을 그 자리에 채워 놓았다

    안방에 있던 장롱은

    예전 아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었던 것이다

(M) Pale Blue Eyes / Velvet Underground

 

남  (화를 참으며) 지금... 뭐하는거야?

여  아무리 당신 집에 들어와 사는 거라지만...

    혼수를 너무 안한 것 같아서요.

    신혼 기분도 안나고... 옷장이라도 바꿔놓으니까

    안방이 좀 달라보이지 않아요?

남  의논이라도 했어야지...

여  .... 당신이 싫다고 할 것 같았어요

남  내가 싫다고 할 것 같았으면... 그러지 말았어야 되는 거 아닌가..?

여  당신이랑 나랑 사는 집이잖아요.

    내가.. 내 맘대로 옷장 하나도 바꿔 놓으면 안되는 건가요?

남  그런 얘기가 아니라...

여  솔직히 말해요?

    생각 같아선... 다 바꾸고 싶어요.

    옷장 뿐 아니라.. 거실에 흔들의자며.. 손때 묻은 식탁이며... 다요.

    그런 것들 바라보는 당신 눈빛까지..

    바꿀 수만 있으면 다 바꾸고 싶어요.

(M) Eg Ser / Sissel

 

(E) 도마질 소리

남  새 옷장을 들여놓고 며칠 동안

    아내와 나는 서로 말이 없었다

    이런 침묵이 더 이상 오래 가면 안될 것 같았다

(E) 찌개 보글보글 끓는 소리 + 가스불 끄는

여  식사하세요

(E) 식탁 앞에 앉고

남  여보, 우리 얘기 좀 해...

여  해요...

남  당신은... 다 지켜봤던 사람이잖아.

    내가 옛날 그 사람.... 얼마나... 아꼈는지...

    또 그 사람 아플 때...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여  그래요. 그분 떠나셨을 때 얼마나 슬퍼했는지.. 다 봤어요.

남  그래. 그랬잖아.

    당신이 나한테 마음을 내보였을 때

    내가 마음 편히 당신한테 올 수 있었던 거...

    어쩌면... 당신이 그런 나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가능했던 건지도 몰라.

여  다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 소리 하지 말라구요...?

남  그런 게 아니라...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

여  .... 뭘요...?

남  내 속에 남아 있는 옛날 그 사람....

    내 속에라도 남아 있지 않으면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너무 가여운 사람이야... 그 사람...

(M)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남  그날 이후

    나도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고

    아내도 아무 얘기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건, 아내도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E) 핸드폰 벨소리

남  여보세요

여  당신이에요? 지금 어디에요?

남  어, 테니스 치고 들어가는 길인데....

여  나 지금 병원이에요

남  어디 아파?

여  아니... 나 임신한 것 같아요

남  .... 임신?

여  안 기뻐요?

남  기쁘지. 얼마나 됐대?

여  3주쯤 쯤 됐대요.

남  조심해서 들어와. 집에서 얘기하자구.

(E) 전화 끊고

 

남  아내의 목소리에서 서운함이 묻어났다

    나 역시 아내처럼 들뜬 목소리로

    기뻐하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마음으론 벅차고 좋았지만

    왜 그게 잘 표현이 안되는 건지

    나도 알 수 없었다

(M) 선인장 - 성시경

 

(E) 과일 깎아서 포크로 찍어주는

남  많이 먹어

여  아들일까, 딸일까?

남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때. 난 상관 없어.

여  딸은 이쁠 것 같고, 아들은 든든할 것 같고...

    아들 딸 쌍둥이였음 좋겠는데... 일단 쌍둥이는 아니라고 하네요

    (웃고)

남  좋아?

여  좋지, 그럼 안 좋아요? 케익 사왔죠?

남  그래... 케익이 먹고 싶었어?

여  아니... 우리끼리 축하 파티라도 해야 되지 싶어서.

    케익에 초 꽂고 박수라도 쳐요.

남  사람 참.. 어린 애처럼...

여  빨리요.

남  그래. 알았어.

 

(E)집 전화벨

남  여보세요. 네, 장모님...

여  우리 엄마에요?

남  ..... 어.. 아니야...

 

남  옛 부인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아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남  무슨 일 있으세요?

    네? 괜...찮으세요? 병원에 가 보셔야죠. 조금만 계세요.

    제가 금방 갈께요. 미안하긴요. 곧 갈께요.

(E) 전화 끊는

여  어딜 가겠다는 거에요?

남  미안해. 옛날 장모님이신데, 몸이 많이 안좋으신가봐

여  그걸 꼭 당신한테 전화했어야 한대요?

남  오죽하면 그러셨겠어.

    장모님한텐 옛날 그 사람이 유일한 식구셨어.

    그 사람 떠나고 심장병을 얻으셨거든.

    내가 급할 땐 전화하라고.. 그랬었어...

    노인네가... 안됐잖아...

여  당신 눈에 안된 사람은... 온통 그쪽 뿐이네요...

(M) 아프죠 - 헤이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남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장모님이

    병실로 옮겨져 잠드는 걸 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은 온통 깜깜했다

(E) 불 켜는

남  불을 켜자

    거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 앞에는 몇권의 앨범이 놓여 있었고

    갈기갈기 찢겨진 사진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남  당신... 이거 뭐야?

여  .......... 사진이잖아요

남  이걸... 왜 찢었어...?

 

남  예전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찢겨진 사진 조각 사이로 보였다

 

여  보기가 싫어서요.

    당신 서재 책꽂이에 이런 앨범들이 있는 게 싫어서요

남  .........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거야?

여  날 어떻게 봤는데요?

    날 보긴 보고 있었나요?

남  당신 말대로... 날 품어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했어

    내 아픔이나 과거나... 그런 것들까지 다 이해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여  그래요. 당신, 날 잘못 봤어요.

    그리고 나도... 날 잘못 봤어요.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을 수만 있다면

    지금은 옆에 없는 그 사람 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당신도 너무 밉고, 그 사람도... 너무 미워요

(M)  Adagio / Lara Fabian

 

남  그만 들어가 자자... 벌써 다섯시야

여  당신이 옛날 장모님한테 뛰어가고

    나 혼자.. 몇시간이나 울다가...

    하혈기가 있어서 병원 갔었어요

남  ...... 뭐?

여  우리 애기가 없어져 버렸어요

    누구 탓도 아닐텐데... 난 당신 탓이 하고 싶어요

남  ...... 말을 하지 그랬어.. 전화를 하지...

여  전화를 했는데, 오지 않을까봐 무서웠어요

    당신이 그쪽 일이 더 급하다고 오지 않으면

    그땐 정말 당신 용서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어요

남  ....... 당신한테.... 내가 그 정도로.. 못하는 사람이었구나...

여  내가 정말 못견디겠는건요.

    이런 나에요.

남  ...............

여  죽은 사람과 싸우고 있는 나...

    아무리 질투를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당신 기억 속의 그 사람...

    아무 죄 없는 가여운 그 사람...

    그런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 내가...

    너무 싫어요.

    난 그 사람이 들여놓은 옷장을 바꿀 수도 있고

    사진을 찢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 사람 이길 수가 없잖아요.

    당신 마음 속에서 몰아낼 수가 없어요....

(M) Lagrima / Dulce Pontes

 

남  아내는 며칠 병가를 내고

    시골 처갓집에 가 있기로 했다

(E) 비 오는 소리

남  수업을 모두 마치고

    텅 빈 교무실에 앉아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는데

    오늘도 우산을 가져 오지 않았다

    아내가 있었다면....

    한 우산 속에서 함께

    걸어갔을 것이다

    아내는... 우산 속에서 재잘대는 걸 좋아했으니까.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

    고소한 빈대떡을 부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에 잠겨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놀란다...

    비 오는 모습을 보며...

    난 지금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M) 두 번째 사랑 - 신승훈

 

(E) 비오는 소리 + 학교 현관으로 걸어나오는

남  빗줄기는 가늘어질 것 같지가 않다

    난 가방을 머리 위에 얹고

    뛰어갈 준비를 한다

 

여  이리 들어와요

 

남  돌아보니, 다소 창백한 안색의 아내가 우산을 들고 서 있다

 

여  기분 나쁘지 않네요. 나 없이도 우산 잘 챙겨들고

    면도도 깔끔하게 하고 옷도 잘 다려입고... 그러고 다니면

    좀 서운할 뻔 했는데... 지금 당신 너무 후줄근하잖아요.

 

남  아내가 서 있는 우산 속으로 성큼 다가선다

    

남  이제 당신이었으면 좋겠어

여  ....... 네?

남  꽃이 피면 꽃을 같이 보고 단풍 들면 단풍 같이 볼 사람.

    눈 올 때면 내 목에 머플러 둘러주고

    비 올 때면 이렇게 우산 쓰고 같이 걸어줄 사람.

    당신이었으면 좋겠어.

    아니, 당신이라서 좋아.

 

남  아내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숙인 고개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아내의 찬손을 잡고

    빗속을 함께 걷는다

    또다른 봄이 시작되었다

(M) 주제음  Foolish Games / Jewel

 

 





2005-04-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