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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7일 목요일 지금 듣고 계신 이 노래는+음악에세이 대본

 

 빌보드 Top 200 Singles(1954∼2004년)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잡지 빌보드지는 지난 연말,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을 발표했다. 그것은 지난 50년 동안 싱글 차트를 집계해 총 200곡의 싱글을 발표한 것이다. 이름하여 '빌보드 Top 200 Singles'이다.

 'Top 200 Singles 1954∼2004'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차트는 매주 발행되는 빌보드지 싱글 차트의 순위에 의해 선정된 것이다.

 빌보드지 No.1에 오른 주일의 수(數)와 톱 10, 톱 40, 톱 100에 오른 주일 수를 합산해 순위가 정해졌다.

 

(TOP 200 : 1954 1204 - 2004 1225)

1995 01  One Sweet Day - Mariah Carey & Boyz II Men 1 16 19 26 27

1996 02  Macarena (Bayside Boys Mix) - Los Del Rio 1 14 23 37 60

1994 03  I'll Make Love To You - Boyz II Men 1 14 22 31 33

1997 04  Candle In The Wind 1997 / Something About The Way You Look Tonight - Elton John 1 14 17 28 42

1992 05  I Will Always Love You - Whitney Houston 1 14 16 24 26

1992 06  End Of The Road - Boyz II Men 1 13 19 28 32

1998 07  The Boy Is Mine - Brandy & Monica 1 13 18 27 27

1999 08  Smooth - Santana Feat. Rob Thomas 1 12 30 50 58

2004 09  Yeah! - Usher Feat. Lil Jon & Ludacris 1 12 24 41

2002 10  Lose Yourself - Eminem 1 12 16 21

 

M   I Will Always Love You / Whitney Houston

 1992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14주간 No.1 기록. 케빈 코스트너, 휘트니 휴스턴 주연 영화 '보디가드' 주제가. 오리지널은 컨트리 여가수 '달리 파튼'이 1974년 발표.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69화 - 바다가 보이는 간이역

 

1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미국 출신의 컨트리 남성 가수로 1966년 작품. 인기 차트엔 오르지 못했지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 하남석씨가 '바람에 실려'로 번안해 잘 알려진 노래.

 

2   Beyond The Sea / Sandpipers

 프랑스 샹송 'La Mer'를 샌드파이퍼스가 영어가사를 입혀 리메이크한 노래.

 

3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4   기차와 소나무 / 이규석

 

5   I Like You / Donovan

영국 출신의 포크 싱어 송라이터 '도노반'의 1977년 작품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77위에 올랐던 노래. 그의 명반 'Cosmic Wheels'에 수록된 포크 발라드로 사랑의 밀어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노래.

 

6   Morning Train / Sheena Easton

영국출신의 팝 가수로 1981년 싱글차트 2주간, 어덜트 컨템퍼러리 차트 2주간 1위 기록.

 

7   기차타고 / 조규만

 

8   완행열차 / 한영애

 

9   아침기차 / 조동진

 

10  Notre Eche / Mondialito

 일본 출신의 혼성 듀오 '몬디알리토'의 2004년 작품.

 

11  Love Is / 김현철

 김현철의 새 노래로 사랑의 느낌이 잘 표현된 노래.

 

12  Forever / Stratovarius  

핀란드 출신의 헤비 메틀 그룹으로 1996년 작품.

앨범 'Episode'의 수록곡.

TV 드라마 '첫사랑'에 삽입되어 빅 히트.

어린 시절 첫 사랑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담은 곡.

노랫말에 어울리는 애잔한 멜로디와 호소력 짙은 보컬이 멋진 조화를 이룸.

 

13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14  I Believe / 이수영

 

15  All I Have / Beth Nielssen

 

16  To Treno Fevgi Stis Okto;또 뜨레노 페기 스티스 옥또(기차는 8시에 떠나네) / Agnes Baltsa

그리스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가 1986년 부른 곡으로 기차를 타고 떠난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언제까지나 기다린다는 내용의 노래. 그녀의 명반 '내 조국이 가르쳐 준 노래(Songs My Country Taught Me)'에 수록. 작가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데'란 제목을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

 

17  Loving You / Sparkle

 

18  Please Forgive Me / Bryan Adams

 1992년 작품.

 

19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조수미

 

20  I Believe / 신승훈

 엽기적인 그녀의 주제가로 쓰였던 노래.

 

21  Train / Nana Mouskouri

 

22  Train Qui Sen Va / Helen

 

23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70화 - 바다가 보이는 간이역

(M) 주제음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E) 기차 멈추는 소리

남  오전 11시 25분, 저녁 6시 47분

    하루에 두 번...

    간이역 앞으로 기차가 멈춘다

    작은 역사 석유난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사람들은

    기차에 올라탄다

    역무원인 내가 깃발을 흔들고, 인사를 하고 나면

    기차는 떠난다

    나머지 시간에 난 역사 한켠 작은 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라면을 끓여먹는다

    아니면 장난꾸러기들이 철로 위에 놓아둔

    돌맹이를 치운다.

    아이들은 기차가 지나갈 때 철로 위의 돌맹이가 깨지는지, 그렇지 않은지

    궁금한가보다.

    돌맹이들을 치우고 허리를 펴면, 저 멀리.... 아스라이... 바다가 보인다.

(M) Beyond The Sea / Sandpipers

 

남  오늘은 아무도 기차를 타지 않을 모양이다

    그런 날도 많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기차를 타는 사람들도 적어졌다

    하루에 열 번 멈춰서던 기차가 다섯 번 멈춰서게 됐고

    그러다 어느날부턴 두 번 멈춰서게 됐다.

    언젠가는 한번도 멈추지 않게 될지 모른다

    그럼 이 역사도, 나도 필요없게 되겠지...

(E)라면 끓는 소리 + 먹는

남  저녁 기차가 도착하기 전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E) 누군가 들어오는 구두 발자국

남  이때 한 여자가 들어섰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여  기차 몇시쯤 도착해요?

남  (먹다가 얼른 대답못하고) 네... 6시 47분요

여  .... 네....

(E) 라면 후루룩 먹는

여  김치 드실래요?

남  (못알아듣고) 네??

여  김치요. 좀 있는데... 드실래요?

(M) Saddle The Wind / Lou Christie

 

남  여자는 정말 김치를 내밀었다

    작은 도시락 속에 담긴 잘익은 김치였다

 

여  도시락 싼건데.. 남았거든요.

남  아.. 잘 먹겠습니다

(E) 김치에 라면 먹는

남  처음 뵙는 분인데... 이 마을 안사시나봐요?

여  네. 여기 면사무소 다니기 시작했어요. 오늘부터..

남  아~ 어쩐지~

여  이 마을 분들 다 아시나봐요?

남  네. 저는 여기서 나고 자랐거든요.

여  ...아... (사이) 라면 드세요. 불겠어요.

남  네 (하다가 놀라고) 아, 기차 올 시간 다 됐네요.

(E) 냄비 뚜껑 닫는

여  그만 드시게요?

남  기차 간 다음에 먹으려구요. 도시락.. 가져가셔야죠

여  아니에요. 드시구요, 내일 주세요. 어차피 내일도 기차 탈 거니까...

(M) 기차와 소나무 / 이규석

 

(E) 기차 떠나는

남  기차가 떠나고

    분홍색 도시락에 담긴 김치를 본다

    불현 듯.. 소현의 얼굴이 떠오른다

    소현은 손맛이 좋았다.

    기찻길 옆에서 태어나 기차 소리를 들으며 자랐던 그 여자...

    그래서 기차 소리가 지긋지긋하다 했던 그녀...

(E)기차 소리 점점 멀어지며 -

 

(E) 김치 그릇 여는

여2 총각 김치 떨어졌댔지? 자~

남  야~ 맛있겠다~

(E) 총각무 아삭 씹는

여2 맨날 먹는 김치.. 뭐가 맛있니..

 

남  어머니가 없다는 건, 집에 김치가 자주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녀 뿐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어머니 없이 사는

    나와 아버지를 위해 김치를 가져다 주곤 했다. 하지만

    난 그녀가 담궈다 준 김치가 제일 맛있었다.

    난 그녀가.... 제일 좋았다....

(M) I Like You / Donovan

 

남  내가 이 기차역에서 일하게 됐다는 걸 알고

    그녀는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E)철길 걸어가는

여2 여기서.. 일을 하겠다구?

남  응.

여2 넌 안 지겨워?

남  뭐가?

여2 기차 소리...

남  안 지겨운데...

여2 난 싫어. 정말 지긋지긋해.

(E)걸어가는

남  어렸을 때, 기억나?

여2 뭐?

남  우리 철길에 귀 대고 그랬었잖아. 기차 오는 소리 들으려구...

    그러다 역무원 아저씨한테 혼나고 그랬는데...

여2 그랬지.

남  그때 넌 기차 소리 하나도 안지겨워 했었는데...

(M) Morning Train / Sheena Easton

 

남  얼마후 그녀는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멀지 않은 도시에 일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여2 자주 올게

남  (짧은 한숨) .... 너 없으면...

여2 나 없으면 뭐?

남  (망설이다).... 나 김치는 어떡하냐?

여2 겨우 그거야?

남  ......

여2 나 보고 싶으면 어떡하냐도 아니고... 겨우... 김치는 어떡하냐야?

남  ......

여2 나는 너 보고 싶을 거 같은데.... 넌 아냐?

남  ........

(E)기차 들어오는 소리

여2 보고 싶으면 보러 올게.

(E)사람들 기차 타고

 

남  약속대로, 그녀는 아주 가끔 마을을 찾았다

    난 그녀에게 간이역 같았다

    아주 가끔 그저 쉬었다 가는.... 간이역...

(M) 기차타고 / 조규만

 

(E)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 닭소리

남  주말이 되면 기차역에 활기가 넘친다

    외지로 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그들의 짐 속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흘러나온다

    꼬꼬댁 거리는 닭을 봇짐속에 넣어 가져가겠다는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부터 시작해

    나도 바빠진다

(E) 기차 지나가고 + 조용해지는

남  오전 기차가 지나가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E) 타타닥 뛰어오는 소리

남  면사무소에 다니는 그 여자가

    숨차게 뛰어왔다

 

여  기차 갔어요?

남  네. 11시 25분에 출발하는데....

여  .... 어쩌지....?

남  읍에 있는 터미널로 가세요. 버스는 자주 있으니까...

여  제가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해서요. 기차 밖에 못 타요.

남  어? 나도 그런데?

여  (반가운) 그러세요?

남  네... 그래서 어려서부터 기차를 좋아했어요.

여  나두요...

남  아참, 저번에 김치 그릇... 잠깐만요.

(E) 김치그릇 달그닥거리며 가지고 나오고

남  .... 잘 먹었어요

여  네... (사이) 여섯시 넘게까지.. 저 뭐하죠?

남  네?

여  괜찮으시면요, 저랑 얘기나 하실래요?

(M) 완행열차 / 한영애

 

(E) 돌맹이 멀리로 던지는 + 철로 위로 걷는

여  철로 위에 누가 이렇게 돌을 얹어놓는 거에요?

남  꼬마애들이요. 이게 깨지나 안깨지나 궁금한가봐요

여  깨져요 안깨져요?

남  예? 글쎄요... 왠만한 돌맹이는 기차 오는 진동 때문에 그냥 레일 밖으로

    떨어져 버리기는 하는데... 그래도 그것 때문에 사고가 날 위험이 있거든요

여  그래요?

남  예전에 일본에서 지름 50센티 짜리 돌덩이리 때문에 큰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여  아....

(E) 돌맹이 멀리 던지는

남  그러니까.. 이렇게 작은 돌맹이도 미리미리 치워놔야 하는거죠.

    작은 거라고 방심했다가 어떤 큰사고가 생길지 모르니까....

(M) 아침기차 / 조동진

 

남  은서라는 이름을 가진 면사무소 여자와는

    말이 잘 통했다

    결코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동그란 얼굴이 정감 갔고  

    웃을 때 양볼에 패이는 보조개가 귀여웠다.

    그녀는 가끔 김치를 싸와서 내밀곤 했다

 

여  경종김친데... 땅에 묻어놨던 거에요.

남  야~ 나 그거 진짜 좋아하는데~ 요즘은 누가 경종김치 잘 안담그잖아요

여  저희집에 많이 있어요. 또 갖다 드릴께요.

남  나 라면 끓일건데... 같이 먹을래요?

여  ... 그래도 돼요?

남  맨날 나만 얻어 먹을 순 없잖아요. 계란 넣어요?

여  난 안넣는 게 더 맛있던데...

남  나두 그런데.... (웃고)

(E) 라면 보글보글 끓는

(E) 라면 먹고 + 김치 먹는

여  김치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어요. 그죠~

 

남  맨날 먹는 김치가 뭐가 맛있냐고 했던 여자가 있었고

    김치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는 여자가 있다.

(M) Notre Eche / Mondialito

 

남  은서가 가져다 주는 김치맛에 익숙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여  봉덕씨~!

남  어? 일찍 왔네요? 아직 기차 시간 한참 남았는데...

여  ... 그냥요...

 

남  말하지 않아도 느껴질 때가 있다

    은서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M) Love Is / 김현철

 

남  따뜻한 겨울 햇살이 비춰 들어오는 벤치에 앉아

    은서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여  이게 다 기차역 사진이에요?

남  네. 세계에서 제일 큰 기차역부터... 여기처럼 작은 간이역까지...

    참 많죠?

여  이쁘다....

(E) 넘기는

(E) 또각또각

여2 봉덕아.

 

남  고개를 들었을 때

    부신 햇살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햇살에 익숙해질 때 쯤

    내 눈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매일 먹는 김치가 지긋지긋하다던 그녀...

    기차 소리가 너무 싫다던 그녀...

    하지만....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그녀 소현이... 내 앞에 서 있다

(M) Forever / Stratovarius

 

남  (당황) 어.. 어쩐 일이야? 다니러 온거야?

여2 응. 아버지 제사잖어.

남  그래? 그럼 주말에 있다 가는거야?

여2 아니... 조금 더 있다 갈거야. 휴가 냈어.

남  .... 왜?

여2 수예점 자리 좀 알아보려구.

남  수예점?

여2 나... 다시 여기로 올까봐 봉덕아.

남  .... 여기 다시?

여2 너 안반가운 표정이다?

남  아니야... 그런 거....

여2 그런데... 누구셔?

 

남  잊고 있었다. 내옆에 은서가 있다는 걸...

    

남  아.... 저기 이분은.... (머뭇) 손님이셔

여2 기차 타시는 손님?

남  어...

여  저기... 얘기 나누세요. 저는...

(E) 걸어가는

남  꾸벅 인사를 하고, 은서가 기차역 밖으로 나갔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은서의 작은 뒷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M)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E)냉장고 여는 + 그릇들 꺼내는  

여2 아유~ 냉장고 봐라. 텅텅 비어 가지구....

    김치 하나도 없지?

(E)김치 뚜껑 여는

여2 있네? 누가 갖다 준거야?

남  .... 어... 그냥 아는 사람이....

여2 ... 여자?

남  어? ..... 어...

여2 아까 그 여자? 기차역에서 같이 사진첩 보던?

남  어?....... 어....

여2 사귀니?

남  아~~니~~!

여2 너 그 사진첩 아무한테나 안 보여주잖아.

    옛날엔 나한테만 보여준다 그랬던 것 같은데...  

남  그랬나? 난 그냥... 할 일도 없고 해서....

여2 나 왜 돌아오려고 하는지 알아?

남  ......

여2 니가 보고 싶어져서 그래. 가끔 보고 싶을 때 찾아와서 보고...

    그걸로도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자주 보고 싶어졌어.

(M) I Believe / 이수영

 

남  그녀는 읍내에 수예점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다시 돌아와준다는 게...

    반갑고 또 반가웠다.

    하지만 한편... 불안했다.

    그렇게 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버릴까봐..

    간이역에 머물렀다 떠나는 기차처럼....

(E) 또각또각 여자 구두소리

남  며칠 후.

    은서가 여느때처럼 작은 가방을 들고

    기차역에 나타났다

 

남  퇴근..하세요?

여  .... 네...

남  .........(어색) 날씨가 춥죠?

여  ......... (사이, 목소리 가다듬고)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남  네? 저한테요?

여  네. 며칠 동안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말 잘 안 나오는지 목소리

    다시 가다듬고)

남  ..... 얘기해요...

여  ..... 내가 봉덕씨 김치 담가 드리면 안될까요?

남  네? 난 또 뭐라고.... 그동안도 많이 주셨잖아요....

여  .... 아니.... 앞으로... 평생요....

(M) All I Have / Beth Nielssen

 

(E)아주 멀리서 기차 들어오는 소리

남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에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난 서둘러 내 자리로 갔고....

    잠시 후 기차가 도착했다

    깃발을 들어 기차를 출발시키면서

    난 보았다

    창가에 앉아 애써 다른 쪽을 보고 있는 그녀를...

    그녀가 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M) To Treno / Agnes Baltsa

 

여2 봉덕아!

남  ...........

여2 (더 크게) 봉덕아~~~!!

남  어??

여2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남  어.... 왜?

여2 너 무슨 일 있니?

남  아니.. 그냥...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여2 그 여자?

남  .... 아니...

여2 아니긴. 왜? 그 여자가 너 좋대?

남  ........

여2 맞구나?

남  나도 잘 모르겠어

여2 안되겠다. 니가 나한테 얘기할 때까지 기다릴까 했는데.. 안되겠어.

남  뭐가?

여2 니가 나 좋아하는 거 옛날부터 알고 있었거든.

    그 마음 변하지 않았다면... 어때? 우리 둘이 함께 하는 거....

(M) Lovin' You / Sparkle

 

남  일생에 한번쯤은 이런 일도 있나보다.

    한꺼번에 두 여자의 고백을 받은 난

    혼란스러워졌다.

    예전 같으면 망설일 필요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늘 수줍게 도시락을 내밀던 은서가

    자꾸 눈에 밟혔다

(E) 걸어 들어오는 소리

남  여섯시 삼십분...

    오늘도 어김없이 은서가 역에 들어온다

    나를 봤을텐데... 고개를 숙인 채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E) 걸어가는 소리

남  퇴근해요?

여  ....... 네...

남  기차 위에... 애들이 놔둔 돌맹이요. 그거 왜 치우는지...

    내가 얘기한 적 있죠....

여  네. 작은 돌맹이라고 무시했다가... 나중에 큰 사고 날까봐... 그런다구요

남  ....... 맞아요.

여  .... 그런데요?

남  내 마음 위에... 지금 작은 돌맹이 하나가 얹어진 기분이에요.

여  ..........

남  그거 지금 치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치우려구요.

여  .........

남  미안해요

(M) Please Forgive Me / Bryan Adams

 

남  그리고 며칠 후.

    부서지는 겨울 햇살이 좋아

    쏟아지는 햇살 속에 비스듬히 엎드려

    사진첩을 보고 있을 때였다

(E) 창문 똑똑 두드리는 소리

남  은서였다

(E) 문 열고

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여  인사 하려구요

남  ..... 네?

여  일자리를 옮기게 됐어요.

남  ..... 그래요?

여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고마웠습니다.

남  제가 뭘요. 은서씨가.... 잘해주셨죠

여  그럼... 가 볼께요.

(E) 몇걸음 가다가

여  기차 못타게 돼서... 참 아쉬워요.

(M)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조수미

 

(E) 장독대 뚜껑 여는 소리

여2 너 좋아하는 총각김치다. 라면 먹을 때 먹으라구

(E) 먹어보고

남  잘 익었네...

여2 옛날만큼 아니다 너?

남  어?

여2 옛날엔 우리집 김치에 열광했잖어. 지금은 그 정돈 아니네.

남  ... 뭐... 나이 들면 입맛도 변하잖아.

여2 그래?

(E) 뚜껑 닫고

여2 그 여자.... 요즘은 기차 안 타나보더라?

남  ......... 누구?

여2 모른 척 하긴... 그 여자. 너 김치 갖다 준...

    니가 사진첩 보여준 그 여자~!

남  .... 어. 일자리를 옮겼대

여2 무슨 소리야~ 어제도 봤는데?

남  ..... 그래? 기차역에 안 온 지 한참 됐는데....

여2 버스 타던데?

남  잘못 봤겠지. 그 여자... 멀미 때문에 버스 못탄다 그랬는.... (멈칫)

 

남  어쩌면.... 그 여자는 멀미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버스를 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랬는지도 모른다

(M) I Believe / 신승훈

 

여2 너 왜 그래?

남  ...........

여2 봉덕아!

남  소현아.

여2 응?

남  간이역에 날마다 서는 기차가 있고...

    어쩌다 한번씩... 자기가 쉬고 싶을 때만 서는 기차가 있어.

여2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남  간이역은 날마다 서는 기차 보단 어쩌다 한번씩 서는 기차를 더 기다릴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간이역에겐 날마다 서는 기차가 더 필요한 거 아닐까?

여2 뭐?

남  날마다 서기 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지만.....

    그 기차 때문에 간이역이 존재하는 거니까...

(M)     Train / Nana Mouskouri

 

(E) 버스 정거장 소음

남  은서의 퇴근 시간.

    매캐한 연기 가득한 버스 터미널에 왔다

    잠시 후.

    은서가 그곳에 나타났다.

    많이 여윈 얼굴로. 힘없는 발걸음으로.

 

(E) 걸어가는

남  어디까지 가요?

여  (놀라고) 봉덕씨... 이 시간에 여긴 어떻게 왔어요.

남  하루 휴가에요. 아는 역무원이 대신 봐주기로 했어요.

여  ....... 쉴 줄도 아는구나. 난 절대 기차역은 못 떠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남  기차 밖에 못 탄다면서요? 버스는 멀미 나서 안된다면서요?

여  ........... 나 그동안도 날마다 버스 탔었어요. 몰랐죠.

남  네?

여  우리집 간이역도 없을만큼 작은 동네거든요.

    버스만 가는 곳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버스는 질리게 탔었어요.

    멀미 같은 것도 안해요.

남  ... 그런데요

여  어쩌다 한번... 친구집에 갈 일이 있어 기차를 탔는데....

    그때 봉덕씨를 봤어요.

    다음날부턴... 기차를 타고 친구집 있는 데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 갈아타고 우리집으로 갔어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좋았어요 난....

(M) Train Qui Sen Va / Helen

 

(E)타다닥 뛰어오는 두 사람 소리

(E) 기차 경적 소리 멀어지고     

남  놓쳤네...

여  ..... 원래 기차랑 여자는 떠나고 난 다음에 손 흔들어도 소용 없다면서요?

남  ..... 그럼 나도 안돼요? 지금 이렇게 손 흔들어도...

    은서씨 안 멈춰 줄거에요?

여  ....... 난 멈춰 있었는걸요?

남  .........?

여  다른 기차들이 멈췄다 떠나는 동안에도...

    난 여기 기차역 한 구석에서 계속 멈춰 있었는걸요?

 

남  은서의 손을 잡아 본다

    그리고 길게 이어진 기차길을 걷는다

    멀리 붉은 바다가 보인다

    

 





2005-01-27(09:01)