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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Top 200 Singles(1954∼2004년)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잡지 빌보드지는 지난 연말,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을
발표했다. 그것은 지난 50년 동안 싱글 차트를 집계해 총 200곡의 싱글을 발표한
것이다. 이름하여 '빌보드 Top 200 Singles'이다.
'Top 200 Singles 1954∼2004'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차트는 매주 발행되는
빌보드지 싱글 차트의 순위에 의해 선정된 것이다.
빌보드지 No.1에 오른 주일의 수(數)와 톱 10, 톱 40, 톱 100에 오른 주일
수를 합산해 순위가 정해졌다.
(TOP 200 : 1954 1204 - 2004 1225)
1995 01 One Sweet Day - Mariah Carey & Boyz II Men 1 16 19 26 27
1996 02 Macarena (Bayside Boys Mix) - Los Del Rio 1 14 23 37 60
1994 03 I'll Make Love To You - Boyz II Men 1 14 22 31 33
1997 04 Candle In The Wind 1997 / Something About The Way You Look
Tonight - Elton John 1 14 17 28 42
1992 05 I Will Always Love You - Whitney Houston 1 14 16 24 26
1992 06 End Of The Road - Boyz II Men 1 13 19 28 32
1998 07 The Boy Is Mine - Brandy & Monica 1 13 18 27 27
1999 08 Smooth - Santana Feat. Rob Thomas 1 12 30 50 58
2004 09 Yeah! - Usher Feat. Lil Jon & Ludacris 1 12 24 41
2002 10 Lose Yourself - Eminem 1 12 16 21
M I Will Always Love You / Whitney Houston
1992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14주간 No.1 기록. 케빈 코스트너,
휘트니 휴스턴 주연 영화 '보디가드' 주제가. 오리지널은 컨트리 여가수 '달리 파튼'이
1974년 발표.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9화 - 바다가 보이는 간이역
1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미국 출신의 컨트리 남성 가수로 1966년 작품. 인기 차트엔 오르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 하남석씨가 '바람에 실려'로 번안해 잘
알려진 노래.
2 Beyond The Sea / Sandpipers
프랑스 샹송 'La Mer'를 샌드파이퍼스가 영어가사를 입혀 리메이크한 노래.
3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4 기차와 소나무 / 이규석
5 I Like You / Donovan
영국 출신의 포크 싱어 송라이터 '도노반'의 1977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77위에 올랐던 노래. 그의 명반 'Cosmic Wheels'에 수록된 포크 발라드로 사랑의
밀어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노래.
6 Morning Train / Sheena Easton
영국출신의 팝 가수로 1981년 싱글차트 2주간,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 2주간
1위 기록.
7 기차타고 / 조규만
8 완행열차 / 한영애
9 아침기차 / 조동진
10 Notre Eche / Mondialito
일본 출신의 혼성 듀오 '몬디알리토'의 2004년 작품.
11 Love Is / 김현철
김현철의 새 노래로 사랑의 느낌이 잘 표현된 노래.
12 Forever / Stratovarius
핀란드 출신의 헤비 메틀 그룹으로 1996년 작품.
앨범 'Episode'의 수록곡.
TV 드라마 '첫사랑'에 삽입되어 빅 히트.
어린 시절 첫 사랑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담은 곡.
노랫말에 어울리는 애잔한 멜로디와 호소력 짙은 보컬이 멋진 조화를 이룸.
13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14 I Believe / 이수영
15 All I Have / Beth Nielssen
16 To Treno Fevgi Stis Okto;또 뜨레노 페기 스티스 옥또(기차는
8시에 떠나네) / Agnes Baltsa
그리스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가 1986년 부른 곡으로
기차를 타고 떠난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언제까지나 기다린다는 내용의 노래. 그녀의
명반 '내 조국이 가르쳐 준 노래(Songs My Country Taught Me)'에 수록. 작가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데'란 제목을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
17 Loving You / Sparkle
18 Please Forgive Me / Bryan Adams
1992년 작품.
19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조수미
20 I Believe / 신승훈
엽기적인 그녀의 주제가로 쓰였던 노래.
21 Train / Nana Mouskouri
22 Train Qui Sen Va / Helen
23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70화 - 바다가 보이는 간이역
(M) 주제음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E) 기차 멈추는 소리
남 오전 11시 25분, 저녁 6시 47분
하루에 두 번...
간이역 앞으로 기차가 멈춘다
작은 역사 석유난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사람들은
기차에 올라탄다
역무원인 내가 깃발을 흔들고, 인사를 하고 나면
기차는 떠난다
나머지 시간에 난 역사 한켠 작은 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라면을 끓여먹는다
아니면 장난꾸러기들이 철로 위에 놓아둔
돌맹이를 치운다.
아이들은 기차가 지나갈 때 철로 위의 돌맹이가 깨지는지,
그렇지 않은지
궁금한가보다.
돌맹이들을 치우고 허리를 펴면, 저 멀리.... 아스라이...
바다가 보인다.
(M) Beyond The Sea / Sandpipers
남 오늘은 아무도 기차를 타지 않을 모양이다
그런 날도 많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기차를 타는 사람들도 적어졌다
하루에 열 번 멈춰서던 기차가 다섯 번 멈춰서게 됐고
그러다 어느날부턴 두 번 멈춰서게 됐다.
언젠가는 한번도 멈추지 않게 될지 모른다
그럼 이 역사도, 나도 필요없게 되겠지...
(E)라면 끓는 소리 + 먹는
남 저녁 기차가 도착하기 전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E) 누군가 들어오는 구두 발자국
남 이때 한 여자가 들어섰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여 기차 몇시쯤 도착해요?
남 (먹다가 얼른 대답못하고) 네... 6시 47분요
여 .... 네....
(E) 라면 후루룩 먹는
여 김치 드실래요?
남 (못알아듣고) 네??
여 김치요. 좀 있는데... 드실래요?
(M)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남 여자는 정말 김치를 내밀었다
작은 도시락 속에 담긴 잘익은 김치였다
여 도시락 싼건데.. 남았거든요.
남 아.. 잘 먹겠습니다
(E) 김치에 라면 먹는
남 처음 뵙는 분인데... 이 마을 안사시나봐요?
여 네. 여기 면사무소 다니기 시작했어요. 오늘부터..
남 아~ 어쩐지~
여 이 마을 분들 다 아시나봐요?
남 네. 저는 여기서 나고 자랐거든요.
여 ...아... (사이) 라면 드세요. 불겠어요.
남 네 (하다가 놀라고) 아, 기차 올 시간 다 됐네요.
(E) 냄비 뚜껑 닫는
여 그만 드시게요?
남 기차 간 다음에 먹으려구요. 도시락.. 가져가셔야죠
여 아니에요. 드시구요, 내일 주세요. 어차피 내일도 기차 탈 거니까...
(M) 기차와 소나무 / 이규석
(E) 기차 떠나는
남 기차가 떠나고
분홍색 도시락에 담긴 김치를 본다
불현 듯.. 소현의 얼굴이 떠오른다
소현은 손맛이 좋았다.
기찻길 옆에서 태어나 기차 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그
여자...
그래서 기차 소리가 지긋지긋하다 했던 그녀...
(E)기차 소리 점점 멀어지며 -
(E) 김치 그릇 여는
여2 총각 김치 떨어졌댔지? 자~
남 야~ 맛있겠다~
(E) 총각무 아삭 씹는
여2 맨날 먹는 김치.. 뭐가 맛있니..
남 어머니가 없다는 건, 집에 김치가 자주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녀 뿐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어머니 없이 사는
나와 아버지를 위해 김치를 가져다 주곤 했다. 하지만
난 그녀가 담궈다 준 김치가 제일 맛있었다.
난 그녀가.... 제일 좋았다....
(M) I Like You / Donovan
남 내가 이 기차역에서 일하게 됐다는 걸 알고
그녀는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E)철길 걸어가는
여2 여기서.. 일을 하겠다구?
남 응.
여2 넌 안 지겨워?
남 뭐가?
여2 기차 소리...
남 안 지겨운데...
여2 난 싫어. 정말 지긋지긋해.
(E)걸어가는
남 어렸을 때, 기억나?
여2 뭐?
남 우리 철길에 귀 대고 그랬었잖아. 기차 오는 소리 들으려구...
그러다 역무원 아저씨한테 혼나고 그랬는데...
여2 그랬지.
남 그때 넌 기차 소리 하나도 안지겨워 했었는데...
(M) Morning Train / Sheena Easton
남 얼마후 그녀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멀지 않은 도시에 일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여2 자주 올게
남 (짧은 한숨) .... 너 없으면...
여2 나 없으면 뭐?
남 (망설이다).... 나 김치는 어떡하냐?
여2 겨우 그거야?
남 ......
여2 나 보고 싶으면 어떡하냐도 아니고... 겨우... 김치는 어떡하냐야?
남 ......
여2 나는 너 보고 싶을 거 같은데.... 넌 아냐?
남 ........
(E)기차 들어오는 소리
여2 보고 싶으면 보러 올게.
(E)사람들 기차 타고
남 약속대로, 그녀는 아주 가끔 마을을 찾았다
난 그녀에게 간이역 같았다
아주 가끔 그저 쉬었다 가는.... 간이역...
(M) 기차타고 / 조규만
(E)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 닭소리
남 주말이 되면 기차역에 활기가 넘친다
외지로 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그들의 짐 속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흘러나온다
꼬꼬댁 거리는 닭을 봇짐속에 넣어 가져가겠다는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부터 시작해
나도 바빠진다
(E) 기차 지나가고 + 조용해지는
남 오전 기차가 지나가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E) 타타닥 뛰어오는 소리
남 면사무소에 다니는 그 여자가
숨차게 뛰어왔다
여 기차 갔어요?
남 네. 11시 25분에 출발하는데....
여 .... 어쩌지....?
남 읍에 있는 터미널로 가세요. 버스는 자주 있으니까...
여 제가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해서요. 기차 밖에 못 타요.
남 어? 나도 그런데?
여 (반가운) 그러세요?
남 네... 그래서 어려서부터 기차를 좋아했어요.
여 나두요...
남 아참, 저번에 김치 그릇... 잠깐만요.
(E) 김치그릇 달그닥거리며 가지고 나오고
남 .... 잘 먹었어요
여 네... (사이) 여섯시 넘게까지.. 저 뭐하죠?
남 네?
여 괜찮으시면요, 저랑 얘기나 하실래요?
(M) 완행열차 / 한영애
(E) 돌맹이 멀리로 던지는 + 철로 위로 걷는
여 철로 위에 누가 이렇게 돌을 얹어놓는 거에요?
남 꼬마애들이요. 이게 깨지나 안깨지나 궁금한가봐요
여 깨져요 안깨져요?
남 예? 글쎄요... 왠만한 돌맹이는 기차 오는 진동 때문에 그냥 레일
밖으로
떨어져 버리기는 하는데... 그래도 그것 때문에 사고가
날 위험이 있거든요
여 그래요?
남 예전에 일본에서 지름 50센티 짜리 돌덩이리 때문에 큰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여 아....
(E) 돌맹이 멀리 던지는
남 그러니까.. 이렇게 작은 돌맹이도 미리미리 치워놔야 하는거죠.
작은 거라고 방심했다가 어떤 큰사고가 생길지 모르니까....
(M) 아침기차 / 조동진
남 은서라는 이름을 가진 면사무소 여자와는
말이 잘 통했다
결코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동그란 얼굴이 정감 갔고
웃을 때 양볼에 패이는 보조개가 귀여웠다.
그녀는 가끔 김치를 싸와서 내밀곤 했다
여 경종김친데... 땅에 묻어놨던 거에요.
남 야~ 나 그거 진짜 좋아하는데~ 요즘은 누가 경종김치 잘 안담그잖아요
여 저희집에 많이 있어요. 또 갖다 드릴께요.
남 나 라면 끓일건데... 같이 먹을래요?
여 ... 그래도 돼요?
남 맨날 나만 얻어 먹을 순 없잖아요. 계란 넣어요?
여 난 안넣는 게 더 맛있던데...
남 나두 그런데.... (웃고)
(E) 라면 보글보글 끓는
(E) 라면 먹고 + 김치 먹는
여 김치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어요. 그죠~
남 맨날 먹는 김치가 뭐가 맛있냐고 했던 여자가 있었고
김치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는 여자가 있다.
(M) Notre Eche / Mondialito
남 은서가 가져다 주는 김치맛에 익숙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여 봉덕씨~!
남 어? 일찍 왔네요? 아직 기차 시간 한참 남았는데...
여 ... 그냥요...
남 말하지 않아도 느껴질 때가 있다
은서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M) Love Is / 김현철
남 따뜻한 겨울 햇살이 비춰 들어오는 벤치에 앉아
은서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여 이게 다 기차역 사진이에요?
남 네. 세계에서 제일 큰 기차역부터... 여기처럼 작은 간이역까지...
참 많죠?
여 이쁘다....
(E) 넘기는
(E) 또각또각
여2 봉덕아.
남 고개를 들었을 때
부신 햇살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햇살에 익숙해질 때 쯤
내 눈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매일 먹는 김치가 지긋지긋하다던 그녀...
기차 소리가 너무 싫다던 그녀...
하지만....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그녀 소현이... 내
앞에 서 있다
(M) Forever / Stratovarius
남 (당황) 어.. 어쩐 일이야? 다니러 온거야?
여2 응. 아버지 제사잖어.
남 그래? 그럼 주말에 있다 가는거야?
여2 아니... 조금 더 있다 갈거야. 휴가 냈어.
남 .... 왜?
여2 수예점 자리 좀 알아보려구.
남 수예점?
여2 나... 다시 여기로 올까봐 봉덕아.
남 .... 여기 다시?
여2 너 안반가운 표정이다?
남 아니야... 그런 거....
여2 그런데... 누구셔?
남 잊고 있었다. 내옆에 은서가 있다는 걸...
남 아.... 저기 이분은.... (머뭇) 손님이셔
여2 기차 타시는 손님?
남 어...
여 저기... 얘기 나누세요. 저는...
(E) 걸어가는
남 꾸벅 인사를 하고, 은서가 기차역 밖으로 나갔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은서의 작은 뒷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M)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E)냉장고 여는 + 그릇들 꺼내는
여2 아유~ 냉장고 봐라. 텅텅 비어 가지구....
김치 하나도 없지?
(E)김치 뚜껑 여는
여2 있네? 누가 갖다 준거야?
남 .... 어... 그냥 아는 사람이....
여2 ... 여자?
남 어? ..... 어...
여2 아까 그 여자? 기차역에서 같이 사진첩 보던?
남 어?....... 어....
여2 사귀니?
남 아~~니~~!
여2 너 그 사진첩 아무한테나 안 보여주잖아.
옛날엔 나한테만 보여준다 그랬던 것 같은데...
남 그랬나? 난 그냥... 할 일도 없고 해서....
여2 나 왜 돌아오려고 하는지 알아?
남 ......
여2 니가 보고 싶어져서 그래. 가끔 보고 싶을 때 찾아와서 보고...
그걸로도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자주 보고 싶어졌어.
(M) I Believe / 이수영
남 그녀는 읍내에 수예점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다시 돌아와준다는 게...
반갑고 또 반가웠다.
하지만 한편... 불안했다.
그렇게 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버릴까봐..
간이역에 머물렀다 떠나는 기차처럼....
(E) 또각또각 여자 구두소리
남 며칠 후.
은서가 여느때처럼 작은 가방을 들고
기차역에 나타났다
남 퇴근..하세요?
여 .... 네...
남 .........(어색) 날씨가 춥죠?
여 ......... (사이, 목소리 가다듬고)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남 네? 저한테요?
여 네. 며칠 동안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말 잘 안 나오는지 목소리
다시 가다듬고)
남 ..... 얘기해요...
여 ..... 내가 봉덕씨 김치 담가 드리면 안될까요?
남 네? 난 또 뭐라고.... 그동안도 많이 주셨잖아요....
여 .... 아니.... 앞으로... 평생요....
(M) All I Have / Beth Nielssen
(E)아주 멀리서 기차 들어오는 소리
남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에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난 서둘러 내 자리로 갔고....
잠시 후 기차가 도착했다
깃발을 들어 기차를 출발시키면서
난 보았다
창가에 앉아 애써 다른 쪽을 보고 있는 그녀를...
그녀가 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M) To Treno / Agnes Baltsa
여2 봉덕아!
남 ...........
여2 (더 크게) 봉덕아~~~!!
남 어??
여2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남 어.... 왜?
여2 너 무슨 일 있니?
남 아니.. 그냥...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여2 그 여자?
남 .... 아니...
여2 아니긴. 왜? 그 여자가 너 좋대?
남 ........
여2 맞구나?
남 나도 잘 모르겠어
여2 안되겠다. 니가 나한테 얘기할 때까지 기다릴까 했는데.. 안되겠어.
남 뭐가?
여2 니가 나 좋아하는 거 옛날부터 알고 있었거든.
그 마음 변하지 않았다면... 어때? 우리 둘이 함께 하는
거....
(M) Lovin' You / Sparkle
남 일생에 한번쯤은 이런 일도 있나보다.
한꺼번에 두 여자의 고백을 받은 난
혼란스러워졌다.
예전 같으면 망설일 필요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늘 수줍게 도시락을 내밀던 은서가
자꾸 눈에 밟혔다
(E) 걸어 들어오는 소리
남 여섯시 삼십분...
오늘도 어김없이 은서가 역에 들어온다
나를 봤을텐데... 고개를 숙인 채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E) 걸어가는 소리
남 퇴근해요?
여 ....... 네...
남 기차 위에... 애들이 놔둔 돌맹이요. 그거 왜 치우는지...
내가 얘기한 적 있죠....
여 네. 작은 돌맹이라고 무시했다가... 나중에 큰 사고 날까봐...
그런다구요
남 ....... 맞아요.
여 .... 그런데요?
남 내 마음 위에... 지금 작은 돌맹이 하나가 얹어진 기분이에요.
여 ..........
남 그거 지금 치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치우려구요.
여 .........
남 미안해요
(M) Please Forgive Me / Bryan Adams
남 그리고 며칠 후.
부서지는 겨울 햇살이 좋아
쏟아지는 햇살 속에 비스듬히 엎드려
사진첩을 보고 있을 때였다
(E) 창문 똑똑 두드리는 소리
남 은서였다
(E) 문 열고
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여 인사 하려구요
남 ..... 네?
여 일자리를 옮기게 됐어요.
남 ..... 그래요?
여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고마웠습니다.
남 제가 뭘요. 은서씨가.... 잘해주셨죠
여 그럼... 가 볼께요.
(E) 몇걸음 가다가
여 기차 못타게 돼서... 참 아쉬워요.
(M)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조수미
(E) 장독대 뚜껑 여는 소리
여2 너 좋아하는 총각김치다. 라면 먹을 때 먹으라구
(E) 먹어보고
남 잘 익었네...
여2 옛날만큼 아니다 너?
남 어?
여2 옛날엔 우리집 김치에 열광했잖어. 지금은 그 정돈 아니네.
남 ... 뭐... 나이 들면 입맛도 변하잖아.
여2 그래?
(E) 뚜껑 닫고
여2 그 여자.... 요즘은 기차 안 타나보더라?
남 ......... 누구?
여2 모른 척 하긴... 그 여자. 너 김치 갖다 준...
니가 사진첩 보여준 그 여자~!
남 .... 어. 일자리를 옮겼대
여2 무슨 소리야~ 어제도 봤는데?
남 ..... 그래? 기차역에 안 온 지 한참 됐는데....
여2 버스 타던데?
남 잘못 봤겠지. 그 여자... 멀미 때문에 버스 못탄다 그랬는....
(멈칫)
남 어쩌면.... 그 여자는 멀미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버스를 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랬는지도 모른다
(M) I Believe / 신승훈
여2 너 왜 그래?
남 ...........
여2 봉덕아!
남 소현아.
여2 응?
남 간이역에 날마다 서는 기차가 있고...
어쩌다 한번씩... 자기가 쉬고 싶을 때만 서는 기차가
있어.
여2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남 간이역은 날마다 서는 기차 보단 어쩌다 한번씩 서는 기차를 더
기다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간이역에겐 날마다 서는 기차가
더 필요한 거 아닐까?
여2 뭐?
남 날마다 서기 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그 기차 때문에 간이역이 존재하는 거니까...
(M) Train / Nana Mouskouri
(E) 버스 정거장 소음
남 은서의 퇴근 시간.
매캐한 연기 가득한 버스 터미널에 왔다
잠시 후.
은서가 그곳에 나타났다.
많이 여윈 얼굴로. 힘없는 발걸음으로.
(E) 걸어가는
남 어디까지 가요?
여 (놀라고) 봉덕씨... 이 시간에 여긴 어떻게 왔어요.
남 하루 휴가에요. 아는 역무원이 대신 봐주기로 했어요.
여 ....... 쉴 줄도 아는구나. 난 절대 기차역은 못 떠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남 기차 밖에 못 탄다면서요? 버스는 멀미 나서 안된다면서요?
여 ........... 나 그동안도 날마다 버스 탔었어요. 몰랐죠.
남 네?
여 우리집 간이역도 없을만큼 작은 동네거든요.
버스만 가는 곳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버스는 질리게
탔었어요.
멀미 같은 것도 안해요.
남 ... 그런데요
여 어쩌다 한번... 친구집에 갈 일이 있어 기차를 탔는데....
그때 봉덕씨를 봤어요.
다음날부턴... 기차를 타고 친구집 있는 데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 갈아타고 우리집으로 갔어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좋았어요 난....
(M) Train Qui Sen Va / Helen
(E)타다닥 뛰어오는 두 사람 소리
(E) 기차 경적 소리 멀어지고
남 놓쳤네...
여 ..... 원래 기차랑 여자는 떠나고 난 다음에 손 흔들어도 소용
없다면서요?
남 ..... 그럼 나도 안돼요? 지금 이렇게 손 흔들어도...
은서씨 안 멈춰 줄거에요?
여 ....... 난 멈춰 있었는걸요?
남 .........?
여 다른 기차들이 멈췄다 떠나는 동안에도...
난 여기 기차역 한 구석에서 계속 멈춰 있었는걸요?
남 은서의 손을 잡아 본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기차길을 걷는다
멀리 붉은 바다가 보인다
2005-01-2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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