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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31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M   Dilemma / Nelly

 미국 출신의 흑인 힙합 남성가수 '넬리' 의 2002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10주 동안 No.1을 기록했던 노래. 그루브한 힙합 리듬에 실린 넬리의 개성미 넘치는 리드미컬한 보컬이 멋진 조화를 이룬 노래.

 

M   Maria Maria / Santana

 멕시코계 미국인 '산타나'가 1999년 발표한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10주 동안 No.1 기록. 그의 명반 'Supernatural'에 수록된 곡으로 라틴 특유의 열정적인 리듬과 산타나의 기타 연주가 멋진 조화를 이룬 노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퐁경

 

178화 사랑이 다시 올 때

 

1   정말 미안해 / 사랑과 전쟁 메인타이틀

 

2   사랑한 후에 / 전인권

 1988년 들국화 해산후 발표한 전인권의 첫 솔로 작품.

 

3   Maldicao(말디셩; 저주) / Amalia Rodrigues

 포르투갈 출신의 파도 가수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1960년대 발표곡.

 

4   당신이 안 계시다면 / Anita Choi

 한인 3세 로망스 여가수 '아니타 최'의 2000년 작품.

 

5   미안해요 / 김건모

 김건모 7집 앨범에 수록된 애절한 분위기의 발라드.

 

6   꽃반지 끼고 / 은희

 

7   She Bop / Cyndi Lauper

 미국 출신의 여성 록 디스코 가수로 1984년 싱글 차트 3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그녀의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록과 디스코가 멋진 조화를 이룬 작품.

 

8   이해해 주겠니 / 서훈

 

9   나 홀로 걷고 있네 / 올렉 뽀구진

 러시아 출신의 로망스 가수 '올렉 뽀구진'의 2003년 작품.

 

10  Lost In The Darkness / 조승우

 

11  어이 / 최백호

 

12  All My Trials / Mickey Newburry

 미국 출신의 포크, 재즈 가수 '미키 뉴버리'의 1989년 발표곡.

 

13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양희은씨가 1991년 발표한 노래.

 

14  가진 것 없는 나 / JK 김동욱

 

15  그 아픔도 그 슬픔까지도 / 지진희

 드라마 봄날 수록곡.

 

16  살고 싶어 / 문명진

 드라마 '유리화' 중...

 

17  Melody / Iosif Kobzon

 러시아 국회의원이자 로망스 가수인 이오시프 코프존의 대표적인 히트곡.

 

18  파도 / 박진광

 MBC 드라마 '영웅시대' 테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19  Lagrima / Dulce Pontes

 

20  정말 미안해 / 사랑과 전쟁 메인 타이틀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78화 - 사랑이 다시 올 때

 

(M) 주제음 (정말 미안해 - 사랑과 전쟁 메인타이틀)

 

(E) 공사판 소음

 

남오전 일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

입 속에선 모래가 씹히고

온몸에선 비릿한 땀내음이 난다

모래 바람 때문인지

목 안이 따끔거리고 아프다

작업반장의 눈을 피해

막걸리 한잔을 들이킨다

시큼한 막걸리가 위장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일이 끝나려면 아직 여섯 시간 정도 남았다

힘겹고 고된 이 하루는

길기만 하다

(M) 사랑한 후에 - 전인권

 

(E) 어두운 밤길 휘적휘적 걸어오는

남(취한) 야! 문 열어!

(E) 대문(단독주택 대문) 발로 차는

남문 열라니까!!

(E) 마당으로 뛰어나와 문 열고

여(버럭) 동네 시끄럽게 왜 이래?

(E) 비틀거리며 들어오고

여오늘 일당 어쨌어! 주머니 좀 봐!

남이 여자가... 남편이 돈으로만 보이나...

(E)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  

여이거 뭐야 지금? 겨우 3만원 남은거야? 나머지로 또 술 마셨어?

남그래, 마셨다!

여이 인간이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2만원이면 한달 전기세야!

남하루종일 등뼈가 휘어져라 일하는데... 돈 2만원 어치 술도 못 마시냐?

여나는 놀아? 나도 이 나이에... 새파란 것들 다리 밑에 떨어진 쓰레기

주워 가면서 일해. 발가락마다 침 꽂고 발목에 테이프 감고 허리에 파스

붙이고... 그래 가면서 일한다구!

남시끄럽다 그랬지! 한마디만 더 해!

여왜 못할 거 같애? 내가 저런 인간 믿고 평생을....

(E) 뭔가 깨부수는

여(비명) 지금 뭐하는거야?

(E) 와장창 소리

(M) Maldicao(말디셩; 저주) / Amalia Rodrigues

 

(E) 새소리

남눈을 뜬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방을 둘러본다

깨진 세간살이들이 까만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내가 한 짓인데도, 술에서 깨고 나면

모든 상황이 낯설다

 

(E) 밥상 아무렇게나 확 놓는

여내가 술 마시지 말랬지? 오늘 일도 못 나가고... 이제 어쩔거야~!

 

남아내의 눈가는 멍으로 푸릇푸릇하다

이 역시 내가 저지른 일임에 틀림 없다

 

여빨리 먹고, 따라 나서. 폐지라도 줍게...

 

남아내가 차려온 상에는 콩나물국이 올려져 있다

울컥 밀려오는 미안한 기분을 지워버리려고

버럭 화를 낸다

 

남폐지 너나 주워! 누굴 거지로 아나!

(E) 문 닫고 쾅 나가 버리는

여(조금 멀리서) 국에다 속이라도 풀고 나가!!

(M) 당신이 안 계시다면 / Anita Choi

 

(E) 거리 걷는 소리

남아내는 푸릇푸릇한 눈가에

서글픔을 가득 담고

식어버린 콩나물 국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저려오는 무릎을 끌고서

흙먼지 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 모을 것이다

하루 종일 주워 모은 폐지는

아내의 주머니에 천원짜리 두세 개를 채워 줄 것이다

너무도 남루한 삶을 살고 있는 내 아내에게

화가 난다...

(M) 미안해요 - 김건모

 

(E) 비닐 봉지 흔들며 대문 열고 들어가는

여어디 갔다 이제 와?

남어디 갔다 오든...

여밥은?

남줘!

여어딜 돌아다니느라 밥도 못얻어먹고.. 손에 든 건 뭐야!

(E) 비닐 봉지 휙 던지고

(E) 비닐 들춰보고

여웬 딸기야?

남밥이나 달라니까!

여당신... 알고 있었어?

남뭘...

여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인 거...

(M) 꽃반지 끼고 / 은희

 

남사실 우리에게 결혼 기념일 같은 건 없다

처음 함께 살게 된 날...

지하 단칸방에서 조촐하게 저녁 식사를 했던 날...

아내는 아마 그 날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여왜... 그날도 당신이 딸기 사왔었잖아

그때.. 참 딸기 귀했는데...

남그랬나?

여그런데, 이거 얼마 주고 사왔어?

남5천원

여뭐??? 요새 3천원이면 이런 거 한근은 사는데....

어디서 샀어?

남요 아래 골목길 수퍼...

여이 여편네가... 한동네 살면서 누굴 속여먹어?

내가 낮에 이거보다 알 굵은 거 4천원에 파는 거 다 봤는데...

(E) 봉지 들고 일어나는

남아, 어디 가!

여따지러 가지!

남냅두고 밥이나 달라니까!

여차려 먹어!!

(M) She Bop / Cyndi Lauper

 

(E)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여(아야.. 아야.. 앓는 소리)

남아내는 슈퍼에 가서 기어이 천원을 되받아 왔고

밤새 앓는 소리를 내며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여보...

남...

여여보, 민기 아빠!

남왜...

여나 여기 허리 좀 만져줘 봐. 결리고 시큰거려 죽겠어.

아까 슈퍼 여자가 밀어서 넘어졌는데.. 죽겠네.. 아주...

남파스 발라도 안되는 게, 내가 만진다고 나아져?

여좀 암소리 말고 해주면 안돼?

남.... 어디...? 여기?

여그 위에... 어, 거기..

남그러게 누가 극악을 떨래?

여뭐?

남그깟 천원 갖고 몸싸움까지 해?

여그깟 천원? 나도 그깟 천원..하면서 살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그런데 어떡해? 당신이랑 살려면 천원이 아니라 백원짜리

한 장 갖고도 벌벌 떨어야 하는데!

당신처럼 무능한 인간이랑 살려면!

남뭐가 어째?

여왜? 꼴에 무능하단 소린 듣기 싫은가보지?

(E) 짝 뺨 때리는 소리

여왜 때려! 니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때려!

 

남딸기를 사들고 들어올 때만 해도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또 모든 게 엉망이 돼 버렸다

그래도 오늘은... 결혼기념일인데...

(M) 이해해 주겠니 -기후

 

(E) 공사 현장음

남얼마 전부터 아프던 목 안이

더욱 따끔거리고 칼칼하다

감기가 오려나 보다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캄캄해지는 게

몸살 기운도 함께 오려나 보다

감기 때문에 며칠 일을 거르게 되면

마누라 잔소리가 심할텐데...

여기까지 생각하고

고개를 든 순간...

(E) 쿵 앞으로 넘어지는

남몸이 앞으로 거꾸러졌다

(M)  나 홀로 걷고 있네 / 올렉 뽀구진

 

남눈을 떴을 때

난 병실에 누워 있었다

흐릿해진 눈앞엔

아내의 얼굴이 있었다

 

여이.... 나쁜.... 인간....

 

남무슨 소리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여못된... 인간.... 아무... 쓸모짝도 없는.... 쓰레기...같은 인간아!

 

남아내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나를 쏘아보고 있다

 

남..... (쉰 목소리) 왜 그래...?

여당신 암이래

남.... 암?

여그래. 편도선인지 어딘지에 암덩어리가 붙었댄다!

남...... 그래서 죽는대?

여차라리 죽으면 낫지! 수술 받으면 살 수 있댄다!

차라리... 이래도 저래도 죽는다고 하면 마음이라도 편치!

수술을 받으라니... 그 큰 돈을 들여 수술을 받으라니....

집 팔아서 수술할까? 아님, 날 팔아서 할까?

어째 끝까지 이러냐...

평생을 구질구질하게 살다가, 이제 게딱지만한 집 한칸 마련해서

살아보겠다 싶으니까... 그거까지 홀랑 들어먹으려고?

정말... 나쁜 인간이야 당신은!

(M) Lost in the darkness - 조승우

 

남그렇게까지 해서 살고 싶은 마음은

내게도 없었다

집 놔두고 비싼 병실에서 먹고 자는 것도

이것저것 검사를 받는 것도

내겐 모두 사치였다

아내 말이 맞았다

평생을 공사판에서 거리에서

뼈가 다 늘어나도록 일해 모든 돈으로

겨우 초라한 집 한칸 마련했다

내 목에 붙은 암덩어리를 떼어내자고

그 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지금 뭐하는거야?

남..... 집에 가자

여뭐?

남죽을 놈은 어떻게 해도 죽고, 살 놈은 또 사는거야

여....... 그래도....

남당신 말대로... 이제껏 나 나쁜놈이었으니까

마지막에 한번만 좋은 놈 돼보자

(M) 어이 / 최백호

 

(E) 버스 정류장 소음

남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아내의 곁에 서 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아내의 눈밑엔

거뭇거뭇한 기미가 끼어 있다

 

여안되겠어.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자

남뭐하러...

여누가 당신 이뻐서 이러는 줄 알아?

아예 수가 없다고 했으면 모를까...

방법이 있다는데... 그냥 두 손 놓고 있다가 시체 치울 순 없잖아

남나.. 더 살고 싶지도 않아.. 적당한 때 잘된거야

여뭐?

남당신은 고되지 않아? 이렇게 사는 거... 지겹지 않아?

여............

남난... 너무 고되다. 너무 지겹다.

가진 게 없어서... 두고 갈 게 없어서... 마음도 편하고....

여한도 없다...

(M) All My Trials / Mickey Newburry

 

(E) 새소리

(E) 상 들고 들어와 상 놓고

여밥 먹어

남당신은...

여언제부터 내 밥을 다 챙겼대? 나는 됐어. 속도 쓰리고...

남속이 왜... 어디 안좋은 거 아니야?

여왜 이래? 당신 답지 않게... 그냥 하던대로 해!

남애들 생각해. 나야 어떻게 되도 그만이지만

아직 결혼도 안한 애들한테... 엄마라도 있어줘야지

여애들 걱정도 하는 사람인 줄 몰랐네

애들이 왜 집에 안 오는 지 알아? 당신 보기 싫어서 그래.

어릴 때 하도 얻어 맞고들 커서... 당신 얼굴 보면 아직도 화가 난대

남..... 그렇게 말해? 우리.. 애들이?

여막내... 대학 간다고 그랬다가... 당신이 때리고 책 불사르고...

것도 모자라 내가 등록금으로 모아둔 거 가지고 나가 도박하고....

그런 걸 어떻게 잊겠어.

남그랬지... 내가... 그랬지...

여그래. 당신 그런 사람이었어. 그렇게 살아왔어!

(M)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양희은

 

남난 그렇게 무능하고 부족한 남편이며 아버지였다

곰살맞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주먹부터 휘둘렀다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중에... 좀더 나중에...

사정이 나아지고, 형편이 좋아지면

그때 내 진심을 얘기해야지, 생각했다

한번도... 좋은 날이 오지 않고

생이 끝나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M) 가진 것 없는 나 - JK 김동욱

 

남아내는 빈 속에 아픈 무릎을 끌고

폐지를 주우러 돌아다닌다

아내 모르게, 그 뒤를 따라 나선 나는

그녀의 늙고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신문들을 뒤적이던 아내의 시선이

어느 한곳에 꽂힌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은 채

손으로 신문 조각을 찢어내 주머니에 고이 담는다

커다란 밀차에 신문 더미들을 쌓고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아내가 문득 안쓰럽다

 

(E) 다가가는 소리

여당신이 여기 어떻게...?

남지나가다가... 봤어. 이리 내

여이거 무거운데...

남이리 내라니까...

(E) 밀차 끌고 가는 소리

남방금 그거 뭐야?

여뭐?

남신문에서 뭐 찢어 내던데...

여... 아무 것도 아니야

남뭔데...

 

남싫다는 아내의 주머니 속에서

신문 조각을 꺼내 본다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기적... 이라는 문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요새는... 민간요법으로도 많이들 고친대...

(E) 종이 조각 뺏어가는

여이리 줘...

 

남신문 조각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

아내의 손은... 거북이 등처럼

조각조각... 갈라져 있다

(M) 그 아픔도 그 슬픔까지도 - 이규태 (미안해요...부터)

 

(E)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남왜.. 잠을 못 자고 그래...

여그날...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당신 했던 말 진심...이야?

남무슨 말...

여아무 것도 두고 갈 게 없어서... 맘도 편하고.. 여한도 없다고 했던 말...

남...,,,

여나, 그 말이 얼마나 서운하던지...

당신이 술 먹고 나 때릴 때보다...

있는 욕 없는 욕 다 할 때보다...

그 말이 더 서운하대...

가슴에 탁 걸려서... 며칠 동안 밥도 안 넘어가고...

생각하면... 괜히 눈도 시리고...

남그 말이... 왜....

여아무 것도 두고 갈 게 없으면...

여기 남겨진 나는 뭐야.

평생을 당신 때문에 울고 가슴에 멍들어 산

나는 뭐야...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M) 살고 싶어 - 유리화 OST 중

 

(E) 상 놓는

여(눈물 닦는 듯) 밤중에 술상은 뭐하러...

남당신이 말하던 결혼기념일 저녁에... 우리 이렇게 술 먹었지?

딸기 한바구니 가운데 놓고...

여그날 나보고 한 말도 기억나?

남내가.. 뭐라 그랬는데...

여기억 안나면 됐어..

남뭐라 그랬는데...

여됐어. 나 혼자.. 기억하고 살았던거지 뭐.

그냥 한 소릴 가지고...

남.......... 나 가진 거 아무 것도 없지만

당신 갖게 돼서... 이제 바랄 게 없다고 그랬지 내가...

여기억... 하고 있었네

남그 마음 그대로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바라는 게 많았지. 미안해.

(M) Melody / Iosif Kobzon

 

(E) 소주잔 따르는

여어쩌면... 나 때문일거야

남뭐가

여살면서... 당신이 너무 미워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수도 없이 말했었거든. 저런 남편이면 없는 게 낫다고...

그 무서운 말들이 다 당신한테 가서 박혔나봐

그래서 병이 됐나봐

남당신이.. 애들이 나 미워하는 거

나도 알고 있었어

여알고 있는 사람이 그랬어?

남... 우리 막내... 책 불태우고...

당신이 모아둔 등록금 들고 나갔던 날...

도박판으로 가면서 속으로 그랬지...

이 돈 만큼은 하나도 안 잃는다...

그래서 모자란 등록금도 채워주고...

내가 불태운 우리 막내 책도 다시 사주고...

대학 갈 때 입을 이쁜 옷도 한 벌 사주고....

마누라... 겨울 날 때 입을 외투도 한 벌... 사주고....

여..... 당신이... 그런 생각을 했어?

남그 돈 다 날리고... 소주 마시면서...

당신이랑 막내한테 너무 미안했는데...

집에 들어와선 또 큰소리만 쳤네... 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이었으니....

죄 받아도 마땅하고... 병들어도 마땅하지...

(M) 파도 / 박진광

 

남며칠 후 아침...

눈을 떴을 때.. 아내는 짐을 싸고 있었다

 

남지금 뭐해?

여일어나. 여기 이제 우리집 아니야

남뭐?

여마침 임자가 나타나서 넘겼어.. 당신 수술 날짜 잡았어

남당신 누구 맘대로!!

여내 맘대로... 평생을 당신 맘대로만 하고 살았으니까

나도 내 맘대로 할거야. 또 물건 부수고 싶으면 부수고

때리고 싶으면 때려봐. 나도 이젠 가만 있지 않을 거니까!

남여보...

여이대로는 못보내겠어. 너무 억울해서.

내가 당한만큼 그대로 해주고, 이 지겨운 세상 같이 고생하면서

살거야. 혼자 가서 혼자 편해지겠다구? 그렇게는 못 두지!

(M) Lagrima / Dulce Pontes

 

남길고 힘든 수술이 끝났나보다

마취가 풀리면서 극심한 진통이 나를 짓눌렀다

아내의 까칠한 손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여아팠지?

 

남고개를 끄덕인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여(눈물 닦는 듯) 속이 다 후련하네. 선생님한테 더 아프게 해달랄 걸

그랬어

 

남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얼마나 초조해 했는지

아내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다

나는 침대맡에 놓인 종이와 펜을 달라고 손짓한다

 

여.... 힘들게 왜...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자....

(E)뭔가 적는

 

남비뚤비뚤 적힌 내 글씨를 보고

주름진 아내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여(목메는) 뭐라구 쓴거야 이게...

나 잘 못알아보겠으니까 글로 말고... 말로 해줘

 

남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그저 고개를 끄덕여 준다

 

여나 정말 못 알아보겠어. 그러니까... 빨리 나아서...

말로 해줘... 말로.... 당신 목소리로...

 

남아내의 눈물 방울로 젖어 있는

종이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으니... 더 바랄 게 없소...

정말 사랑하오....

(M) 주제음  정말 미안해 / 사랑과 전쟁 메인 타이틀

 





2005-03-3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